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헝가리 부다페스트
오늘도 헝가리의 밤은 눈부신 황금빛으로 물들어있다.
밤 산책 겸 거리를 걷다가
트램을 타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마트에 들릴까 하고 조금 일찍
국회의사당 역에서 내렸다.
크고 웅장한 국회의사당에
노란 불빛이 가득 담겨있다.
온 세상이 노랗게 물든 것처럼
환하게 빛나는 그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때, 하늘 위에서 무언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무언가 수많은 것들이 국회의사당 위의
까만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저게 도대체 뭘까.'
살아있는 별이라도 보고 있는 걸까.
노란 불빛들이 밤하늘에 춤을 추듯 날고 있다.
반딧불일까.
조명일까.
종잇조각일까.
그 아름답고 신기한 광경에 더 가까이 다가가 본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하얀 날개가 펄럭인다.
하늘 위를 날고 있는 새떼였다.
국회의사당의 눈부신 노란 불빛이
하늘 위를 날고 있는 새들까지도 비추는 바람에
그 모습이 마치 움직이는 별빛처럼 보였던 것이다.
까만 밤하늘 아래로 아름다운 빛을 내며
날고 있는 새들.
그 덕에 어두운 밤하늘이
눈부신 날개 짓으로 가득 차고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 모습에 넋을 잃은 듯 두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
이 순간을 언젠간 다시 떠올리기 위해
카메라에 꼭꼭 담고 있는 사람.
행여나 이 순간을 놓칠까
서둘러 누군가를 부르는 사람.
그 모든 모습들이 하나같이
이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쓰는 마음일 것이다.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데도 믿기지 않는 아름다움.
이렇게 아름다운 밤하늘 이라니.
이런 밤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마치,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눈이
하늘에서 조용히 떨어지는 날.
하얗게 흩날리는 눈송이를 볼 때의
설렘이 이 정도 일까.
우리는 그 순간에 취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도 하고,
카메라에 떨어지는 눈을 담기도 할 것이다.
어느 순간이건 우리는 아름다운 순간을
항상 간직하려 할테니 말이다.
나도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아름다운 밤하늘을 담아본다.
밤하늘의 불빛은 담겨도
낭만으로 가득 찬 밤하늘의 감동까지는
채 담아지지가 않는다.
옆에서 함께 밤하늘을 카메라에 담고 계시던
한 아주머니께서 문득 말을 건네신다.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굉장한 밤이에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순간이죠."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은
누군가와 함께 나눠야 한다.
그 사람이 누가 되었건 다 괜찮다.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곳에 있을 땐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함께 이 곳에 있으면 좋을 텐데,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이 좋은 날 함께 걸어도 보고,
노천카페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수다도 떨고,
사진으로 밖에 전할 수 없는 아쉬움에
그렇게 연신 카메라를 눌러대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이나마 이 순간이, 이 감동이 전해졌으면.
이런 내 마음도 함께 담겼으면.
황홀한 불빛에 소리 없이 물드는 이 밤,
빛나는 하늘에 하나둘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새기고
천천히 발걸음을 돌린다.
헝가리에 오길 참 잘했다.
밤이 참 아름답게 빛나는 이 곳에 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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