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은 눈물이 자꾸 그렁이는 날
류블랴나의 메인광장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작고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다양한 슬로베니아의 기념품을 파는 곳.
그곳에서 문득 처음으로 엽서에 손이 갔다.
참 오랜만이다.
엽서에 손편지를 적어 누군가에게 보냈던 적이.
요즘에는 해외에서도 무선 인터넷이 잘 되어있는 덕에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내 안부를 전하는 일이 참 쉬운 일이 되었다.
생각만큼 힘이 들지도, 어려운 일도 아니기에
그만큼 연락을 전하는 일에 있어
간절하고 애틋한 감정도 함께 무뎌졌는지 모른다.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메시지도 좋지만,
류블랴나의 아름다운 강과 선셋이 담긴 엽서를 한 장 집어 든다.
누군가에게 엽서를 보내야겠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은 채
엽서를 사들고 나왔다.
겁이 많아서 배낭여행을 꿈도 꾸지 못하는 그 친구.
그런 친구는 항상 배낭을 둘러메고 훌쩍 떠나고 싶어 하는 날 보며 말했다.
좋은 것들 많이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재밌는 것도 다 해보고, 그러고 돌아오거든
자신에게도 그 모든 것들을 생생하게 들려주라고.
겁이 많아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그 친구에게
적어 보내고 싶었다.
가까이 있을 때 쓰곤 했던 손편지와는 다르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를 생각하며 적는 글자는 하나하나가 떨리고 고민이 된다.
얼마 안 되는 작은 네모 칸 안에
어떻게 내 마음을 다 눌러 담아야 할지.
어떤 말들을 적어야 이 엽서를 받고 기뻐할런지.
벌써부터 상상되는 즐거워하는 친구의 모습에
고민하는 이 순간도 아깝지 않다.
한 마디라도 더 채워 넣은 빼곡한 엽서를 봉투에 넣는다.
이왕이면 슬로베니아의 아름다운 감동이 너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고심 끝에 가장 마음에 드는 편지봉투를 고른다.
새삼스레 적는 친구의 이름에
왠지 모를 떨림이 가득 찬다.
무사히 도착해서 내 마음도 잘 전달이 되었으면.
별 거 아닌 것에도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걸 보면
엽서는 사람을 참 순수하게 만드나 보다.
엽서를 보내고 우체국을 나온다.
달콤한 와플 냄새가 공기를 타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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