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류블랴나는 슬로베니아의 수도이다.
대부분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말하듯
수도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작고 아담하다.
그래서 하루 혹은 당일로 들렀다 돌아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난 류블랴나에서 7일을 보냈다.
작은 도시이지만 류블랴나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이 도시의 매력에 빠져
도저히 하루 이틀만으로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기약 없는 날에 아쉬움을 놓고 떠나지 않는 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런 여행이 되기를 바랬다.
류블랴나에 도착해 처음 고개를 내민 순간,
어두운 밤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포근하고 향기로왔던 저녁을 잊을 수가 없었다.
날이 밝자 류블랴나의 거리로 나가본다.
올드타운과 조금 떨어진 거리에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건물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숙소에서 걸어서는 20분 정도면 도착하는 프레셰렌 광장.
올드타운이라 불리는 메인 광장에 도착하자 고풍스럽고 우아한 거리의 모습에 카메라를 가만히 놔두지를 못한다.
이름 하나 발음하는 것조차 색다르고 어색하지만
사랑스러운 의미를 한가득 담아
입안에서 몇 번 맴돌고 나니,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단어가 있는지
새삼 류블랴나에 반해버린다.
류블랴니차 강가를 따라 걸으며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본다.
푸른 하늘을 닮은 강이 아름답게 흔들린다.
길거리에 늘어선 아기자기한 물건을 파는 가게들과
강가를 따라 줄지어 선 운치있는 노천카페들,
자전거를 타고선 여유롭게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류블랴나에서는 그저 그런 평범해 보이는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입힌 아름다운 영화로 변신한다.
길을 걷다 골목길로 빠져본다.
다양한 상점들로 가득한 골목길 안에는
상점들마다 알록달록한 예쁜 소품들을 가득 채워놓았다.
그 가게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며 돌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흐른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 강가가 잘 내다보이는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바람과 잘 어울리는 따뜻한 카푸치노가 나온다.
강이 흐르는 류블랴나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본다.
어느 때이건 카푸치노 한잔이면 뭐든 다 괜찮아지는 것만 같다.
배가 고플 때도,
잠이 쏟아질 때도,
다리가 아파올 때도,
카푸치노 한잔에 그 모든 것들은 사르륵 녹아내린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 골목골목을 돌다 우연히 커다란 공원 앞에 다다랐다.
탁 트인 공원을 가로지르며 걷는 사람들과
조용히 벤치에 앉아 가을을 느끼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없이 고요한 류블랴나를 감상해본다.
푸르른 잔디 위로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
슬로베니아에서 만큼은 많은 곳을 바쁘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좋다.
때론 가만히, 때론 묵묵히, 때론 아무 생각 없이
걷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바라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슬로베니아는 무작정 오래오래 머물고 싶어 지는 그런 나라이다.
어쩌면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아주 작고 단순한 곳이라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슬로베니아 SLOVENIA.
이름 안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낭만적인 나라, 사랑스러운 나라.
어느 누구이건 이곳을 여행하는 동안
그 안에 담긴 사랑스러움을 발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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