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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Dec 05. 2016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놀이동산

#66. 스페인 바르셀로나 티비다보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도착할 때만 해도 구름이 조금 낀 탓에 흐렸던 날씨가 오늘은 마지막을 알기라도 하는 듯 푸른 하늘로 가득 채워져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티비다보 놀이동산으로 향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서두른다.     


바르셀로나에서 100년이나 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티비다보는 

바르셀로나 시내의 전경이나 야경을 보기 위해 많은 여행객들이 찾곤 하는 곳이다.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고 나서야 드디어 티비다보 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올라가면 또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마지막 오르막을 향해 달린다.

높은 곳에 자리한 아름다운 놀이동산에 입장하기 위해서 이정도의 인내와 노력은 기꺼이 감수할 수 밖에.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자 드디어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높다는 티비다보 놀이동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쨍쨍한 날씨 덕분에 티비다보의 알록달록한 아름다움이 더욱 선명하게 반짝인다. 


비록 흥겨운 노랫소리는 없지만

고요하게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흔들리는 나뭇잎, 그리고 웃고 떠드는 우리 모두의 소리가

하나의 음악이 되어 아름답게 흐르고 있다.


색색깔의자를 실은 새하얀 관람차가 커다란 원을 그리며 돌아다.     

마치 이곳에 온 나를 반겨주기라도 하는 듯

바람을 따라 천천히 움직다.     

하늘에 파란 물감이라도 뿌려놓았을까.

새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무지갯빛 관람차는

한순간에 나를 또 다른 세상 속으로 데리고 간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색상으로 물들어있는 이곳에 발을 딛고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은 쿵쾅거리고 있었다.     

솜사탕을 사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처럼

티비다보의 달콤함에 빠져 이리저리 해맑은 걸음을 옮겨본다.     


회전목마 앞에 서서

천천히 움직이는 목마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빛바랜 붉은 비행기를 바라보며

하늘을 날아보는 상상도 해본다.   

  

눈이 부시는 햇살 아래에서

나는 지금 달콤한 순간을 걷고 있다.     

커다랗게 세워진 성당으로 발걸음을 돌려본다.

계단을 몇 개 오르니 금세 성당 위에 다다랐다.     

아쉽게도 저 아래쪽은 안개가 끼었는지

바르셀로나의 시내가 뚜렷하게 보이진 않는다.     


뿌연 안개 때문일까.

하얀 구름이 발아래를 다 가려 놓은 탓일까.

마치 하늘에 떠있는 천공의 섬처럼

우리들만의 비밀스러운 놀이동산처럼

아무도 모르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있는 듯한

설레는 기분잠시 품어본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사이로 알록달록 빛났던

티비다보의 달콤했던 순간들을 눈에 담아두곤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왔다.     


잠시나마 또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아름다웠던 그마한 놀이터에 아쉬운 작별인사를 보낸다.     

저녁이 드리워지자 바르셀로나의 마지막을 장식해줄 만한 어딘가를 가야 했다.

이곳을 떠나기 전 어디를 가야 허전하지 않 아쉽지 않고 웃으며 오늘 밤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을 해본다.  

   

몇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이왕이면 맛있는 해산물을 한번 더 먹어야겠고,

끔하게 정돈된 곳보다는

현지인들이 자주 들르는 소탈한 곳이었으면 좋겠고,

조용한 와인 한잔보다는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맥주 곁들일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그래서 우린 보케리아 시장으로 향했다.

지난번에 다녀갔을 적엔 슬쩍 구경만 하고 돌아갔던 터였다.


뒷골목 언저리에 해산물을 즉석에서 구워내 주는 가게를 찾아 자리를 잡기로 했다.     

꽤나 늦은 시간건만 스페인 사람들의 저녁은 아직 한창인 듯싶었다.


몇 군데 안 되는 가게들 중 그나마 자리가 나있는 곳에 들어가 앉았다.

깔끔하고 정갈하진 않지만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가 원하던 그대로였다.     


자리에 앉아 가볍게 맥주를 시켜놓고는

맛조개 한 접시, 오징어 한 접시, 문어 한 접시를 시킨다.

바르셀로나는 역시나 해산물이다.     

즉석에서 바로바로 구워주는 모습을 보며

참을 수 없는 배를 움켜쥐고 침을 꼴깍 삼킨다.     


드디어 주문한 음식들까지 모두 준비가 되었다.

- Salud!

스페인어로 건강을 위하여라는 뜻의 건배를 외친다.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켜고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의 해산물을 입안 한가득 집어넣어 본다.


걷잡을 수 없는 고소한 맛과 풍부한 향이 입안을 채우고, 우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밤을 위해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무언의 긍정이었으리라.     


우리는 마음껏 떠들고 마음껏 웃으며

바르셀로나의 여행을 추억했다.     

첫날 먹었던 엄청난 양의 메누델디아,

떨리는 마음으로 응원했던 바르샤 축구 경기,

매일  마트에 들러 사던 하몽에 와인 한 잔,

우연히 골목에서 마주쳤던 푸짐한 인생 케밥까지.     


특별 경험도, 작고 소박한 경험도

우리들의 여행에선 잊을 수 없는

바르셀로나만의 추억이고 순간이 되어있었다.     


누군가는 오늘이 지나면 또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고,

누군가는 앞으로 계속해서 낯선 곳들을 걸어가야 한다.


각자의 내일은 다른 모습이지만

우리의 오늘은 같은 시간을 추억하며 흘러가고 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추억은 남아있고,

시간은 흘러도

여행은 계속된다.     


우리의 여행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끝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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