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 강도 사건

상파울루에서 리우 데 자네이루로 이동 - 2015/04/24금)

by 민경화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카우치 서핑으로 현지인들의 숙소에 머물며 그들과 생활하면서 현지인들과 교류하고 싶어서 각 나라별로 여러 곳에 호스팅을 의뢰해뒀었다. 그런데 올디마의 집에서 2박 3일을 지내면서 느꼈던 점이, 통제되지 않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것이 예상과 달리 초대한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어젯밤 호스트 가족과 함께 했던 저녁식사와 즉흥적인 재즈 연주는 여행지에서 누구라도 꿈꾸었을 그런 영화 같은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을 제외하고는 호스트에게 폐를 끼치는 것만 같아서 머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이후로 숙소는 음식을 직접 해먹을 수 있는 호스텔을 주로 이용하기로 하고 카우치 서핑에 올렸던 문의와 요청의 글들을 모두 내렸다.

이렇게 해서 올디마는 우리의 라틴아메리카 여행에 있어서 처음이자 마지막 카우치 서핑 호스트가 되었다. 그의 호의와 친절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우리가 준비해온 한국식 부채를 선물로 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도 한국에 가게 되면 우리 집에 꼭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상파울루에서 2시 2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1시간 후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버스로 이동했다면 6시간 거리인데 브라질의 치안이 좋지 않음을 감안해서 항공권이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내의 이동은 모두 비행기로 이동했다.

리우의 갈레앙 국제공항에서 헤알 버스(Real bus)를 타고 한 시간 넘게 걸려 이빠네마 해변에 도착하니 어느새 해 질 녘이 되어 있었다. 호스텔 골목을 찾아야 하는데 방향감각이 없어서 길에서 만난 중년 여성에게 길을 물으니 지금은 위험한 시간이니 오늘 밤은 아이들과 함께 근처 호텔에서 자고 내일 날이 밝으면 길을 찾으라며 내게 진지한 눈빛으로 충고해줬다. 그녀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집스럽게 제나를 유모차에 앉히고 큰 배낭을 짊어지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가며 호스텔 골목으로 찾아다닌 끝에 어렵사리 호스텔 골목에 도착했다. 그런데 성수기인 데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라 방이 모두 꽉 차서 우리가 묵을 방이 없단다. 그래서 그 골목에 배낭을 내려놓고 형주 더러 지키라고 하고 제나 손을 잡고 숙소를 찾아 길을 나섰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흑인계 사내아이가 내 목걸이를 움켜쥐고는 달아나 버렸다. “도둑이야!”하고 소리쳤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 마치 늘 있는 일이라 별일 아니라는 듯이. 옆을 지나가던 여성이 다가와서는 다치지 않았으면 다행이라며 귀금속을 하고 어두운 시간에 다니면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말하며 지나갔다. 그뿐이었다.

‘이래서 브라질이 위험하다고 하는구나......’ 불안한 치안을 실감하며 넋이 빠진 채 호스텔 골목으로 돌아왔다. 처음 만났던 그 중년 여성의 말이 옳았다. 어두운 시간의 밖은 위험하다. 오늘 밤에는 밖으로 나가지 말고 무조건 호스텔 골목에서 지내야 한다. 노숙을 하는 한이 있어도.

우리 사정을 들은 호스텔 중 골목 끝에 위치한 오션 호스텔의 젊은 사장이 공사 중인 건물에 싼값에 머무르라고 권하기에 들어가 보니, 작은 2층 건물에 환풍기와 2층 침대가 있고 침대 맞은편에는 시멘트 포대와 시멘트 가루, 작업용 도구들이 놓여있는 다섯 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공사 중이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난간이 없어서 2층에서 아래층을 굴러 떨어질 위험이 있는 험한 공간이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또 단독으로 그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안심이 돼서 그곳에 짐을 풀었다.

일단 배낭으로 2층 난간에 벽을 쌓아놓고 저녁을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갔는데 거기서 다시 오션 호스텔의 젊은 사장을 만났다. 영국에서 왔다는 그는 인도에서 호스텔을 운영하시는 어머니의 뒤를 이어 브라질 리우에서 작은 호스텔을 두 곳이나 경영하는 어엿한 청년 사업가였다. 직원을 많이 두지 않고 지저분한 곳이 눈에 띄면 직접 치우고 닦는 부지런한 성격 덕분에 호스텔은 늘 질서 정연하고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아직도 목걸이 강도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게 그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았으니 그것만이라도 다행으로 여기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 왔다. 그의 말마따나 더 나쁜 상황이 아닌 것에 감사하려고 애쓰며 잠을 청했지만 통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리우에서의 첫 번째 밤이다.


277258485609FF491F6ECE 호스텔 주인인 영국 청년과 그가 키우는 도도한 고양이 라냐
23771A485609FF4D1BABAA 사건 다음날 아침의 호스텔 골목- 공용으로 쓰는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호스텔들이 양 옆으로 늘어서 있다. 우리네 여인숙 골목 처럼.
23703E485609FF5220DB6F 매일 저녁 식사를 하던 호스텔 골목 바로 옆의 뷔페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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