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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Oct 30. 2016

알프스의 진주에 빠져들다

#41. 슬로베니아 블레드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로 손꼽히는 블레드.

마침 블레드로 향하는 오늘, 날씨가 참 좋다.


블레드로 가는 길 슬로베니아의 버스카드 겸 교통카드인 우바나를 샀다.

무인기계에서 구매를 하고서 간단한 간식을 살 겸 빵집으로 향한다.     


빵을 사려고 기다리는 한 남자에게 말을 걸다.

교통카드에 충전이 잘 되었는지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덕분에

아침부터 기분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더 필요한 도움이 없냐며 묻던 그 남자는

빵을 사려고 기다리는 나에게

어떤 빵이 맛있는지 까지 추천해주었다.


난 이래서 슬로베니아가 더라.

어느 누구든지 여행자에게 넉넉한 인심과 친절을 베풀어주는 슬로베니아의 사람들 때문에 말이다.


이방인에게 전하는 낯선 눈빛과 경계하는 듯한 긴장된 분위기는 이곳에서 만큼은 찾아볼 수 없다.     

잠깐의 질문에도 언제나 흔쾌히 대답해주는 사람들을 보, 나도 모르게 이 나라에 더욱 깊이 빠져드는 중이다.   


특히나 그 남자는 스피니치 빵이 맛있다며 적극 추천을 해주었는데,

이 날 이후로 아침마다 이 빵을 항상 사 먹곤 한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묘한 매력의 빵이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흡사 우리나라의

야채 군만두같은 느낌이랄까.

빵에 왠 만두를 비교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류블랴나 여행을 추억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잊지 못할 맛의 기억이다.   

무사히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블레드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달리는 동안 버스 창밖으로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시골마을의 풍경이 그려진다.


푸른 벌판에 느긋하게 풀을 뜯는 소들,

그 위로 하얀 구름이 푸른 하늘에 한가득 피어있다.

1시간 20분쯤 달렸을까.

블레드에 도착하자 곧장 호수 쪽으로 내려가 본다.

널따란 호수를 따라 저 멀리 블레드성이 보인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자리한 성의 모습이

무척이나 견고하고 아름답다.


햇살이 반짝이는 오후,

기분 좋게 호수를 따라 걷는다.     

맑은 호수 위로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블레드 호수를 반 바퀴 걷고서는

블레드 성으로 오르는 산길로 들어간다.


꼬불꼬불 산길을 걸어 올라가니 다시 큼지막한 도로가 나온다.

도로를 따라 10여분을 더 올라가면 어느새 블레드성 입구에 다다른다.


블레드성에서 바라보는 블레드 섬은

오묘하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잔잔하고 푸른 호수 위에

초록빛 숲으로 둘러싸인 블레드 섬.

조그만 장난감 같기도 하고

엽서 속의 그림 같아 보이기도 한다.   


나만큼이나 이 순간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사람들.

푸른빛으로 가득 찬 블레드 호수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얼마나 달콤할까.

이곳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아름다운 자연 한가운데 피어있는 꽃처,

닿을 것 같지만 닿지 못하는 아쉬움까지 더해져

계속해서 이곳을 오르게 만드나 보다.     


블레드 성은 크진 않지만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블레드 호수와 블레드섬 만으로도

그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아름다운 블레드섬과 성을 둘러보고서

블레드 전통 크림 케이크를 먹어보기 위해 파크호텔로 내려온다.     


해가 내리쬐는 오후의 중턱임에도 이미 자리는 꽉 차있다.

약간의 기다림 끝에 바람이 부는 선선한 자리에 앉아 케이크와 커피를 주문한다.


평소 케이크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많은 기대를 갖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그 맛을 보니 왜 너나 할 것 없이 이곳에서 블레드 케이크를 먹어봐야 한다고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맛도 맛이지만,

눈앞에 펼쳐진 푸른 블레드 호수와

그 뒤 절벽 위에 자리한 블레드성을 보며 먹는 달콤한 디저트는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즐거움이리라.

가끔은 달달한 디저트 만큼이나 달콤한 순간이 우리 인생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기도 하니 말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동네에 도착하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간단히 저녁을 해 먹고 아름다웠던 블레드에서의 시간을 되짚어본다.


슬로베니아의 보석 혹은 알프스의 진주라 불리는 잔잔하고 고요했던 푸른 블레드에

다시금 말을 잃는다.     

아름다운 자연은 때론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그것이 삶에 대한 열정이든,

꿈에 대한 목표이든, 

살아갈 이유가 되었든,

우리의 심장을 더욱 뛰게 만든다는 것엔 틀림없다.


크고 위대한 자연의 힘을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하루하에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 2016. bonita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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