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경화 Dec 27. 2017

국경을 넘는 배낭여행자의 활수한 씀씀이

페루 치끌라요에서 에콰도르 과야낄로 이동 - 2015/07/08(수)

리마에서 저녁에 떠난 버스는 오전 10시 40분에 치끌라요에 도착했다.

 페루는 버스 회사별로 터미널 건물이 따로 있어서 크루즈 델 수르 버스를 타고 온 우리는 에콰도르 과야낄행 버스를 운행하는 시바 버스(Ciba bus) 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물어물어 시바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지만 그곳에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예매내역을 확인하는 단순한 일을 하는데 만도 시간이 한참이 걸렸다. 아무러면 어떤가. 과야낄 행 버스는 오후 4시에 출발하니 서두를 거 하나 없었다. 

예매했던 버스표를 찾은 후  짐을 수하물 센터에 맡기고는 터미널에서 한 블록 떨어진 대형마트에 들렀다. 얼마 남지 않은 페루 화폐를 몽땅 써버릴 심산이었다. 과야낄행 버스에서 먹을 간식거리를 사고 갈라파고스 해변에서 가지고 놀 물놀이용 공도 샀다. 점심을 먹고 마트 화장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양치하고 세수하고 나니 한결 개운해졌다. 리마에서 있었던 나쁜 일들이 모두 씻겨 나간 듯했다.

시바 터미널로 돌아오는 길에 터미널 앞 거리에서 아주머니가 파는 즉석 과일주스도 사서 마시고, 몸이 불편한 아저씨가 우리네 옛날 엿판 같은 나무판에 담아 파는 자질구레한 불량식품도 사 먹으면서 남은 동전 하나까지 모두 써버렸다. 늘 아끼고 또 아끼며 여행하던 습관이 배인 우리에게 남은 돈을 몽땅 써 없애버려야 하는 이런 상황은 왠지 낯설고 어색하지만, 또한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손가방과 간식거리가 담긴 가방만 손에 들고 과야낄행 버스에 올랐다. 우리에게는 오직 갈라파고스를 꿈꾸는 달뜬 마음만이 가득했다.  


대형 마트에서 갈라파고스 여행 준비 중
수박 공주
시바 버스 터미널에서 에콰도르행 버스를 기다리며



매거진의 이전글 애증의 리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