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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Dec 01. 2016

스페인의 축제 속으로 빠져들다

#64. 스페인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아침에 일어나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시 때에

호스트에게서 연락이 온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보니 고딕 지구 근처에서

스페인 로컬 음식과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큰 시장이 열리니 회가 되면 가보라는 친절한 안내였다.

 

마침 오늘은 어디를 볼까 고민하던 참

여길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는 곧장 밖으로 나섰다.


오랜만에 만나는 화창한 날씨에 른 하늘까지,

왠지 가벼워지는 발걸음이 마음까지 설레게 만들고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시장이 열리는 곳으로 향한다.

멀리서부터 하늘에 둥둥 떠있는 풍선들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한눈에도 저곳에서 왁자지껄한 행사가 열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파란 하늘에 둥실둥실 떠있는 노란 풍선을 바라보며 걷자 어느새 시장 입구에 도착했다.

오전임에도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시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곳곳에선 다양한 와인과 샴페인을 따라주는 부스가 있고, 그 뒤엔 온갖 종류의 타파스를 팔고 있었다.


또 다른 가게는 스페인 전통음식을 팔기도 하고

잼이나 올리브유와 같은 다양한 식재료와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거나 눈에 띄게 화려하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스페인의 맛과 멋을 느껴보기엔 충분한 곳이었다.     

정신없는 시장 안에서 무엇보다 내 두눈을 사로잡은 건 다름아닌 사람들 손에 하나둘 들려있는 와인잔다. 


근처 와인가게에 들어가 저마다 들고있는 와인잔의 정체를 물어본다.

입구에서 번의 와인을 따라 마실지 정한 뒤 와인잔과 티켓을 끊어오면 된다는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곧장 입구로 돌아와 2번의 와인을 마시기로 하고 와인잔을 사들고 나온다.     

지나가다 눈여겨보았던 샴페인 부스로 들어가

떨리는 마음으로 드디어 한 잔을 채웠다.


붉은색의 샴페인이 따사로운 스페인의 햇살과 어울리게 반짝인다.

시원한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며 시장을 걷는다.

나 할 것 없이 먹고 즐기는 모습만으로도

이미 스페인의 여유와 낭만을 흠뻑 느끼고 있었다.

     

다양한 음식들 중에서 무얼 먹어볼까 고민을 하다 뽈보라 불리는 문어를 한 접시 사서 먹어본다.

쫀득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


다음으로는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빠에야 가게로 들어선다.

손바닥만 한 작은 그릇에 담긴 해물 빠에야는

지글지글 끓고있는 냄새에서부터 노란 빛깔까지

두눈을 떼지도 못한 채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고소한 밥알과 해산물의 풍미가 만나

여느 레스토랑 못지않은 맛까지 선사한다.

눈도 입도 즐거운 타파스를 즐기며

아름답고 웅장한 바르셀로나 대성당에 앉아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

스페인의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가 새삼 현실이 되어 다가온다.


실로 아름답다.

축제를 사랑하고

음식을 사랑하고

여유를 사랑하는  

스페인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마지막 샴페인을 한 잔 더 받아놓고는 시장 안을 둘러보다 처음보는 음식 앞에서 멈춰섰다.

    

할머니에게 다가가 이게 무슨 음식인지 묻자 유카라고 불리는 스페인 전통 음식이라며  

과카몰리여러 가지 소스를 섞어 한접시를 내어주셨다.    

우리나라의 튀김만두 같기도 하고

멕시코의 타코 같기도 한 유카는

고소하고 상큼한 맛이 어우러져 한 입 넣자마자 반할만큼 잊지못할 맛을 가져다주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동안

나도 모르게 점점 익숙한 듯 낯선 음식들과 분위기에 한껏 젖어들고 있었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해 제대로 된 자리 하나

찾아 앉는 것쉽지 않지,

런 곳에선 때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약간은 불편한 듯 어색한 듯

낯설고 머뭇거리는 재미를 채워보는 것도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된다.


특히나 오늘같은 날은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움이

 잘 어울리기도 하니 말이다.    

 

한낮 스페인의 가을 하늘 아래에서

시원한 샴페인을 한 잔 들이킨다.     

상쾌하게 넘어가는 샴페인처럼

살랑대는 가을바람이 선선하고 좋다.     

시장의 매력에 빠지는 이유가 뭘까.

왜 꼭 낯선 곳에서는 유독 시장이라는 장소에 매료되는 걸까.

이곳에서만큼은 수많은 사람정신없는 소음마저도 즐겁기만 한 이유는 뭘까.


맛있는 음식과 흥겨운 분위기,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만이

시장으로 향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다.    

 

시장은 사람을 담고 있고,

도시의 색깔을 담고 있고,

그곳의 일상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웅장한 성당보다, 으리으리한 박물관보다

소박하고 시끄러운 시장으로 향하는 날이

더욱 설레는 것은

사람으로 가득 채워진 자연스러운 일상의 순간 속에 잠시나마 머물러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평남짓 되는 작은 가게 하나에서 얻을 수 있는

따뜻함과 정겨움 그리고 낯설지만 설레는 무언가는

시장이 아니고선 안 될테니 말이다.

그들의 언어가 가장 잘 들리는 곳,

그들의 에너지가 가장 잘 보이는 곳,

그들의 미소가 가장 환한 곳이기에

오늘도 시장으로 향하고 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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