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는 소리

둘의 관계에도 계절이 스민다.

by 피터팬

아침에 문을 열었을 때,
공기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어제와 같은 집인데,
같은 창문을 열었는데,
바람의 결이 다르다.


제주의 계절은
달력보다 먼저 움직인다.


어느 날은 바람이 얇아지고,
어느 날은 햇빛이 깊어진다.
그리고 또 어느 날은,
그 모든 게 조용히 바뀌어 있다.


우리는 그 변화를
늦게 알아차린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은 공간에 머물면서도
그저 익숙하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문득 그런 순간이 온다.


말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는 걸,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조금 길어졌다는 걸,

괜히 아무 말 없이도
같이 있는 게 편해졌다는 걸.


계절이 바뀔 때처럼,
관계도 그렇게 변하고 있었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분명 어제와는 다른 온도.


조금 덜 서두르고,
조금 더 기다리게 되는 마음.


예전에는

말로 확인하려 했던 것들이
이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진다.


바람이 바뀌듯,
우리도 그렇게 바뀌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게,
소리도 없이.


그래서 더 오래 남는 변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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