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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Oct 30. 2016

소중한 사람에겐 엽서를 보내세요

#기분좋은 눈물이 자꾸 그렁이는 날

류블랴나 메인광장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작고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다양한 슬로베니아의 기념품을 파는 곳.

곳에서 문득 처음으로 엽서에 손이 갔다.     


참 오랜만이다.

엽서에 손편지를 적어 누군가에게 보냈던 적이.     


요즘에는 해외에서도 무선 인터넷이 잘 되어있는 덕에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내 안부를 전하는 일이 참 쉬운 일이 되었다.     


생각만큼 힘이 들지도, 어려운 일도 아니기에

그만큼 연락을 전하는 일에 있어

간절하고 애틋한 감정도 함께 무뎌졌는지 모른다.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메시지도 좋지만,

가끔은 낯선 곳에서 잉크가 고르지 않은 펜으로 

그곳의 향기가 묻어있는 엽서에

나의 설렘과 긴장 그리고 반가움을 꾹꾹 눌러 담은 

손편지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류블랴나의 아름다운 강과 선셋이 담긴 엽서를 한 장 집어 든다.

누군가에게 엽서를 보내야겠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은 채

엽서를 사들고 나왔다.


겁이 많아서 배낭여행을 꿈도 꾸지 못하는 친구.

그런 친구는 항상 배낭을 둘러메고 훌쩍 떠나고 싶어 하는 날 보며 말했다.

좋은 것들 많이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재밌는 것도 다 해보, 그러고 돌아오거든

자신에게도 그 모든 것들을 생생하게 들려주라고.   

  

겁이 많아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그 친구에게

적어 보내고 싶다.


다음에는 손을 꼭 잡고 함께 여행을 오자고.

막상 떠나보면 별 거 아닌 다 같은 세상이라고.

조금 달라지는 것들이 널 쉽게 무너트리지 않는다고 말이다.



가까이 있을 때 쓰곤 했던 손편지와는 다르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를 생각하며 적는 글자는 하나하나가 떨리고 고민이 된다.     


얼마 안 되는 작은 네모 칸 안에

어떻게 내 마음을 다 눌러 담아야 할지.

어떤 말들을 적어야 이 엽서를 받고 기뻐할런지.


벌써부터 상상되는 즐거워하는 친구의 모습에

고민하는 이 순간도 아깝지 않다.



한 마디라도 더 채워 넣은 빼곡한 엽서를 봉투에 넣는다.

이왕이면 슬로베니아의 아름다운 감동이 너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고심 끝에 가장 마음에 드는 편지봉투를 고른다.


새삼스레 적는 친구의 이름에

왠지 모를 떨림이 가득 찬다.

무사히 도착해서 내 마음도 잘 전달이 되었으면.     


별 거 아닌 것에도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걸 보면

엽서는 사람을 참 순수하게 만드나 보다.


어쩌면 엽서가 아닌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적어 보낸다는 것이 

그렇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엽서를 보내고 우체국을 나온다.

달콤한 와플 냄새가 공기를 타고 지나간다.


낯선 곳에선 소중한 사람에게 엽서를 보내보자.

익숙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 사람에게

따뜻한 안부를 담은 내 마음을 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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