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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Jan 18. 2017

진정한 포르투갈을 만나고 싶다면

#75. 포르투갈 포르투

한 나라를 대표하는 여행지를 꼽는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단순히 수도라고 해서 그 나라의 모든 것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며

반드시 익히 알려진 도시들만이 그 나라의 모든 매력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나라를 대표하기에 충분한 도시라는 것은

이 도시만큼 제대로 느껴보지 않고선

그 나라를 논할 수 없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나에게 포르투갈을 느끼고 싶거든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포르투’라 말하겠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곳에서야

이곳이 포르투갈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포르투는 도착한 기차역에서부터 연신 포르투갈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을 낭만적으로 남은 빈티지한 색감과

포르투갈의 대표 건축양식인 아줄레주가 벽면 한가득 채워진 상벤투 역

수많은 여행자의 첫 설렘을 기차에 실어 날랐을 것이 분명했다.     



포르투에선 포르투갈에서 맛보지 않으면 안 될 대구 요리인 바칼라우의 수만 가지 요리법이 존재한다.

운이 좋다면 골목 어귀에 작은 가게에서 나만의 인생 대구요리를 만날지 모른다.


음식을 맛봤다면 독하지만 달콤한 매력에 

쉽사리 손을 놓지 못하는 포르투갈 전통 와인인 포트와을 맛볼 차례다.

아름다운 강가 저편에 자리한 와이너리라도 들를 때면 

이곳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갈 조그만 시간의 틈조차 아까워지곤 한다.

 


무엇보다 포르투에선

언제고 어디서고 얼마만큼이고

내가 놓는 발걸음 하나하나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아름다움들이 차오른다.


골목 사이사이 자리하고 있는 상점들과

온통 가파른 언덕으로 채워진 거리마저

오랜 역사와 짙은 세월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낡은 낭만의 멋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것은 포르투의 밤이다.

노란 가로등 불빛이 켜지는 저녁이 되면

황금물결이 강물을 따라 흐르고 사람들은 모두 강가로 나와 노을을 바라보기도 하고

아름다운 다리 위에 올라 저무는 강물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한다.

행복을 가득 머금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엔 밤새도록 흥겨운 음악과 불빛이 멈추질 않는다.


이토록 예스럽고 빈티지한 낭만과

무엇으로도 꾸며낼 수 없는 세월의 아름다움이 넘치도록 흐르는 이곳이 바로 포르투이다.

그래서 난 언제고 단연코

포르투일 수밖에 없다.




강가를 따라 걷는다.

낮이고 밤이고 강가에 자리한 널따란 노천카페들은

언제나 사람들의 흥겨움으로 한산할 새가 없다.     


갈매기가 머리 위를 날아다닌다.

언덕을 올라 좁다란 골목으로 들어선다.

그 하늘 위에도 여전히 갈매기가 날아다.

도심 한가운데서 마주치는 갈매기라니.

이 또한 포르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 이리라.   



언덕을 올라 10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렐루 서점으로 향했다.

해리포터 서점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비가 오는 아침에도

줄을 선 사람들로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우산을 접고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선다.

오래된 원목으로 장식된 내부는

흡사 영화 세트장이라 해도 믿을 만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걸린 줄 사이에 꽂혀있는 앙증맞은 전구들과

벽면 한가득 채워진 오래된 책들,

그리고 가운데 놓여있는 빨간 카펫이 깔린 기다란 계단까지.


아무런 기대 없이 들어온 누구라도

이곳에서만큼은 영화 속 낭만을 그대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삐걱삐걱

오래된 바닥이 소리를 낸다.

그 소리가 따스하다.

거짓이 아닌 진짜의 세월을 담고 있어 좋다.


빙글빙글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2층에는 수많은 책장과 앤틱한 조명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이런저런 책을 펼쳐보며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기도 하고,

오래된 소품을 만지작거리며 서점의 향기를 온몸으로 느껴보기도 한다.



이미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버린 탓에

조용히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는 사람들이 꽤나 줄어들었지만

그 한편에서 나는 잠시나마 상상을 해본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곳에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서점의 문을 열어보니

마침 그곳이 노란색 전구가 반짝거리는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이 반기는 이곳이라면 어떨까.     


그곳에서 몇몇은 한참을 서서 책을 고르기도 하고

때론 책을 읽다 잠이 드는 사람들도 있는

그렇게 여유롭고 한가로운 그곳의 한 순간에서

나도 그들처럼 오랜 시간을 흘려둔 채 하염없이 하루를 보내는

나른한 상상을 그려보며 그 속에 작은 바람을 실어본다.   



렐루 서점을 나와 다시금 골목을 걷는다.

지나던 길에 빈티지한 소품들이 한가득 놓인 진열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한 평 남짓 되어 보이는 작은 가게 창가에는 커다랗게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Time to Chocolate....


그러고는 나도 모르게 가게 문을 열었다.

초콜릿을 먹어야 할 것만 같았다.

왠지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작은 가게 안에는 조그만 테이블이 두어 개쯤 놓여있고

나머지 한쪽 벽에는 커다란 벽장에

온갖 종류의 초콜릿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 사이사이를 채워놓은 다양한 소품들은

이 가게에 어울리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매력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었다.



사실은 초콜릿보다 이 가게의 묘한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왔던 터였다.

유독 작은 지구본이 눈에 들어와 무작정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가게 안엔 지구본은 없었지만

기분 좋은 달콤한 초콜릿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초콜릿을 하나 사들고 나가고 싶어 이리저리 보던 그때,

포트와인으로 만든 생초콜릿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그 맛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어 대뜸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작은 그릇에 앙증맞게 올려진 까만 초콜릿.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과 포트와인이 만나니

묘한 달콤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기분 좋은 달달함을 한껏 채워 넣고는 

다시 오래된 골목길로 나섰다.


포르투의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구름은 하염없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이젠 또 어디로 걸어가 볼까.

지도 없이, 고민 없이, 이유 없이.

그저 그렇게 내 발길이 닿는 대로.

그저 내 마음이 이끄는 그대로.


어느 곳을 걸어도 빈티지한 낭만이 작은 구석까지도 새어 들어있는 이곳은 포르투이다.



가끔 정말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날이면,

전혀 낯선 골목과 전혀 낯선 색감이 가득 채워져 있는

오랜 세월이 묻은 곳에서라야 마음이 조금 놓일 것 같은 날이면,

아마도 그날은 포르투로 향해야만 하는 날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난 오늘도 단연코 포르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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