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봄 에세이《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이 책은 보수 엄마와 진보 딸이 공생하는 이야기다. 김봄 작가는 자기 모친을 '손 여사'라고 지칭한다. 어느 나라, 어느 가정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다. 세상에는 좌파, 우파가 있는가 하면 중도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부모와 자식 간에 좌·우파가 다를 경우, 서로 적대시할 수 없고 한솥밥을 먹으며 살 수밖에 없다. 내가 옳네, 너는 틀렸네, 라며 의견 다툼을 하다가도 투표할 때는 자신의 소신대로 지지자에게 한 표 찍어주게 된다.
일전에, 지인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제목이 마음에 끌리지 않았다. 정치 이야기이거나 고양이에 관한 글일 줄 알았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거니와 좌파, 우파 이런 데 관심이 영 없다. 그래서 내키지 않는 맘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누가 봐도 김 작가는 좌파였다. 우파 손 여사의 사고가 담긴 일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그렇지만 사상은 사상이고 부모는 부모다. 우리가 관계하는 사람들은 사랑할 사람이고, 그 속에 박혀있는 사상은 별개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 각자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따라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좌파들, 정말 무섭네. 이렇게 진실 보도를 안 하니."
"엄마 무슨 학원 다녀, 그런 말을 다 어디서 배웠어?"
혀를 차며 진심 어이없어하는 손 여사를 보고 있자니, 더 갖다 붙일 말이 없었다.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중에서
이 대화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좌파냐, 우파냐 하는 극단의 프레임으로 짜이곤 한다. 요즘 우리나라는 어느 때보다 그런 경향이 심하다.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가장 첨예한 '싸울 거리'가 되기도 한다. 책을 보며 그 문제들이 과연 '좌·우'의 시각으로만 판단 내려질 수 있는 것인가 질문하게 된다. 한 나라의 축소판과도 같은 '가정'을 통해 어떻게든 공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또 한편으로는 그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에 나오는 김 작가와 손 여사의 대화다.
"엄마! 다 가짜뉴스라니까. 그걸 진짜 믿는 사람이 있네, 있어. 그거 유튜브 같은 거 계속 보고 그러니까 지금 세뇌돼서 그러는 거 아냐!"
내 목소리가 커지자, 손 여사는 한 대 쥐어박기라도 할 듯이 주먹을 들었다 말았다.
"이 빨갱이. 너도 큰일이다."
손 여사는 개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 정치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겠어! 이제부터 엄마랑은 절교야."
그때, 손 여사 왈,
"빨갱이 좌파 고양이는 안 봐줘."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중에서
이참에 구태여 고백하자면,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거부감 없이 읽혔다. 무거운 주제를 그럴만한 에피소드 속에서 쉽게 묘사해 나가며 독자가 중심을 잡게 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전라도 사위는 안 돼!>라는 부분에서는 손 여사가 막무가내 전라도 사람을 싫어하는 장면이 묘사됐다. 선입견과 오랫동안 깊이 세뇌되어 온 지역감정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전라도 사위와 살아보더니 이제는 세상에 제일가는 사위라고 하는 손 여사.
또한 김 작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부분에서도 빵 터졌다.
나는 아버지의 두 번의 전향을 기억하고 있다. 한 번은 종교적 전향, 또 한 번은 정치적 전향이었다.
아버지의 두 번째 전향은 정치 분야에서 이뤄졌다. 그 아버지가 이명박 정권 때 곳간을 다 거덜 낼 판이라며 화를 냈고 민주당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나. 그런데 그 아버지는 19대 대통령 선거일에 누굴 찍었느냐고 물으니 홍준표를 찍었다고 한다.
TV를 보다가 아버지가 마음을 굳힌 것이었다.
"남자는 저렇게 치는 맛이 있어야 속이 시원하지."라고 한다.
"홍준표가 남자면 그럼 다른 사람들은 뭐야?"라고 물으니,
"쪼다지."
라고 대답하는 아버지. 참 웃지 않을 수 없었다.
-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아버지의 전향' 중에서
그래도 작가는 손 여사와 동행할 수밖에 없는 소회를 밝힌다.
손 여사는 여전히 보수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손 여사가 보수라고 해서 내가 엄마 취급을 안 할 것인가? 손 여사 역시도 내가 진보 딸이라고 해서 딸 취급을 안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보수 부모의 돈으로 자랐다. 그 돈으로 학원에 다녔고, 책을 사 읽었다. (170p)
작가는 그 덕에 진보의 가치를 접했고, 진보적으로 사고하게 되었으며 다른 모습 그대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올해, 전국 동시 지방 선거가 있다.
곧 집집이 좌파, 우파 이야기가
한바탕 벌어질 것이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00604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김봄 (지은이), 걷는사람(2020)
#김봄에세이
#걷는사람출판사
#좌파고양이
#좌파_고양이를_부탁해
#손여사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