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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Oct 28. 2016

작은 도시에 꼭꼭 숨겨진 아름다움

#36. 크로아티아 로빈

로빈의 아침은 차갑다.

새벽부터 비가 내린 건지 바닥에 물기가 촉촉하다.     

약간은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시내를 걷는다.


올드타운을 오르며 구석구석 작은 상점들을 둘러본다.

로빈의 올드타운은 하나하나 개성 있는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로 가득하다.     

대부분의 여행지에서 보아온

똑같은 마그넷과 엽서, 기념품들을 진열해놓는 지루한 상점들은 로빈에선 찾아볼 수 없다.     

가게마다 자신들만의 매력이 흠씬 묻어나는

색다른 물건들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기념품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실력이 아주 뛰어난 그림 앞에서 한참을 서있게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오밀조밀 작은 가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꼭꼭 숨겨진 나만의 보물찾게 될것만 같은 기분이다.     

짧은 언덕을 오르면 한쪽에는 커다란 성당이 자리하고 있고, 앞 쪽으론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다.     

그 아래에서 해수욕을 즐기기도 하고

바위에 걸터앉아 파도가 세차게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기도 한다.     


조그만 뒷산 정도를 올라서면 보이는 풍경이 이정도라니.

작고 아담한 도시이지만 그 도시가 보여주는 아름다움 결코 아담하지 않다.     

올드타운을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에 차가 한 대 들어온다.

길 양옆으로 바짝 붙어 길을 열어주는 사람들.     

짜증을 내거나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언제나 그래 왔듯이 양보를 내어주는 사람들.     


왠지 모르게 그런 그들의 얼굴에서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보였다.

그 모습에 왠지 모르게 내 마음까지 편안해졌다.     

해가 지고 난 뒤 로빈은 더욱 아름답다.

색색 파스텔톤의 낡은 건물들 위로 어둠이 스르륵 내려앉으면 빈티지하게 물든 로빈의 거리는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올드타운 밖에선 거리마다 켜진 가로등 불빛 밑으로 오늘의 축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

하루는 와인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고,

또 하루는 밴드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했고,

오늘은 올드카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영화나 책에서나 봤던 올드카가 제 각각의 매력을 뽐내며 줄지어있다.

로빈과 올드카라.

오래되었지만 그 안에 남아있는 깊고 진한 향기를 품고있는 모습이 묘하게 닮았다.     


예스러운 것들은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호기심을 불현듯 깨운다.

옆에 서서 사진도 찍어보고, 마음에 드는 올드카 앞에서 한참을 바라보기도 한다.

장난감 상점을 구경하는 설레는 어린아이처럼

이리저리 한동안 상기된 얼굴로 그 앞을 서성인다.     

구경거리가 가득했던 올드타운을 뒤로 하고

심심한 입을 달랠 겸 요거트 젤라또를 하나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마음은 따뜻해지는 오늘.

아마도 로빈의 포근함과 정겨움이 마음 채나 보다.     


로빈에 온다면,

새벽이슬이 맺히는 아침을 걸어보기를.

바람이 좋은 오후에는 올드타운의 계단을 올라 바다로 나가보기를.

가로등 불빛이 가득 찬 밤이 되면 밖으로 나가 흥겨운 거리를 즐겨보기를.     


크로아티아의 마지막을 여행하는 곳이

로빈이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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