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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화 Dec 28. 2017

그 모든 걸 눈에 담으려니 벅차다.

에콰도르, 갈라파고스에서 끼또로 이동 - 2015/07/21(화)

오늘은 정들었던 갈라파고스를 떠나 에콰도르의 수도인 끼또로 이동하는 날이다. 과야낄로 이동한 후 비행기를 갈아타고 끼또로 간다. 과야낄행 비행기가 오후에 출발하므로 아침 일찍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오전 시간에 세로 띠헤레따스(Cerro Tijeretas)라는 해안절벽으로 향했다. 

목에 빨간 풍선을 부풀리는 군함조(Lesser frigate bird)가 많은 이곳 해안절벽의 아래로는 영롱한 에머럴드 빛 투명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언덕 아래에 육지 쪽으로 움푹 들어간 투명한 바다가 있었는데 하루 더 머무는 일정이었다면 그곳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보내도 좋았을 것이다. 푸른 바다, 하얀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 풍경, 숲길에 피어난 이름 모를 꽃들... 떠날 시간이 다가오니 이곳에서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아쉽다.


따헤레따스로 가는 길의 벽화
띠헤레따스 전망대
너에게 갈라파고스는 어떤 이미지로 기억될까?
언덕 아래 바닷가. 물이 맑아서 스노클링 하기에 참 좋겠다.
이름 모를 꽃들
우리네 무궁화를 닯았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과야낄행 비행기에 올랐고, 이내 비행기는 산 크리스토발 공항을 이륙했다.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가슴속에 묻고 살았던 오랜 꿈을 이룬 후 느껴지는 벅찬 감동과 아쉬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복잡한 마음이 되었다. 흘긋 옆으로 나를 살피던 형주가 말없이 내 손을 잡는다. 마치 내 마음을 다 알기라도 한다는 듯이. 


갈라파고스의 통일된 택시 차종인 도요타 픽업트럭이 공항에 줄지어 서 있다.
산 크리스토발 공항 풍경

과야낄 공항에서 잠깐 멈췄던 비행기는 저녁 8시가 넘어서 끼또 공항에 도착했다. 

3개월간의 거친 잠자리와 불규칙한 식사에 대한 보상으로 끼또에서는 한인 민박에 머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가기로 했다. 한국음식에 굶주렸던 우리 트리오는 걸신들린 것 마냥 식탁 위의 음식 접시들을 비워냈고 음식 솜씨 좋고 인심도 후한 민박집 안주인은 웃는 낯으로 계속 빈 접시를 채워주었다. 바스락 거리는 침대보가 깔린 청결하고 쾌적한 잠자리에 누우니 만족스러운 행복감이 온몸에 차올랐다. 

그래,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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