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그리스 아테네
아테네에서의 마지막 날을 마무리하기 위해 동네 근처에 있는 눈여겨보던 바에 들렀다.
역시나 밖에서 본 대로 분위기가 좋았다.
전형적인 아테네 동네에 있을법한 무겁지 않은 바의 모습이랄까.
작고 소박하지만 그들만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한껏 녹아든 그런 곳이었다.
바에 가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음이 움직이는 시선에 따라 보이는 것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사물도 같은 상황도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결국 변하게 만드는 것은 내 마음이고 내 생각이다.
상황을 바꾸고 대상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은 내 마음이 아닐까.
상황이 아무리 바뀌어도 내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냉정하고 차갑게만 보이던 아테네가 조금은 따뜻하게 비치는 날이다.
그저 한산하고 인정없이 메마른 볼 것 없는 도시라고만 여겨졌던 이곳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일상의 무게가 놓인 내 세계여행의 첫 여행지가 되었다.
어쩌면 대게 그러하듯 아크로폴리스나 신타그마 광장과 같은 사람이 북적이는 주변에 머물렀더라면
아마 전혀 느껴보지 못했을 아테네의 새로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한없이 무미건조하게 다가온 아테네였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예상과 다른 아테네의 모습이 영 어색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활기차고 생동 감넘치는 관광지에 익숙했던 나에겐 왜 이런 곳을 여행해야 할까라는 후회도 들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낯선 나라의 낯선 동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들과 같은 하루를 시작하고, 그들의 동선을 함께 따라가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사실은
아테네의 마지막 날에 다다라서야 다시금 내 가슴을 쿵쾅거리에 만들었다.
마치 태어나 여행을 처음 하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어설프고 어색하지만, 무조건 좋다고 맛있다고 즐겁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낯설고 불편하고 어리숙한 시간이 싫지만은 않은
기어코 이 시간들이 쌓여 나는 과연 어떤 하루를 살고 어떤 여행을 이어가게 될지
그 뜨거운 상상이 끝없이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영어도 잘 통하지 않고 호객행위를 하는 적극적인 식당 하나도 없지만
이곳에서는 아테네의 일상을 언제고 어디서고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매일 아침이면 집 앞 작은 빵집에서 갓 구운 식빵을 사 오고,
햇볕 좋은 날이면 창가에 빨래를 널고,
저녁이면 근처 바에 들러 조용히 테라스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화려한 조명이나 야경도,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의 소리도 없지만
그들은 각자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때로는 소란스러운 관광지에서 벗어나 그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보는 건 어떨까.
가이드북에서 알려주는 관광지에 발바닥이 터질 듯 움직이는 여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해져 가지만
조용하게 스며드는 일상을 담은 여행은 두고두고 가슴 깊이 남아 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