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류귀복 작가의『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작가는 현재 치과 방사선사로 근무한다.
그는 결혼 직후에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중증 난치 질환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자가 면역 치료제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는다. 게다가 약 부작용으로 원형 탈모와 포도막염까지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작가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는 일상에서 행복을 촬영하여 글로 보여주는 책이었다. 책 속에는 그가 촬영한 여러 가지 빛깔의 행복 샷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10년 가까이 병원 직원과 환자를 겸임하면서 평균 이하의 체력으로 평균 이상의 행복감을 느끼게 된 한 가장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주길 기대하며 펜을 들었다.(중략) '행복'이라는 단어가 가진 상대적 가치의 기준선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낮아질 것이라 믿는다. (6~7p)
◇ 일터에서 촬영한 행복
방사선사라는 다소 익숙지 않은 직업을 가진 작가는 그가 근무하는 직장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곳에서 발견한 행복을 촬영하듯 그려내고 있다.
<시간은 '기브 앤 테이크'를 잘한다>라는 글에서, 직장 내 엘리베이터를 다급하게 타려고 할 때 문이 막 닫히려고 하다가 다시 열린다. 그때 70대로 추정되는 한 신사가, "아이고, 미안합니다"라고 한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 신사는 내릴 때 다시, "미안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작가는 긴 세월을 지내는 동안 그의 빠른 판단과 행동 능력은 느려졌을지라도 인자한 마음과 배려를 많이 담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순간을 촬영한다.
인상이 결정되는 시간은 단 3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르신은 뒷모습만으로 신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그의 말과 행동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깊이가 더해진 품격으로 전달되었다. 따뜻한 커피보다 따스한 사람의 온기가 힘든 하루를 지탱하는 데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136p)
작가는 그 노신사와 따뜻하게 마주친 후에 '시간은 기브 앤 테이크를 잘한다'라고 한다. 자신이 중증 난치 질환을 진단받기 전인, 건강한 20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 티켓이 주어진다면 그걸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신 있게 말한다. 시간이 자신의 건강을 가져갔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소중한 딸이 있는 현재를 선택하겠다는 말이다.
<방사선사의 환자 겸임>이란 글을 읽으며 작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강직성 척추염 발병 이후 통증은 그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그가 아파도 휴가를 쉽게 내지 않는 이유는, 직업 특성상 팀과 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책상 서랍 안에는 각종 진통제와 파스, 부위별 관절 보호대가 상시 비치되어 있다. 그나마 휴가를 내지 않고도 근무 중에 잠깐의 볕뉘(틈새로 비치는 햇볕)처럼 짬을 내어 진료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행복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글에서, 작가는 불의를 그냥 넘기지 못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모두의 공간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투철하다. 그래서 양심 불량인 시민이 보이면 가차 없이 고발하는 분이다. 굽은 잣대를 가지고 사람을 대하지 않았다. 설령 지인일지라도 아닌 것 아니라고 판단하는 냉철함이 있었다. 공과 사 구분이 뚜렷한 분이었다. 그래서 기꺼이 관련 장면 촬영을 마다하지 않는다. 현장을 찍고 구청 담당자 이메일로 신고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을 잘 보존하고 싶어 한다.
보는 이가 없다고 해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인간에게는 지켜야 할 양심이라는 게 있다. 인격과 품격은 갖추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양심은 지키고 살았으면 한다. (184p)
그는 정이 많고 사랑도 많다. 그래서 아내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책 전체 행간에 배어 있었다. 그것 못지않게 감동으로 다가온 글은, <남자의 눈물>이었다. 작가는 바쁜 일상에서 틈을 내어 책 읽기를 하는 행복을 촬영하여 보여준다. 소설을 읽다가 대성통곡하기도 하는데 그러고 나면 삶에 온기가 더해짐을 느낀다. 긴 여운은 기쁨과 행복이 되어 서서히 퍼져나가는 걸 체험한다. 삶의 만족도와 자존감이 크게 높아질 것을 확신하며 숨은 행복을 내비쳐준다.
행복은 멀리 있다고만 여겨지던 어느 날. 오랜 친구로부터 안부 인사를 받고 나서 문득 쉽게 잘 지낼 수 있는 비결이 있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4p)
이렇게 생각하면서 쓰기 시작한 이 책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우리는 잘 지내고 있는가?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류귀복 (지은이), 지성사(2024)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9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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