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토론토 1
교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손꼽으라고 한다면
뉴욕과 토론토에서 받았던 연수였다고 말하고 싶다.
2012년 한 달 동안, 뉴욕 델라웨어 대학에서 받았던 인턴십은 내겐 로또 같은 것이었다.
인천시 초, 중, 고 교사 20명이 함께했다.
초등 교사 13명, 중학교 교사 3명, 고등학교 교사 4명이 뽑혔다.
바늘구멍 같은 경쟁을 어떻게 뚫었을까?
설마 영어 실력은 관두고 미모 순으로 뽑은 건 아니겠지?
(참고로, 난 예쁘단 소리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
인천시 중등 교사 3명을 뽑는 관문을 통과했다는 것이 스스로 감격스러웠다.
이 연수를 수료하면, 자동으로
TEE(Teaching English in English: 영어로 하는 영어 수업) 자격이 주어졌다.
그 연수를 끝내고 돌아온 후에 적었던 '델라웨어 인턴십 연수 소감문'이다.
『영어 학습의 터닝 포인트, 델라웨어 ELI 프로그램
영어능력 향상에 대한 목마름으로 지냈던 내게 미국 델라웨어 대학의 ELI(English Language Institution) 프로그램은 내 영어 학습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었고 홈스테이 가정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배치고사를 통하여 자신의 영어 능력 수준에 맞는 class가 정해졌다.
오전에는 Listening & Speaking class(듣기/ 말하기)와 American Culture & Pedagogy (미국 문화와 교육 방법) 수업이 진행됐다.
오후에는 다양한 Conference와 Workshop(토론/발표회) 등이 준비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Tutor(개인 교사) 시스템을 통하여 맞춤형으로 영어 교육을 받는 기회도 주어졌다.
주말마다 뉴욕,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등으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L/S class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과 같이 수업했는데 그들의 영어 발음이나 억양을 듣고
나의 Speaking 패턴에 대한 결점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었다.
원어민 강사의 세밀한 발음 교정은 타성에 젖어 발음해 왔던 습관을 깰 수 있었다.
또한 Culture 시간을 통하여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가까이 접했고
문화적 차이로 인하여 오는 오해의 사례를 살펴볼 수도 있었다.
우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고 그것은 모두 내 삶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Oral intelligibility(말 명료도), Technology(Prezi materials:발표 도구), Panel(토론), Storytelling(이야기하기), Creative Writing(창의적 글쓰기), Japanese Teachers' Presentation(일본 연수생 발표: 영어로 발표하고 있었지만 일본말을 듣고 있는 듯했다. 일본말 억양에 영어 어휘만 사용하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Supplemental Materials(보충 자료), Drama-Based Instruction(연극 기반 교육), Visiting Schools(학교 방문), Shopping, etc.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Graduation Luncheon(졸업 오찬) 때,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고
함께 지냈던 동료들과의 우정이 더욱 애틋해졌다.
많은 사람과 만나 소통하며 ‘사람 사랑’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
여행을 통하여, 우리 역사나 문화와 다른 넓이와 깊이를 지닌 미국을 접했다.
볼티모어에서는
한 편의 시를 적으며 감상에 젖기도 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보니, 한 달간의 미국 생활이었지만 영어에 다소 중독이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TV 프로그램보다는 자꾸만 영어 뉴스나 영어로 된 드라마를 보게 됐다.
인생의 후반전으로 향하며 영어와 친해질 수 있었던 델라웨어의 아름다운 추억은
내 삶의 보석으로 오래도록 반짝일 것이다.』
한 번은 동료네 홈스테이 맘이 햄버거 맛집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가는 도중, 간판에 'buffalo'라는 단어가 보이길래 그걸 읽었다.
그랬더니 동료네 홈스테이 맘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우린 야무지게 서로 알아듣겠는데 그분은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린 따로따로 한 명씩 발음했다.
"버펄로(bʌfəlō )!"
"왓?"
이어서 나도 발음했다.
"버펄로(bʌfəlō )"
"..."
마찬가지였다. 그 홈스테이 맘 귀가 좀 이상한가?
그래서 다른 날, 우리 홈스테이 맘 앞에서 그 단어를 발음해 봤다.
"...?"
역시 우리 홈스테이맘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도대체 어디가? 뭐가? 잘못됐다는 거지?'
우리는 그 단어를 써보이며, 이 말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랬더니 자기가 먼저 발음할 테니 우리더러 따라 하라고 했다.
우리는 그분을 따라서 발음했다. 그래도 아니라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끼리는 한 번에 쉽게 알아듣는 그 말을 그들은 왜 못 알아들을까?
우리가 외래어로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콩글리시가 되어 더욱 소통에 방해가 되는 셈이었다.
아, 성능 좋은 면봉으로 그네들 귓구멍을 후벼 주고 싶었다.
알고 봤더니 '버펄로'지만 '버퍼로'와 비슷하게 발음해야 하고,
첫음절에 강세를 두어 '버(강)'펄로'처럼 했어야 했다.
영어 단어에는 강세가 중요하고 장음, 단음도 매우 민감한 것이었다.
이건 음성학 영역이니 이론으로 될 게 아니라 여러 번 들어야 해결될 일이었다.
다른 나라 말을 배운 다는 게 이다지도 어려운 것인가?
문장 내에서도 중요한 단어(내용어: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에 강세를 주어 높게 발음하고,
기능어(조동사, 전치사, 관사 등)는 약하게 발음하여 자연스러운 리듬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린 모든 단어를 또박또박 발음하다 보니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문어체를 읽는 격이 된다.
그래서 구어체로 하는 소통에 혼란이 오는 것이다.
중1 때부터 접했던 문장들이 사실상 실생활에 쓰일 일도 없고,
그렇게 원어민 앞에서 말해봤자 소통이 되기 어렵다.
아이 엠 어 보이(I am a boy.), 디스 이즈 어 북(This is a book.). 이런 거 말이다.
영어 소통이 원활하게 가능하려면 현지에서 부딪치며 몇 년 사는 것이
한국에서 몇십 년 영어 공부하며 성문 종합 영어 모든 페이지를 마스터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이너하버 항구에서
내 삶을 부려놓고
이너하버에 섰던 날
다가갈 수 없고
떠날 수는 더욱 없었던
그 사랑 하나 기억하며, 가슴이 울 때
무참히 죽어간 이름표*가 젖었다
물이랑 사이에 피어나는
가둬둔 고백에게
돌아가겠노라고 말하는 것은
삶을 멈출 수 없고
사랑은 포기할 수 없음이었다
집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안도의 슬픔으로
조용히 그대 손을 잡는다
이너하버, 아름다운 항구에서
* 9.11 테러 때 뉴욕 세계 무역센터가 폭파된 장소인 그라운드 제로 (Ground Zero)에 2,983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기막힌 역사 앞에 눈물도 흘릴 수 없었다. 이너하버 항구에 서니 그 스러져간 이름들이 새삼 꿈틀거리며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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