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리 패키지여행의 특징, 발리는 어떤 곳일까?
발리는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 중 하나로, 그 크기가 제주도의 세 배 정도로 매우 큰 편에 속한다. 지도로 보았을 때는 섬이 그다지 커 보이지 않지만, 공항이 위치한 덴파사르와 그 주변의 핵심 도심인 꾸따, 르기안, 스미냑과 같은 장소들을 제외하면 섬 전반적으로 숲과 산들이 많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인 발리는 한국의 제주도와 많은 부분에서 비교가 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공통점은 두 섬 모두 ‘화산으로 인해 생겨난 섬’이라는 점이다.
제주도에도 한라산이라는 매우 높은 활화산이 존재하듯이, 발리 중심에도 ‘아궁산’이라는 거대한 활화산이 존재한다. 산의 높이는 한라산보다 높은 해발 3,142m의 대형 화산이며, 1808년 이후 지금까지 수시로 분화하고 있다. 한라산은 마치 휴화산이나 사화산처럼 현시점에서 분화의 걱정을 당장 할 필요는 없지만, 아궁산은 최근까지도 분화하여 관광객들을 불안하게 하곤 한다.
1963년에는 아궁산이 대규모로 분화하여 약 1,000여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고, 2017년에도 한 차례 더 분화하며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한 바 있다. 2017년은 나 또한 여행사에서 근무하던 시기였기도 한데, 당시 발리로 여행을 떠나 있던 고객들이 공항에서 발이 묶여 약 3~5일 정도를 강제로 발리에서 더 체류해야만 했다. 발리로 여행 예약을 이미 했다가 화산으로 인해 출발 직전에 발리로 떠나지 못하게 된 고객들의 경우에는 부랴부랴 급한 대로 태국이나 필리핀, 괌 등의 다른 여행지역으로 항공 및 숙소를 변경해 처리해야만 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 경우에는 자연재해에 의한 여행 불가의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이나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여행사에서 고객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발리에 체류하고 있는 고객의 경우에는 불편함이 없도록 현지에서 최대한 잘 케어하는 방법밖에 없으며, 출발 직전의 고객들에게는 불편함 없이 지역 변경 작업이나 취소 등을 도와줄 수밖에 없다. 갑작스러운 문제 발생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고객들의 컴플레인이 아우성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여행사 또한 화산에 의한 자연재해는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할 뿐 그 이상의 무엇을 해 줄 수 없는 점이 아쉬울 뿐이었다.
신기하게도, 당시 발리를 여행하던 중에 갑작스러운 화산으로 인해 강제로 체류하게 된 고객들의 경우에는 의외로 큰 불만이 발생하지 않았었다. 어차피 화산으로 인해 강제로 고립되었는데 어쩔 수 없지 않나 하는 마음과 함께, 화산이 터졌음에도 주요 관광지인 꾸따, 르기안, 스미냑, 사누르, 누사두아, 울루와뚜 등의 발리 남부 지역은 여행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멀쩡했기 때문이다. 화산이 분화하며 문제가 발생한 지역은 아궁산 분화구로부터 약 10km 정도 거리 내에 있는 장소들이었으며, 실제로 관광명소로 잘 알려진 발리 남부의 경우 아궁산 분화구로부터 약 60~70km 떨어진 곳이다 보니 체감상 화산이 터진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당시 여행사에서는 항공편이 재개될 때까지 최대한 빠르게 가성비 좋은 객실을 잡아 주었으며, 늘어난 날짜만큼의 여행 경비는 고객이 지불해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가이드가 지속적으로 고객을 케어하였으며 늘어난 여행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오히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여행을 다녀온 고객이 홈페이지에 ‘화산까지 체험하는 이색적인 경험이었다’는 만족스러운 후기를 너스레를 떨며 남기기도 했다.
< 발리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화산인 아궁산의 모습 >
그렇다고 발리의 아궁산을 하와이의 빅아일랜드 섬과 같이 화산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분화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영화나 뉴스, 인터넷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산의 비주얼과는 사뭇 다르며, 아궁산 분화 때에도 용암이 넘쳐 흐르는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거나 한 것은 아니다. 2017년 아궁산 분화 당시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화산재가 날려 하늘을 뒤덮었는데, 이러한 화산재가 바람에 날리며 항공기 운영에 치명타를 입히게 된 것이다. 화산재가 항공기에 유입되면 기체 결함으로 인해 최악의 경우에는 추락까지 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화산이 터진 당시에는 발리 응우랄라이 국제공항이 폐쇄되며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모든 비행편이 결항 처리되었다.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분진이지만, 이러한 분진 때문에 약 1주일 정도 모든 항공편이 뜨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항공사와 공항측의 입장에서는 초대형 자연재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당시 국내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항공 측에서 발리 인근의 다른 공항인 수라바야 공항으로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이 모색되었으나, 실제 전세기가 수라바야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발리의 응우랄라이 공항이 정상화되며 문제가 해결되었던 바 있다.
발리의 화산은 ‘불의 고리’와 연관이 깊다. 뉴스나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서 불의 고리에 대한 이슈가 최근까지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국가 내 다수의 섬이 이 불의 고리 내에 들어가 있다. 그렇기에 인도네시아 곳곳의 여러 섬에서 지진이나 화산 분화가 발생하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불의 고리는 태평양 연안 지역을 아우르는 고리 모양의 환태평양 조산대를 일컫는 말로, 이 지역에 활화산들이 말 그대로 고리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기에 불의 고리라고 불린다. 발리를 포함한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인 일본, 대만, 뉴질랜드, 미국 서부 및 남미 서쪽 해안지역까지 포함한 불의 고리, 여기서는 심심치 않게 화산과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일본만 해도 수시로 지진 및 화산 분화가 종종 일어나는 편이며, 인도네시아 또한 잦은 지진과 화산 분화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심심치 않게 뉴스에서 보도되는 인도네시아의 화산 문제 때문에 발리로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여행객들이 불안에 떨곤 한다. 실제로 인터넷에 인도네시아 화산 혹은 지진을 검색하면 생각보다 최근까지도 화산 분화 및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화산 분화 뉴스에서는 사망 및 부상자까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불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발리의 아궁산 또한 1963년의 분화로 인해 약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여행사의 여행 상담 중에도 ‘발리에서 화산이 터질 수 있는데, 발리가 과연 화산과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고객들이 종종 있을 정도다.
물론 위에서 설명한 대로 현시점에서 발리 여행을 화산 때문에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사고에 대비할 수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발전된 화산 예보로 미리 화산에 대한 대책 마련과 안전 지역으로의 대피가 가능하며, 애당초 발리의 유명 관광명소들은 화산이 발생하는 아궁산에서부터 제법 먼 거리에 있기에 직접적인 화산 피해를 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인도네시아 내에서 발생하는 잦은 화산 분화로 인해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인도네시아는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국가이며 섬과 섬 사이의 거리가 멀고 그 넓이가 매우 넓어 발리 외 다른 섬에서 발생하는 화산으로 인해 발리 여행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물론 발리 혹은 주변 다른 인도네시아의 섬에서 발생하는 화산 분화에 의한 화산재로 인해 항공편 지연 및 연착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지 않지만, 이는 태풍이나 강풍과 같은 여타 다른 자연재해로 인한 항공편 문제 발생 가능성과 확률상 차이가 거의 없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확률로만 따진다면 발리보다 오히려 다른 국가에서 발생하는 여행의 문제가 더 많은 편인데, 유럽의 소매치기 및 인종 차별 문제, 미국의 총기 사고 문제, 여러 개발도상국의 치안 문제 등에 비하면 발리의 화산 문제는 비할 바 없다는 뜻이다. 발리라는 지역이 불의 고리 안에 있어 화산 분화가 있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정도만 기억하고 여행을 하면 되지, 굳이 이러한 이유로 인해 발리 여행을 포기하는 것은, 마치 내가 비가 오는 날 번개를 맞을까봐 외출하지 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제주도의 한라산 주변에는 화산으로 인해 생겨난 기암괴석, 아름다운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다. 이는 발리 또한 다르지 않으므로 기회가 된다면 아궁산 근처의 여러 여행 포인트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다른 지역의 화산 관련 관광 명소처럼 용암이 흐르는 활화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소는 없지만, 화산으로 인해 생겨난 화강암 절벽, 폭포, 정글을 돌아볼 수 있는 트레킹 장소가 많아 건강과 힐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구권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궁산 동쪽으로는 많은 절벽과 사원이 있으며, 이국적인 경치와 아름다운 사원의 모습으로 인해 SNS를 즐기는 여행객들의 성지가 되었다. 국내의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패키지여행 프로그램에는 아궁산을 중심으로 하는 여행 코스가 포함된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다른 지역의 패키지여행 프로그램보다 상대적으로 일정이 여유로운 만큼 관심이 있다면 가이드와 시간 조율을 해서 아궁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직접 느껴보길 권장한다. 발리는 동남아시아의 관광지들에 비해 거리가 멀고 많은 예산이 필요한 만큼 화산 폭발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 두고, 남들이 다 가는 관광명소들만 보고 올 것이 아니라 화산으로 인해 생겨난 독특한 명소들을 놓치지 말고 다 눈과 마음에 담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미스터모의 여행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