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시간 끝에, 우리는 다시 만난다.
아침 공기가 달라졌다.
혼자 살던 때는
아침이 느슨하게 흘렀다.
눈을 뜨고도 한참을 침대에 누워 있었고,
커피 한 잔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마셨다.
지금은
집 안에 다른 리듬이 하나 더 있다.
아내는 생각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조용히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아직 완전히 밝아지지 않은 거실에서 일을 시작한다.
나는 그보다 조금 늦게 일어난다.
부엌에 나가면
이미 한 번 움직이고 지나간 흔적들이 있다.
컵이 하나 나와 있고,
의자가 살짝 밀려 있다.
그걸 보면
이 집이 이제 혼자 쓰는 공간이 아니라는 게 실감난다.
처음엔 그게 어색했다.
같이 있는데
같이 있지 않은 느낌.
말을 걸어야 할 것 같고,
괜히 같은 공간에 앉아 있어야 할 것 같고,
혼자 있는 시간인데도 혼자가 아닌 상태.
그 중간 어디쯤에서
자꾸 서성거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편해지기 시작했다.
굳이 말을 걸지 않아도 괜찮고,
같이 있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다.
나는 내 일을 하고,
아내는 자기 일을 한다.
서로의 시간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같은 공간을 나눠 쓰는 방식.
그게 생각보다 단단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같이 살고 있다’는 느낌이 났다.
그리고 저녁.
해가 기울고 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오늘 어땠어?”
짧은 질문 하나.
“그냥... 조금 바빴어.”
대답도 짧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몇 마디로 하루가 다 전해진다.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표정에서, 목소리에서
대충은 다 읽힌다.
그게 좋았다.
예전에는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야 안정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안다.
각자의 시간이 있어야
다시 만나는 시간이 더 또렷해진다는 걸.
우리는 지금
같이 붙어 있는 법이 아니라,
각자 흘러가면서도 함께 있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서로 다른 속도로 하루를 보내고,
결국 같은 저녁으로 돌아오는 삶.
그 리듬이
이제 조금씩 몸에 붙고 있다.
같이 있는 건
같은 시간을 쓰는 게 아니라,
같은 곳으로 돌아오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