#35. 크로아티아 로빈
무거워진 짐 만큼이나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드디어 로빈에 도착했다.
허름한 계단에 쿵쿵 울리는 바닥을 걸어올라와 짐을 푼다.
에어컨 환풍기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비릿한 생선 냄새가 내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진하게 풍겨온다.
갑자기 억울하고 서러운 감정이 몰려온다.
이렇게 힘들자고 열심히 달린 게 아닌데.
문득 욕심을 부렸던 걸까 하는 자책이 섞인 후회가 감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지금이 딱 그때인 듯하다.
자다르에서부터 흐바르 섬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꾸역꾸역 일정을 끼워 넣다 그만 탈이 났다.
새벽부터 떠지지 않는 눈을 뜨기 위해 두통을 달고
걷고 또 걸었다.
그 때문일까.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흥보다 지쳐있는 몸이 더 선명히 남아있다는 사실이 또 아쉽고 서운하다.
지친 몸을 의자에 기대어 놓고 잠시 무거운 마음을 풀어놓는다.
긴장이 풀리는 탓인지 열이 오른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뻐근해
근육통 약을 꺼내 먹는다.
왠지 모르게 한심스러워지는 순간이다.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건만,
이렇게까지 힘들 수가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배부른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도 많은 기준과 비교 속에 자신을 몰아넣곤 한다.
나에게 맞춰진 기준으로만 보면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것도 그 기준이 타인으로 비껴가는 순간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철저히 다른 사람의 것들과 비교되는 한낮 수치에 불과해진다.
우린 왜 항상 남보다 나은 모습에 안도감을 갖고
남보다 부족한 모습에는 불안함을 느끼는 걸까.
오롯이 내 모습과 내 기준에만 맞춰 살고 싶은 건 터무니없는 욕심일까.
아니면 바보 같은 환상일까.
모든 걸 다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분명 나에겐 없는 무언가를 넉넉히 가진 사람도 있고, 반대로 그들에겐 없는 것이 나에겐 충분할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들은 전체의 10분의 1도 채 될 수 없다.
겉으로 현혹되는 모습들에 내가 가치 있게 여기는 소중한 것들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문득 허기가 몰려온다.
밖으로 나가야겠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들을 두 손에 꼭 쥔채
나를 품고 있는 세계를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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