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목표★는 이루어진다

- 마흔 중반에 봤던 임용고시 3

by Cha향기

교육학 논술 시험을 준비하려고 신문 사설을 여러 번 필사해 봤고

예시 문항을 보며 논술 답안 글을 정리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럴 수도 있단 말인가?


내가 연습했던 문제가 출제되다니!


안면이 있는 문제가 출제되니 일단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교육학 논술 답안을 연습 삼아 작성했던 것이 완벽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내가 마주해 봤던 문제가 출제되었다는 것에 소름 돋았다.

답안을 정리하면서도 꿈을 꾸는 건 아닌지, 의아했다.


내게 주어진 교육학 논술 문제는 [A형]이었다.

술술 답안 용지를 메꾸었다.

만약 [B형]이었다면 꼼짝없이 백지로 냈을 것이다.

[B형]은 장학에 관한 것이었다. 장학에 대하여 거의 문외한이었다.

설령 답을 작성했다 하더라도 사족만 가득한 글이었을 것이다.

정작 필요한 핵심은 없는 답안을 완성했을 것이다.


[A형]

- 몇 년 전의 매스컴에서 외국의 학교 폭력에 관한 내용을 방영하였다.

요즘 보도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의 학교 폭력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가) 학교 폭력의 원인과

나) 학교 폭력의 예방을 위한 효율적인 지도방안을 서술하시오.


학교 폭력은 개인의 내면적 요인과 외부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내면적 요인으로는 가해 학생의 공격성, 낮은 자아존중감, 스트레스 해소등이며, 외부 요인으로는 가정교육 부재, 폭력성 미화, 유해 환경 노출, 학교 내 제도적 한계등이 원인이다.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효율적인 지도 방안으로는 신고와 증거 수집을 기반으로 출발하며 학교 대응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피해 사실을 부모님 등 신뢰할 수 있는 어른에게 알리고, 목격자 진술 및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를 목표로 진행한다.

이런 내용으로 논술 문제 답안을 서술해 나갔던 것 같다. 교육학 관련 문제집에 사례를 들어 모범 답안이 나와 있어서 몇 번 읽은 후에 그것을 기억하여 답안 정리하는 연습을 했었다. 그것이 내게 행운의 씨앗이었다.


[B형]

-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가) 자기 장학(자율장학)의 방안을 쓰고

나) 교내 자율장학의 활성화 방안에 관해 쓰시오. (택 1)

[출처] 김인식 교육연구소 Excellent Teacher




연수 마무리 즈음에 연수생끼리 서로 경쟁자가 되지 않도록 지원할 지역을 분배했다.

인천시 영어과에서는 미발령 교사 4명을 선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인천시에 원서를 내겠다는 연수생 중에 J가 있었다.

J는 나보다 서너 살 정도 적었으며 독일어 전공이었다.

또한 명문대학 출신이었다.

남편은 알 만한 병원 내과 과장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카드 사용이 일상화되지 않았을 때라 J는 지갑에 현금을 한가득 넣어 다녔다.

게다가 5만 원권도 나오지 않았던 때였으니 지갑이 불룩했다.

아무튼, J는 평생 동안 돈 걱정 할 필요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계형 교사가 될 이유는 없는 자였다.

J가 교단에 서려고 하는 것은 급여를 받는 일과는 무관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원서를 접수한 후에 보니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대구시에 지원하겠다고 했던 L이 인천시에 원서를 낸 게 아닌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그날부터 괜스레 불안이 밀려왔었다.

실력이 뛰어났던 L은 어느 시, 도에 원서를 내더라도 두려울 것이 없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L이 어느 지역에 원서를 내더라도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절대평가 점수가 충족되었더라도 상대적으로

결국 한 명은 반드시 떨어져야만 했다.

내가 그 당사자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시 가정을 팽개친 채로 공부해야 할 판이었다.

그럴 자신이 없었다. 아니, 감히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다시 가라 하면 못 갈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또한 공부를 1년 더 한다고 해도 실력이 나아질 것이란 보장도 없었다.

그토록 고생하며 준비했던 것이 죄다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그래서 임용고시 준비 막바지에 맥이 빠졌다. 마음도 뒤숭숭했다.

두둥, 드디어 최종발표가 났다.


다행히 나는 합격자 명단에 들어 있었다.

합격자 명렬 리스트 맨 끄트머리에 내 이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돌고 돌아,
마침내, 나는
중등 영어교사가 되었다.


#임용고시

#교육학논술

#최종발표

#미발령교사

keyword
이전 13화뭔가 되려고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