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아띠를 조심해!"

브라질, 이과수: 이과수 국립공원, 새 공원 - 2015/04/29(수)

by 민경화

깨끗하고 쾌적한 방에서 푹 자고 일어나서 숙소에서 뷔페식으로 제공하는 풍성한 식단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으니 몸과 마음이 제대로 충전된 느낌이다.

오늘은 이과수 국립공원에서 하루를 보낼 것이다.

버스 터미널 입구에서 버스표(우리네 예전 회수권 같이 생겼다.)를 사서 이구아수 국립공원으로 가는 버스 뒷좌석에 나란히 자리 잡고 앉고 보니 유독 우리 셋만 수영복 차림이었다. 안개비처럼 내리는 폭포의 포말에 젖을 것을 대비해서 미리 그렇게 입고 간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드레스 코드를 잘못 잡은 모양이다. 하루 종일 따가운 시선에 시달릴 각오를 단단히 해야겠다.
시내를 구석구석 돌아 나온 버스는 한적한 시골길을 한 시간쯤 달려 이과수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이른 시각이었는데 공원 매표소에는 벌써부터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다행히 매표창구가 워낙 많아서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공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버스 지붕이 없는 2층 공원 셔틀버스를 타고 시원한 숲 바람을 맞으며 포장된 공원길을 따라 달리는데 녹음이 우거진 숲에서 온갖 새소리가 방문객들을 반겼다.
폭포로 들어가는 산책로가 시작되는 곳에서 하차하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너구리처럼 생긴 동물 꾸아띠들이다. 버스 좌석에도 손에 먹을 것을 들고 있다가는 꾸아띠에게 공격을 당할 수 있으니 절대 먹을 것을 들고 다니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는데, 이 녀석들은 사람들이 오면 피하기는커녕 먹을 게 있나 탐색을 하느라 사람들을 따라다니기도 했다.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져 자연에서 먹이를 찾기보다 사람들 근처를 배회하는 방법을 선택한 녀석들의 영민함이 안쓰럽다.

99AC843359EE9004159E75 이과수 국립공원을 배회하는 꾸아띠


아직 폭포는 보이지도 않는데 멀리서 폭포 소리가 먼저 우리를 맞았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몇 걸음을 옮기자마자 첫 번째 전망대가 나타나면서 반대편의 폭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기서 보이는 폭포의 규모도 굉장했지만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걸을수록 각도에 따라 숨겨져 있던 폭포들이 드러나면서 폭포의 규모는 점점 커졌고, 가까이 다가가 갈수록 커지는 폭포의 소리에 먼저 압도당했다. 그렇게 2km 정도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폭포의 바로 앞에 다다랐다.

‘장관(壯觀)’이라는 말은 아마도 이런 곳에서 탄생한 단어일 것이다. 거대한 열대우림을 거쳐 유유히 흘러오던 강물이 갑작스러운 낙하에 놀라 산산이 흩어지며 비명을 지르는 듯하다.

99C2003359EE90881D0B06 폭포 파노라마의 시작


강물이 처음 낙하해서 흘러가다가 두 번째 낙하하기 직전의 그 물길 위에 철제 다리가 놓여있었다. 물살이 워낙 세고 폭포 소리가 커서 제나는 그 위를 걷기 무섭다며 내게 매달렸다. 강하게 쏟아져 내린 폭포의 포말이 사방으로 튀어서 안개비처럼 흩뿌려져 내리고 뜨거운 햇빛이 그 안개비를 통과하며 여기저기 눈이 닿는 곳마다 무지개를 만들어냈다. 이런 폭포 수십 개가 연이어져서 파노라마로 펼쳐지니 그 크기를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다.
철제 다리 위에 있는 사람들은 물에 젖지 않으려고 우비를 꺼내 입기도 했지만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물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수영복이 잠깐이나마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방수 팩에 넣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자 옆에서 물에 젖을까 걱정하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던 사람들이 일제히 우리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척 꺼내 보인다. (2년이 지난 지금에야 물에 담가도 되는 휴대전화가 나왔으니, 이제 이런 에피소드는 구닥다리 옛날 얘기가 되어 버렸다.)


9938EE3359EEA32B182670 폭포수가 흘러가는 강물위의 철제 다리 위


99755A3359EE91BD0F3036 철제 다리 끝 폭포수의 낙하 지점에서

철제 다리의 끝부분까지 걸어가서 2차로 낙하하는 폭포와 옆으로 계속 이어진 수십 개의 폭포가 만들어내는 장관을 오래도록 보고 싶었으나 계속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없어서 철제 다리를 돌아 나와 그 옆에 1차 낙하지점에 조금 못 미치는 높이에 설치된 전망대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낙하하는 폭포의 바로 앞까지 다가간 셈이다. 쏟아져 내리는 물을 잠깐 바라보았을 뿐인데도 어지럽고 아찔해서 오래도록 서 있을 수가 없어서 바로 내려와야 했다.

998BD93359EE93DB1166B8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전망대
99BFEA3359EEA368190FD8 전망대 바로 앞에서 폭포수가 떨어지며 장관을 이룬다.

약 1억 2천만 년 전 거대한 단층운동에 의해 생겨난 이과수 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의 3개국에 걸쳐 흐른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브라질 쪽에서 17만 ha, 아르헨티나 쪽에서 22만 ha를 점유하고 있다. 브라질 쪽 이과수의 특징은 271개의 폭포 전체를 멀리서부터 가까이로 다가가면서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하는데,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과수 국립공원에서 나와 우리는 길 건너편에 있는 새 공원(Parque Das Aves)으로 향했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앵무새인 투칸(Tucan)을 종류별로 볼 수 있었다. 그림이나 장식품에서 그려진 투칸의 부리가 굉장히 크고 색깔도 화려해서 조금 과장되게 표현했으려니 생각했었는데, 투칸은 실제로 몸에 비해 굉장히 큰 부리를 가졌고 그 부리와 깃털은 장식품이나 그림에 그려진 색깔보다도 훨씬 화려했다. 그렇게 큰 부리를 달고 과연 날아다닐 수 있을까 싶었지만 녀석들은 옆으로 열린 우리 사이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녔다. (나중에 책을 읽고 안 사실인데, 투칸의 부리가 그렇게 큰 이유는 몸의 열을 넓은 부리를 이용해 식히기 위함이라고 한다.)


99B3DA3359EE94C8184471 날아다니지만 않았다면 인형이라고 해도 믿었을지 모를 만큼 투칸은 화려하고 예쁘다.

투칸 외에도 공원 안에는 800여 종의 진귀한 새들이 넓은 우리 안에서 살고 있었는데 일부 우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우리가 천장이 높고 옆으로 열려 있어서 보다 자유롭게 날아다니거나 걸어 다니며 생활하고 있었다. 특히 앵무새의 종류가 많았고 아름다운 플라밍고와 화려한 나비들, 파충류 등 다양한 동물들이 넓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993FC63359EE96AE22BC50 사람이 가까이 가도 신경쓰지 않고 자기 볼 일만 보고 있는 새들
99D96E3359EE96AE2834F7 언뜻 봤을 때 나무에 핀 꽃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꽃 처럼 예쁜 새들이었다.
99A1523359EE97B42ADE0A 고운 빛깔의 털을 가진 앵무새들
99D8E83359EE96AF27A7F8 이름표에 레아새라고 씌여 있었으나 화식조이다. 머리 끝 부터 발끝까지 강렬한 외모를 가졌다.


저녁 식사는 이과수 읍내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슈하스리까인 버팔로 블랑코(Bufalo Branco)에서 먹기로 했다. 리우에서 먹지 못한 슈하스꾸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했던 형주는 브라질의 마지막 관문인 이곳에서 그 아쉬움을 제대로 날려버리겠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꼬치채로 고기를 들고 나와 썰어주는 웨이터

브라질 남부 지방의 카우보이들로부터 유래된 슈하스꾸는 온갖 종류의 육류를 긴 쇠꼬챙이에 꽂아 소금간만 하고 불에 올려 오래도록 천천히 돌리면서 굽는 방식으로 기름기를 뺀 숯불구이다. 웨이터가 다양한 부위의 쇠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 등의 대형 꼬치를 꼬치째로 들고 나와서 테이블마다 들고 다니며 손님의 접시에 썰어줬는데, 나와 제나는 그 종류를 다 먹어 보기도 전에 배가 불러서 포기해야만 했으나, 쇠붙이도 씹어 먹을 나이인 형주는 종류별로 다 먹어보고 그중에 맛있는 것으로 골라서 한 번 더 먹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얼굴로 포크를 내려놨다.
식사 중에 한쪽에서 흰 옷을 입고 나온 세 명의 중년 남성들이 기타와 민속 악기를 연주하며 브라질 민속 음악과 귀에 익은 남미의 노래들을 불러주었다. 낮에는 이구아수 폭포에서 눈이 호강을 하고 저녁에는 입과 귀가 즐거우니 이만하면 멋진 하루를 보낸 셈이다.
식당을 나와 졸린 제나를 등에 업고 형주와 나란히 걸으며 흐릿한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골목길을 더듬어 숙소로 돌아왔다. 리우에서의 목걸이 강도사건 때문에 바스락 소리에도 바짝 긴장하게 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지만, 시원한 저녁 바람에 나뭇가지 흔들리는 운치 있는 풍경 속에서 그림자 길게 늘어뜨리고 걸었던 이 밤의 정취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브라질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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