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바릴로체: 시비꼬 - 2015/05/13(수)
내일, 우리는 수만 년에 걸쳐 만들어진 빙하와 눈 덮인 안데스 산맥의 도시 엘 깔라파떼로 떠난다. 버스로 30시간을 달려가는 고된 여정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치안상의 이유와 시간상의 이유를 들어 주로 비행기로 이동하며 여행해왔으나 이제부터는 특별한 구간이 아닌 이상 버스로 이동하기로 한다.
바릴로체에서 일주일을 머물면서 직접 식사를 만들어 먹고, 사람들과 섞이고,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여행지를 결정하고,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산책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지내는 동안 우리의 내면에서 뭔지 모를 자신감과 의지가 생겼나 보다.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배낭여행자가 된 기분이랄까. 아침 일찍 터미널로 가서 침대형(Cama) 2층 버스를 구경하고 나서 엘 깔라파떼 행 장거리 버스(Marga bus)를 예약했다. (1인당 790페소: 한화로 118,500원. 세 끼 식사가 포함된다.)
오후에는 아이들과 필요한 물건들을 쇼핑했다. 시비꼬 공원 옆 가판대에서 인디오 여인이 파는 털모자도 사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제나를 위한 문구용품과 간식거리도 샀다. 그리고 바릴로체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기념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쇠고기라는 별명을 가진 쇠고기와 싼 값에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와인도 한 병 사서 푸짐한 저녁상을 차려 먹었다. 아무 일정 없이 그저 식사를 준비하고 필요한 것을 사고 동네 구석구석을 산책하며 현지인들에 섞여 생활인으로 하루를 사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남미 여행 중 기억에 남는 곳마다 작은 깃발을 꽂아 준다면 이곳 바릴로체에는 ‘여기서 1년을 살아보고 싶다.’는 문구의 깃발을 꽂아 두고 싶다. 가을이 이렇게 아름답다면 봄과 여름, 겨울은 어떤 모습일까. 거울보다 맑고 바다 못지않게 깊고 푸른 이 호수는 나머지 계절들을 어떻게 담아낼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