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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화 Dec 28. 2017

깔리 식 강강술래

콜롬비아, 깔리: 동물원, 산 안또니오 공원 - 2015/08/01(토)

오늘 밤 보고타로 떠난다. 

숙소 주인의 권유에 따라 오전에는 동물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독사 박물관과 이과수의 새 공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립동물원에 이어 남미 대륙에서 네 번째 동물원 방문이다. 깔리의 동물원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동물원보다 크기면에서 아주 작았고 사육되고 있는 동물의 종류도 많지 않았지만, 다른 동물원에서 볼 수 없었던 남미의 깊은 정글에 사는 동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원숭이의 종류가 많았는데 그 종류가 무려 20여 종이 넘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원숭이에서부터 판다처럼 생긴 원숭이, 햄스터만큼이나 작은 원숭이 등 원숭이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했다.

작은 동물원이어서 다 둘러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시 쉬려고 벤치에 앉아 토요일 오전 동물원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깔리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이 평화롭고 참 예쁘다. 


남미의 정글에 사는 동물들
주말 동물원에 나들이 나온 가족들


동물원에서 일찍 돌아와 점심을 먹고 우리는 숙소에서 10분 거리의 산 안또니오 공원으로 향했다. 별다른 기대 없이 그저 공원에서 파는 주전부리를 먹으며 주말의 공원 풍경을 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는데, 언덕을 따라 난 공원의 산책로를 오르자 깔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공원으로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연인들로 공원은 북적였고, 한 켠의 작은 공연장에서는 큰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민속음악에 맞춰 공원에 사람들이 큰 원을 그리며 둥글게 돌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춤을 리드하는 사람은 우리네 기 수련자들이 입는 것과 비슷한 헐렁하고 단순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참여한 일반인들이 따라 하기 쉬운 춤 동작을 알려주며 서른 명 남짓한 사람들과 함께 춤판을 벌였다. 어제 숙소에서 살사 레슨을 받지 못해 속상했던 제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춤 동작을 따라 했는데 제나 옆에서 제나와 커플이 된 청년은 제나의 눈높이에 맞춰주며 손을 맞잡고 흥겹게 춤을 췄다. 일반적으로 살사라고 알려진 그 라틴 리듬과 남녀 커플의 춤 외에도 이렇게 군무에 어울리는 민속음악 풍의 살사와 아프리카 민속춤 같은 군무도 살사의 한 종류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좀 더 오래 머물며 살사 음악에 대해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해 볼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짧은 일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공원에서 숙소로 돌아와 미리 챙겨 둔 배낭을 짊어지고 보고타행 야간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이피알레스에서 깔리로 오는 야간 버스가 더웠기 때문에 보고타행 버스도 더우리라 예상해서 짧은 옷을 입고 탔는데, 예상은 늘 빗나가게 마련이다. 이 구간은 냉동 버스였다. 침낭을 넣은 배낭을 버스 짐칸에 넣어두어서 쓰지도 못하고 덜덜 떨며 밤을 꼬박 지새우다시피 했다.

숙소 앞, 창이 예쁜 집
산 안또니오 공원
사람들 속에 섞여 군무를 추는 제나
깔리의 동네 언니들
제나와 파트너가 된 청년
공원내 간식을 파는 노점상들. 특이하게도 흰색 복장을 맞춰 입고 있다.
산 안또니오 공원에서 내려다 보이는 깔리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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