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났던 원어민들
어린이 영어 공부방을 운영하던 시절, 매달 원어민이 공부방으로 방문했다.
그즈음 원어민과 직접 대면하는 일은 거의 드물 때였다.
매달 만나는 원어민과 라포(유대감)가 점점 쌓여갔다.
원어민이 우리 공부방에 오는 날이면
애들을 지하철역에 내보내어 원어민을 픽업해 오게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살아있는 영어 학습 방식이었다.
원어민과 걸어오면서 자신들이 아는 단어를 사용하여
어떻게 해서라도 소통하는 것은 현장 학습 그 자체였다.
그렇게 10년 넘게 원어민을 대했다.
그것은 내가 교직에서 원어민 교사와 소통할 때 두려워하지 않게 해 준 밑거름이었다.
내가 교단에 서던 해부터 각 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했다.
원어민 교사는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로
한국교원대 재외공관과 캐나다 토론토 교육청, 뉴질랜드 교육청을 통해 추천받아
서류 및 면접시험을 통해 선발했다.
교직 생활 중, 처음 만난 원어민 교사 K는 신사적이고 성실했다.
그와 함께 지냈던 기억은 따뜻한 화로 같은 느낌이다.
K도, 나도 신규 교사였으니 더욱 맘이 잘 통했다.
나는 영국 영어, 미국 영어보다 캐나다인이 하는 영어를 더 잘 알아들었다.
교직에서 만난 첫 원어민 교사가 캐나다 사람이었던 것은 내게 러키비키였다.
K 다음으로 만난 원어민 J는 한인 2세였다.
그녀가 유창하게 영어를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로 J의 외모는 한국인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우리만큼 한국말을 잘했을지도 모른다.
바이링구얼(Bilingual: 이중 언어 사용자)였을 것이다.
그런데 원어민은 학교에서 반드시 영어만 사용해야 하는 규정이 있었다.
J와 추억을 많이 쌓았다. 주말에 함께 식사하기도 했다.
타국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그렇게라도 달래주고 싶었다.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우리 아들과 딸이 J와 시간을 종종 보내기도 했다.
호주 출신 H는 학원 강사 경험이 많아서 그랬는지 수업 장악력이 좋았다.
그런 H와 함께 있을 때, 갑자기 정전된 적이 있었다. 여름 방학 중이었다.
에어컨 가동을 많이 하게 되니 전력 소비 과부하에 걸린 듯했다.
이른바 블랙아웃이었다. 그때 H는 우리나라를 얕잡아 보는 표현을 했다.
foolish, stupid(어리석은)라는 단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자기 나라는, 한두 시간씩 지역적으로 순환하여 전기를 잠시 절약하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며 잘난 척했다.
국가적인 망신을 대표로 내가 당했다.
N은 미국인이었다. 아내 S도 인근 학교 원어민 교사였다.
그들은 동반 입국했는데 우리 부부가 함께 나가서 그 부부를 픽업했다.
그들의 짐을 챙겨 싣고 출입국 사무소에 가서 행정 처리를 했다.
그들 부부를 위하여 구해둔 오피스텔까지 라이딩해 주었다.
누군가는 원어민 담당 업무를 맡아야만 했다.
심지어 원어민이 지내는 오피스텔의 화장실 수리나 형광등, 전등 교체까지 신경 썼다.
원어민 교사에 대하여 학교 측에서 도와주는 정도가 좀 과하다 싶을 정도였다.
뉴욕 인근 델라웨어 대학에서 한 달간 인턴십 연수를 받을 때, 홈스테이를 했다.
호호백발이었던 홈스테이 맘은 베지테리언이었다.
그래서 모든 음식 재료를 유기농 마트에서 구했다.
그분 덕분에,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같은 것은 없었다.
다른 동료들은 햄버거나 파스타 같은 것으로만 식사하니 속이 더부룩하다고 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 달 동안 연수받았을 때도 홈스테이를 이용했다.
그 홈스테이 맘은 중국계였다.
그분은 틈날 때마다 요가 수업하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곤 했다.
중국이란 나라는 영어 소통 능력을 일찌감치 마스터하는 모양이었다.
그게 가능하니 캐나다로 이민 와서 집을 사고
캐나다 남자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쉬웠을 것 같았다.
또한, 토론토 초등학교에서 프랙티컴(현장 실습)을 했는데 나의 멘토 교사는 V였다.
그녀의 교실에서 실습하며 진정한 교사란 어떤 것인지 배웠다.
ADHD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을 대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숭고해 보일 정도였다.
또한 수학 수업 중 나눗셈을 가르칠 때
모든 학생이 나눗셈의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도록
틈틈이 학생들을 개인적으로 가르치는 걸 봤다.
정답을 아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고 그 과정과 개념 원리를 아는 것이 교육 목표였다.
교육과정에 쫓겨 허겁지겁하면서 정답을 아는 것만 강조하는 우리나라 교육방식과 꽤 달랐다.
V 선생님과는 메일을 종종 주고받았다.
그분을 만날 날이 다시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분이 보내온 메일 일부이다.
Hi!!!! So sorry it's been a very busy time with the year end.
Love the pictures you've sent me. The students miss you :)
Hope you're doing well. We're on summer break now hoooooray!
Tell everyone I say hello!!!
(안녕하세요?
학년말이라 엄청 바빴던 것이 유감이네요.
당신이 보내준 사진이 좋아요.
학생들이 당신을 보고 싶어 하네요:)
잘 지내시길. 우린 여름 방학 중이에요. 만세!
모두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미즈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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