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판 뽕짝 메들리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서 엘 깔라파떼로 이동 - 2015/05/15(금)

by 민경화

리오가셰고스에서 정비와 청소를 마친 버스가 새벽 세시에 다시 출발했다.

버스에 앉아 머릿속으로 아르헨티나 남단 지역의 지도를 펼치고 더듬는 동안 차창 밖으로 아침 해가 떠올랐다.

99A4913359F6088323707C 버스 차창 밖 아침 풍경


1층 운전석 칸에서는 어제 아침 바릴로체 터미널에서부터 운전기사들이 틀어 놓은 반복적이고 흥겨운 리듬의 남미 음악이 흘러나왔다. ‘꿍짝짝 꿍짝짝’ 하는 리듬의 팬플룻 반주에 에스파뇰로 심장 또는 마음이라는 뜻의 ‘호라손’이라는 가사가 자주 나오고 후렴부에 ‘호이 호이’하는 재미있는 추임새가 들어가는 유행가였는데, 우리네 뽕짝 메들리처럼 어디서 끝나고 어디서부터 새로운 노래가 시작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노래를 서른 시간 가까이 반복해서 들었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이 유지되었으니 전 세계 운전기사님들의 취향을 관통하는 뽕짝 메들리에 대한 사랑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버스 안내원 총각이 배급한 네 번째이자 마지막인 도시락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좌석에서 잠깐 일어나 요령껏 스트레칭을 하자니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서 삐그덕 댔다. 남미에서 가장 시설이 좋다는 까마 버스였지만 버스에서의 하룻밤은 온몸의 관절에 통증을 남겼다.


9940733359F64BC60A2137 버스에서 제공되는 식사. 푸짐하고 맛있다.
993AA73359F608850975A1 엘 깔라파떼 근처 차창 밖 풍경


버스가 검은흙으로 뒤덮인 지역으로 진입하자 경찰인지 군인인지 모를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사납게 생긴 탐지견을 대동하고 버스로 들어와 신분증을 검사하고는 내렸다. 군사지역에라도 들어선 걸까.

곧이어 버스는 엘 깔라파떼(El Calafate)에 도착을 알리는 둥근 아치를 통과했다.

이곳에서 딱히 마음에 정해 둔 숙소가 없었던 우리는 바릴로체에서 함께 버스를 타고 온 일행 따라 호스텔(America del Sur)로 향했다. 통나무로 지어진 이 호스텔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본점을 두고 있는 꽤 인기 있는 숙소였는데 터미널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비포장 언덕길을 올라가야 한다는 단점만 빼고는 모든 점이 좋았다. 주방은 그런대로 관리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테이블이 있는 식당에서 언덕 아래로 보이는 마을 풍경이 근사했다.

짐을 숙소에 두고 은행 일을 보고 내일의 빙하투어 예약을 하고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저녁을 해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일찍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99BE313359F60888035FE5 엘 깔라파떼 여행자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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