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앉아있는 돌무더기 앞, 오른쪽으로 세 걸음을 더 가면 각양각색의 꽃들이 있다.
꽃을 머금은 흙 밑에는 한때 사람이었던 것의 뼛가루가 묻혀있다.
내가 익히 잘 알던 사람.
내가 아빠라고 부르던 사람.
재가 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내 마음은 여전히 맹하다.
저 뼛가루가 누구의 것인지를 부정하는 듯하다.
온몸으로, 뇌로, 기억으로 강렬히 부정하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동생과 함께 온 이곳은 어쩐지 북적북적하여 발랄한 분위기마저 난다.
허나 언젠간 동생과 둘이 오게 되겠지.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그래왔고, 그럴 것처럼.
나 또한 저 꽃 밑의 뼛가루가 되고 싶다.
그저 사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