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산타 크루즈 - 2015/07/12(일)
아침 일찍 산타페 섬(Santa Fe Island)으로 투어를 나갔다.
스피드 보트로 한 시간여를 달려 산타페 섬 근처 바다에서 첫 번째 스노클링을 했다. 처음에는 물이 두려워서 구명조끼를 입고서도 선뜻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는데 형주를 붙잡고 의지하며 물속을 들여다보니 바닷속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4 미터 깊이의 옥빛 바닷속에는 작고 투명한 물고기들이 겁도 없이 사람들 바로 앞에서 하늘하늘 헤엄치고 있었다.
두 번째 스노클링 장소는 섬 안쪽의 잔잔한 바다였다. 바다사자가 바위에 걸터앉아 일광욕을 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물갈퀴가 달린 넓적한 발이 바다 빛깔처럼 밝은 하늘색인 파란 발 부비새(blue footed booby)가 우리를 구경하며 머리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어린 시절 책에서 봤던 그 파란 발 부비새와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었다.
찰스 다윈은 갈라파고스에서 발견된 특이한 동물들의 진화의 이유를 여러 가지로 설명했다. 갈라파고스에 사는 멧새인 핀치새(finch)는 원래 부리가 작았는데 오랜 가뭄 끝에 커다란 씨앗을 먹을 수 있는 부리가 큰 핀치새만 살아남아 자손을 남겨서 지금의 부리가 큰 핀치새로 진화했다고 설명했고, 대형 육지거북이(gaint tortoise)의 등껍질은 섬의 기후 조건에 따라 건조한 기후의 섬에 사는 거북이일수록 먹이의 위치가 높아져서 등껍질의 목부분이 들려 올가간 모양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으며, 가마우지(cormorant)는 바닷속의 풍부한 먹이로 인해 몸이 무거워지고 힘이 세져서 점점 더 깊은 바다로 빠르게 잠수해서 더 많은 먹이를 잡아먹게 되자 더 이상 날아다닐 필요가 없어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못하는 새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해마지않은 파란발 부비새는 발 색깔이 화려해야 짝짓기 상대를 쉽게 유혹할 수 있기 때문에 파란색 발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무수히 많은 색 중 이렇게 고운 색을 선택한 이 새의 고급스럽고 세련된 미적 감각은 보고 또 봐도 경이롭다.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산타페 섬 옆에 있는 작은 섬에 있는 해변이었다. 맹그로브 나무가 자라고 옥빛 바다와 고운 모래가 있는 해변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갈라파고스를 그저 파란 발 부비새와 대형 육지거북이가 살고 있는 신비로운 섬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 이 섬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우리에게 산타페의 아름다운 해변은 앞으로 보게 될 갈라파고스의 아름다움에 대한 예고편과도 같았다.
갈라파고스에서의 세 번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