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타고 국경 넘기

브라질에서 아르헨티나 이과수로 이동 - 2015/04/30(목)

by 민경화

오늘은 버스를 타고 브라질 국경을 넘어 아르헨티나로 이동하는 날이다.

터미널 옆의 정류장에서 장거리 버스를 타고 브라질 국경까지 가서 브라질 국경 사무소(Passport Control)에 내려 여권에 출국 도장을 받은 후 다음에 오는 버스를 잡아탔다. 그 버스는 아르헨티나 국경까지 이동 후 입국도장을 받은 동안 기다렸다가 다시 우리를 태우고 아르헨티나로 들어왔다.

9923DA3359EEA6DD1F99A3 브라질 이과수 시내. 아르헨티나로 가는 버스 정류장.
99062A3359EEA6DC129579 브라질 이과수 국경의 출국 사무소
99E2493359EEA6DC144E74 브라질 출국사무소에서 출국 확인 후 아르헨티나로 가는 버스 기다리는 중

버스를 타고 이렇게 간단한 절차를 밟고 국경을 넘다니, 60년 넘게 북한과 정전 중인 우리나라로써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10년쯤 전에 친정엄마를 모시고 금강산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었는데, 당시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북한 국경(엄밀히 말하자면 군사 분개선)을 넘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의 이 ‘간단한 국경 넘는 절차’는 그저 옆 동네로 마실 가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어서 빨리 통일이 돼서 버스나 기차로 중국, 몽고에도 가고, 러시아와 그 너머 유럽까지 갈 수 있게 되는 날을 꿈 꿔본다.

브라질에서 넘어온 버스는 한 시간 만에 아르헨티나의 뿌에르또 이과수 터미널에 도착했다. 뜨거웠던 브라질과 달리 이곳은 가을이다. 나무도 하늘도 바람도 가을의 그것이었다.

터미널 근처라는 것 외에는 딱히 장점이 없는 호스텔(Peter pan)에 짐을 풀면서 귀에 익숙한 영어 발음을 구사하는 한국인 배낭여행자인 민희웅 씨를 만났다. 정말 신기하게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든 잘못하는 사람이든 한국인의 영어는 여러 사람 속에 섞여 있어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단일 민족이라는 특수성 때문일까, 획일화된 영어교육의 결과일까. 아무래도 후자 쪽을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 방송국의 피디인 그는 한 달간 혼자 남미를 여행하고 있다고 했다. 집에 제나 만한 아이들을 두고 온지라 제나를 보니 아이들 생각이 더 난다며 제나를 무척 예뻐해 주었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호스텔의 저녁 풍경. 호스텔 주인 딸과 그림 삼매경에 빠진 제나

그와 함께 은행에서 현금인출도 하고 아침거리와 간식거리를 사러 마트에도 가고 다음날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에서 할 보트 투어도 예약하며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보냈다. 그가 소개해 준 덕분에 당시 남미를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 현지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 카톡방 ‘남미 사랑’에 초대되어 요긴한 정보들을 얻기도 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를 올리기도 하며 여행 내내 큰 도움을 받았다.

브라질에서 한 시간을 넘어왔을 뿐인데도 계절뿐만 아니라 마을 분위기와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직설적이고 감정적인 브라질과 달리 아르헨티나는 좀 더 부드럽고 여유 있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단순히 도시와 시골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아르헨티나에서의 첫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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