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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화 Dec 28. 2017

아들과 함께 살사 춤을

콜롬비아, 깔리 - 2015/07/31(금)

오늘은 여행 생활자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찾아보면 가볼만한 명소야 왜 없겠는가마는 깔리는 살사의 도시로만 기억하고 싶었다. 장을  장 봐다가 밥해먹고 오후에 숙소에서 한다는 살사 춤 레슨에 참가하는 정도가 오늘의 할 일이다.

우리 옆 방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여행 온 젊은 화가 커플이 머물고 있었는데 제나가 그들을 좋아하고 잘 따르니 그들도 제나를 무척 예뻐해 줬다. 그들 곁에 앉아서 함께 그림을 그리며 노는 제나를 숙소에 남겨두고 형주와 함께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왔다. 

놀랍게도 깔리의 마트 정육점에서 사 온 삼겹살은 기막히게 맛있었다. 주방에서 밥에 고추장에 상추까지 한상을 차려 놓고 마늘과 양파와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자니, 마치 한국의 우리 집에서 신문지를 깔아놓고 무쇠 솥뚜껑에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숙소에 머무는 사람들은 온 집안에 퍼지는 요란한 삼겹살 굽는 냄새와 그 소리에 홀린 듯이 주방 앞을 서성였는데, 쌈을 싸서 주려고 하면 부담을 느꼈는지 손사래를 치고 물러섰다.

질펀한 삼겹살 파티를 마치고 오후에는 숙소에서 제공되는 살사 춤 레슨에 참가했다. 

강사의 설명에 맞춰 기본 동작을 배우고 나서 음악에 맞춰 살사 춤을 추려니, 스텝이 엉켜 서로 발을 밟고 서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다가 머리를 부딪히기도 하며 난리법석이 되었다. 형주와 내가 춤을 추고 있으니 질투심이 폭발한 제나가 자기도 끼워달라고 떼를 쓰는 바람에 레슨에 방해가 될까 봐  형주만 수업에 남겨 두고 제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아쉽긴 했지만 잠시나마 아들과 두 손을 맞잡고 서로의 맨발을 밟아가며 눈을 맞추고 살사 춤을 췄던 그 시간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예쁜 추억이다.


옆 방에 머무는 아르헨티나 화가 아가씨
장 보러 가는 길
깔리의 마을버스 격인 픽업트럭. 짐칸이 승객탑승용으로 개조되었다.
삼겹살 파티
식후 수박 한쪽은 불로장생이라.
살사 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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