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동화 읽기
나는 2006년 3월에 중등 영어 교사로 임용됐다.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방과후 학교 정책이 확대 시행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5년 3월 정규 교육과정 이외에 이루어지고 있는
특기·적성교육, 수준별 보충학습, 방과 후 교실을 확대 개방하여
다양한 형태의 교육활동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방과후 학교’라 칭하고
2006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하였다. (출처: 행안부 국가 기록원)
교직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방과후 학교’ 시스템과 마주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학교는 더욱 바쁘게 돌아갔다.
국, 영, 수 과목 담당 교사들은 의무적으로 방과후 학교 강좌를 개설해야만 했다.
정규 업무도 버벅대느라 벅찬 마당에 방과후 학교 강좌 운영까지 해야 하니 엎친데 겹친 격이었다.
동아리 강좌도 개설해야만 했다.
교과 특색을 살린 동아리를 개설하는 것이 암암리에 묵시적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아야 했다.
업무 지시가 내려오는 대로 발 빠르게 따를 수밖에 없었다.
동아리 강좌 개설 계획서를 제출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것저것 타진해 볼 겨를도 없었다.
내게 다분히 익숙했던 <영어 동화 읽기>라는 동아리 강좌를 개설했다.
10년 이상 어린이 영어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쌓았던 노하우가 내게 있었다.
먼저, 영어 동화 애니메이션을 인터넷 사이트로 시청했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그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는 활동을 한 후에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보이스 액팅 스크립트를 듣는 활동을 했다.
그런 후 배역을 정하고 연극 연습을 한 후에 무대에 올리는 이벤트를 몇 차례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학교 동아리 활동시간에 학생들에게 영어 동화를 읽히고
배역을 정하여 영어 연극 활동을 지도했다.
학교 교육은 여전히 주입식 교육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동아리 활동 시간에 ICT 기반 수업(정보통신기술을 교과 수업에 활용하여
학습효과를 높이는 수업방식)을 과감하게 했었다.
4 Skills(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로 언어를 습득하는 영어 수업 방식이었다.
사교육에서 활용했던 수업을
실제 학교 수업에서 사용하기에는 학교 환경이 따라주지 않았다.
교실 내 학생 수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였다. 학급 정원이 45명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동아리 활동 시간에 참여하는 재적수는 20~25명 정도라
교실 수업 때보다는 인원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래서 가능했다.
동아리 활동이 진행되는 시간에 교감 선생님이 복도 순시를 하시곤 했다.
영어 전공이었던 교감 선생님은 나의 동아리 수업을 유심히 보시고
창문 밖에서 엄지척을 하시거나 손뼉을 치셨다.
그분은 버즈(Buzz) 수업 방식('벌들이 윙윙거린다'는 소리에서 유래하여
'와글와글 학습'이라고도 불린다.)을 알고 계셨으리라.
교실 안에 제대로 된 영어 수업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캐치하신 듯했다.
그즈음에 교내 학부모 공개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이 수업 한 번 보세요.
교감 선생님이 나의 색다른 수업 방식이 신기하셨는지
내가 공개 수업하고 있던 교실로 학부모님들을 가득 몰고 오셨다.
그때 수업 참관 하셨던 학부모님들은, 입체적인 수업이 매우 인상 깊었다는 참관록을 제출했었다.
- 우리 학교 일타강사예요.
교감 선생님은 공개 수업이 끝나자 학부모님들께 나를 소개하느라 정신없으셨다.
‘아뇨, 그게 아니에요. 햇병아리예요. 그냥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타강사라는 뜬소문이 잘못 나고 있었다.
아무튼, 방과후 학교 수업은 학생도, 교사도 무척 싫어했던 정책이다.
그러나 방과후 학교 운영은 점점 강화됐다.
방과후 학교 운영은 주로 학력관리부에서 맡았다.
여기저기서 학력관리부 부장이 과로로 쓰러졌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학력관리부는 가장 기피하는 업무 분장 부서로 자리매김했다.
하다하다, 방과후 학교 패키지 운영이란 것이 생겨났다.
5개 과목(국, 영, 수, 사, 과)을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수강해야만 했다.
백주대낮에 꼼짝없이 초과근무를 했다.
학교 정규 일과처럼 매일 두 시간씩 추가 수업을 했다.
업무의 연장선으로 전락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 격무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방과후 수업 강의료는
지급받았지만 돈이 반갑지 않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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