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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Dec 03. 2016

빛나는 바르셀로나를 내려다보며

#나의, 너의, 우리의 내일을 응원해주고 싶은 날

곧 해가 저물어갈 즘이라면,

그리고 조금 멀리 가도 괜찮다면,

바르셀로나의 벙커에 들러보면 좋겠다.   

  

구엘공원을 둘러보고 바르셀로나의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보기 좋다는 벙커로 오르기 위해

24번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지나 내렸다.   

  

모름지기 야경에는 맥주 한 잔과 간단한 간식이 빠져서는 안 될 터. 

마침 버스정류장 앞에 케밥을 파는 가게가 있어 들어갔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뜨끈한 케밥을 봉지에 담고 

근처 작은 마트에서 맥주를 사들고는 벙커로 오르는 길을 따라 걷는다.


계단을 오르고 오르니 언덕처럼 보이는 곳이 하나 나타난다.     

앞서 양손 가득 간식을 사들고 걸어 올라가는 외국인들을 보니 그들도 벙커로 향하는 모양이다.     



한 10분쯤 올랐을까.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즈음 도착한 벙커에는 이미 꽤나 많은 여행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노란 조명이 군데군데 들어온 벙커 끝에 다다르자

발 밑으로 펼쳐진 바르셀로나의 눈부신 야경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유독 높은 건물이 없는 바르셀로나는

벙커에 올라서 바라보니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불빛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빛나는 불빛들이 오히려 더 잔잔한 아름다움을 꺼내고 있었다.     



한쪽에선 커다란 스피커 노래가 흘러나온다.

스피커 주변에 둘러앉은 외국인 여행자들이 틀어놓은 눈치였다.

야경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노랫소리가 잔잔한 불빛들과 어우러져 한껏 낭만적인 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모두들 삼삼오오 모여 아름다운 바르셀로나의 불빛을 감상하고 있다.

바람이 조금 세게 불지만 그것마저도 낭만에 덮여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케밥을 열어본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까지 역시 인심이 후하다.

부드러운 닭고기와 각종 채소가 달콤한 소스에 어우러져 입안 한가득 채워 넣는다.   

  

짭짜름하고 고소한 케밥에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마시니 

그 사이 바르셀로나의 밤이 더욱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특별한 관광지도 아니건만, 꽤나 유명해진 탓에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 밤을 함께하고 있다.


어떻게 다들 이런 아름다운 장소를 알고 찾아오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아름다운 를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은 걸까.  

   

생김새도 언어도 문화도 모두 다르지만

여행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아마 이곳에 있는 모두가

다 똑같지 않을까.

    

편히 앉아 바라볼 만한 벤치 하나도 제대로 놓여있지 않지만,

높다란 담벼락에 걸터앉아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발 밑에 펼쳐진 눈부신 바르셀로나를 볼 수만 있다면,

우리는 아마 오늘도 내일도 이곳으로 향하고 있으리라.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곳으로 향하게 된 건, 우연히 여행자가 바르셀로나의 시내를 내려다볼만한 높은 곳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아무리 봐도 이만한 장소를 찾아낸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누가 봐도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곳을

이토록 많은 사람이 올라오는 야경 명소이르기까지 했다는 걸 보면 말이다.  

   

분명 이 벙커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여행을 아주 사랑하는 사람 이리라.

어쩌면 스페인을, 바르셀로나를

아주아주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리라.     



전망대도 아닌, 높은 성당도 아닌

커다란 돌 몇 개가 전부인 벙커에 올라앉아 바라보는 바르셀로나의 밤.


어쩌면 투박하고 정돈되어 있지 않은 곳이었기에

더욱 반짝이는 바르셀로나의 밤을 느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별 다른 기대 없이 두드린 문 앞에서

세상 가장 황홀한 감동의 순간을 맞딱트린 것처럼 말이다.


지금 우린 수많은 불빛이 반짝이는 사랑스러운 밤에 작고 소소한 불빛이 되어,

바르셀로나의 자유로운 밤을 끝없이 만끽하고 있다.     



이곳에서만큼은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소박하지만 순수한 열정을 쏟아내는 오늘 같은 밤에는 카메라가 아닌 내 마음을 열어놓아야겠다.

    

그리고 일렁이는 바르셀로나의 불빛들을

하나하나 새겨 넣어야겠다.  

   

다시금 여행에 대한 순수했던 사랑이 그리워지는 날이면 

그때 그 마음을 열어 한없이 눈부셨던 바르셀로나의 밤을 기억하리라.



투박하지만 진실된 사랑과 열정을

어쩌면 난 이곳에서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곳에 있는 우리 모두가 그 마음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바르셀로나의 밤이 이토록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는지도 말이다.     

우리 모두의 밤이 언제나 오늘처럼

한없이 반짝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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