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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Nov 08. 2016

토요일 오후, 살아있는 크라쿠프를 만나다

#이상하게 맥주조차 배부르지 않던 날

토요일 오후, 주말은 어느 나라이건

똑같이 북적이나 보다.

아침부터 활기를 띠는 거리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유럽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주말에 열리는 시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

평소에는 열리지 않던 몇몇 가게들까지 더해지면

그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색다른 도시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갖가지 신기한 물건들을 파는 구경도 재밌지만,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재미는

그 나라의 전통음식들을 포함해

군침이 당기는 맛있는 음식들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토요일의 크라쿠프 구시가지는

드넓은 광장에 펼쳐진 시장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사람이 반이고 상점이 반이다.

빼곡히 들어선 상점들 사이로

빈틈없이 사람들이 꽉꽉 채우고 있다.     



하얀 천막을 친 가 안을 들여다보니

폴란드의 정취가 한가득 담겨있는

전통 물건들에서부터

아이들의 두 눈을 사로잡을

알록달록 사탕과 초콜릿,

겨울나기를 위한 털모자와 털옷,

그리고 화사한 꽃다발까지

눈과 입이 즐거운 천국이 따로 없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에도

너나 할 것 없이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즐겁고 활기찬 소리들이 끊이질 않는다.

나도 덩달아 그 소리와 하나가 되어

해맑은 발걸음을 이리저리 옮겨본다.


다른 곳은 몰라도

사람이 빠진 시장은 상상할 수가 없다.

북적거리고 소란스러운 것들이

용납되는 곳은 오직 시장만이 아닐까.

이곳에선 그런 모든 것들이

하나의 연주이자 또 다른 풍경이니 말이다.



상점 사이사이를 돌다 보니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자연스레 이끌려 간 곳에선

커다란 그릴에 노랗고 오동통한 무언가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었다.


폴란드 전통 치즈를 팔고 계신 참이었다.

치즈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독특한 비주얼과

연기를 타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고소함에 끌려

크렌베리 소스를 곁들인 치즈 2개를 주문한다.


짭짜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치즈와

달콤 새콤한 크렌베리가 말도 안 되는 조화를 이루며 입안을 사로잡는다.


꼬들꼬들한 치즈의 식감에 반해

눈 깜짝할 새 먹어치우고선 아쉬운 입맛을 다신다.



가을 겨울이면 꽤나 추운 날씨를 가진 폴란드답게

벌써부터 니트와 털모자들이

한가득 시장에 나와 있다.

그 뒤로 눈을 사로잡는 초콜릿 가게들과

주전부리 가게들이 줄지어 서있다.     


하나둘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돌아보던 그 때,

저 멀리서 자욱하게 피어나는 연기가 보인다.

연기에 가려 사람도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연기를 타고 날아오는 냄새만으로도

이미 맛있는 집임은 분명했다.     



소시지와 다양한 바비큐를 구워내는 그릴 가게.

가까스로 북적이는 사람들 틈새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소시지와 그릴 치킨 그리고 삶은 야채까지.


아참, 이럴 땐 맥주가 빠져서는 안 된다.

앙증맞은 모습을 하고있는 

커다란 맥주 통을 돌아가면

조그만 창문으로 맥주를 따라주시는

아주머니가 계신다.

사들고는 상기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역시 소시지는 바비큐 집에서 먹는 소시지가 일품이다.

구운 치킨과 소시지까지 싹싹 비워내고는

기분 좋게 맥주를 마신다.  

   

삼삼오오 모여 모두들 먹고 마시며

행복한 미소를 띤 채

따스한 오후를 보내고 있다.


여행의 재미가 다른 게 있을까.

모두가 함께 어울려 먹고 즐기는

이 순간이면 족할 텐데.     



여행이라 행복한 하루.

어쩌면 매일을

무거운 가방을 메고도 견뎌내는 건

여행에 있어선 하루하루가

끝나지 않을 축제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한 잔으로는 부족한 햇살이다.

햇살이 좋고 바람이 좋은 날이니

맥주를 한 잔 더 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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