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꾸스꼬에서 나스까로 이동 - 2015/07/01(수)
꾸스꼬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근처 마트에 가서 남미의 열대과일들을 사다 먹고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다가 배낭에 챙겨 넣고 숙소에서 알게 된 일행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는 꾸스꼬의 명물 중 하나인 12각 벽돌을 보러 길을 나섰다. 작은 돌이 촘촘히 박힌 좁은 골목길을 꼬불꼬불 걸으니 아담한 카페와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선 골목의 한 면에서 12각 벽돌을 찾을 수 있었다. 반듯하지만 여러 각으로 깎여서 빈틈없이 꼭 들어맞은 바위들로 채워진 벽면은 사각 벽돌에만 익숙해있는 우리 눈에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산책에서 돌아와 어제 빨아 널어둔 빨래를 걷으러 옥상에 올라가 보니 아르마스 광장이며 성당이며 근처 학교까지 꾸스꼬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잉까 문명의 메카인 이 도시에 울려 퍼지는 성당의 종소리, 잉까의 건축물에서 빼온 석재로 지은 바로크 양식의 식민지 풍 건물들로 가득 들어찬 거리들, 거주민보다 여행자들로 붐비는 광장... 꾸스꼬는 어쩐지 객과 주인이 뒤바뀐 듯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은 일주일도 채 머물지 않은 여행자의 어설픈 감상일지도 모른다. 유명하다는 유적지만 돌아봤을 뿐 그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그리하여 속속들이 다 알지 못하는 자의 일그러진 편견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적지를 가진 도시들을 여행할 때마다 겪는 아이러니는 늘 시간에 쫓기며 유적지를 옮겨 다니느라 유적지에만 집중된 투어를 할 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을 경험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꾸스꼬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꾸스꼬에 머무는 동안, 모라이와 살리네라스, 삐삭과 오얀따이땀보 등 유명한 유적지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녀오기 위해 투어상품으로 여행하기보다 시골버스를 타고 다니며 삐삭의 원주민 시장에서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고 오얀따이땀보에서 온전히 하루를 지내며 구석구석 사람 사는 풍경까지 아우르며 시간을 보냈더라면 어쩌면 그런 어설픈 감상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꾸스꼬에서의 후회와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이제 다음 여행지인 나스까로 이동하기 위해 저녁 버스를 타고 이 도시를 떠난다. 찬란한 잉까 문명의 도시 꾸스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