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 후에 남편이 내게 던진 한마디

- 해외 여행 리뷰

by Cha향기
[육 남매 부부 여자들만 뒤태 작렬하게 한 컷]

단언컨대 우리에겐 인생 여행이었다. 또다시 다 함께 여행을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1월 12일부터 16일까지 육 남매 부부, 총 12명이 해외여행을 거뜬히 잘 해냈다. 각자 직장에서 여행을 가기 위해 휴가를 낸 스토리도 가득했다.


평균 나이가 60이 넘으니 신경 쓸 것 없이 패키지여행을 하기로 했다. 깃발을 들고 앞서가는 가이드만 잘 따라다니면 그만인 게 패키지의 매력이다.


먼저, 가족 단톡방에서 투표하여 정해진 곳은 베트남 다낭/호이안이었다. 일정 중에 쇼핑 유/무를 선택하는 단계도 있었다. 우리 부부는 쇼핑 없는 옵션을 선택했다. 12명이나 되니 쇼핑 유/무 따라 여행 경비 차이가 꽤 났다. 쇼핑 3군데를 들르면 630만 원, 두 군데를 선택하면 400만 원 정도 경비가 줄었다. 그러나 기분 좋게 여행에만 올인하자는 맘이었다. 다른 형제들도 쇼핑 없는 일정에 표를 던졌다.


전국 각지에서 인천 공항으로 집결했다. 모두들 들뜬 마음이었다. 건강이 여의치 못하거나 지병이 있는 형제도 있었는데 다행히 컨디션이 괜찮아 보였다. 해외여행을 처음으로 떠나는 사람도 두 명이나 됐다.


그런데 공항에는 여행사 직원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일행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항공권을 발권하고 수하물을 탁송했다.


육 남매 부부의 공통분모는 '사람 좋은 것'이었다. 늘 좋은 게 좋다는 주의였다. 단체로 구입한 항공권이라 자칫하면 일행 중 다른 사람의 항공권을 발권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었다. 수하물 탁송 순간에 그걸 알게 되어 다시 본인용 항공권을 뽑으러 가느라 긴 줄 끄트머리에 서는 일도 있었다. 패키지로 가는 여행인데 우왕좌왕하며 애를 썼다.


흥부자인 가족들은 신이 나서 싱글벙글했다. 가이드와 라포도 형성되었다. 가이드는 아재 개그를 틈틈이 던졌고 일행은 그때마다 까르르 웃으며 서로 정이 들었다. 그때쯤에 가이드가 말을 꺼냈다. 마지막 날에 선택 관광 3개 정도를 해달라고 했다.


마지막 날 프로그램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오전에 선물을 구입하려고 재래시장 들르는 것 밖에 없었다. 프로그램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았었다. 마지막 날 일정이 헐렁했다. 쇼핑 없는 옵션을 선택하는 일정에 은근슬쩍 숨겨 둔 꼼수였다.

▲ 성당에서 찍은 12명 단체 사진/그 성당을 배경으로 하여 사진을 찍는 게 일정이었다.

마지막 날, 체크아웃한 이후에 마땅히 할 게 없으니 버스 속에서 온종일 지내거나 야외에서 하염없이 보내야 할 판이었다. 그냥 마지막날은 두 끼 식사하는 게 메인 프로그램이었다.


가이드가 선택 관광을 해달라고 했을 때 우리의 표정이 심드렁해졌다. 그러자 부탁하며 도와 달라고 했다. 마음 약한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옵션 두 개를 선택하여 일정의 공백을 메웠다. 추가 옵션 비용이 무려 130만 원이나 됐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베트남에서만 난다는 만병 통치약을 사라고 부추겼다. 그래서 단톡방에 그것은 과대광고일 뿐이다,라고 하는 글을 찾아 링크를 올렸다.


우리가 쇼핑 없는 옵션을 선택했건만 말짱 도루묵이었다. 여행 경비를 댔던 시누이가 무려 300만 원나 주고 그 약 한 세트를 구입했다. 그런데도 가이드는 한 세트를 더 사서 나머지 가족들이 나누라고 했다. 50만 원이 누구 집 개 이름인가? 우리 일행만 단독으로 버스를 이용하니 그럴 때 곤란했다. 서로 다른 몇 팀이 섞여 있었더라면 마음 부담이 덜했을 것이다.


꺼림칙한 일이 더 있다. 첫날, 단체 사진 포토 행거를 보여주며 각 가정에 하나씩 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마지막날, 폰이 포맷되어 포토 행거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어이없었다.


아무튼 패키지 운영 면에서 기분이 잡쳤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 아쉬웠던 점이 가족 단톡방에 올라왔다. 너나 할 것 없이 '가이드의 상업적인 언행이 불편했음'이라고 했다.


육 남매 부부가 다시 여행을 간다면, 마지막 날 프로그램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어떤 상업적인 강요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특약으로 명시하고 여행길에 오르고 싶다. 참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다녀온 해외여행이었다.


그런 여행사의 상술에 속상해하고 있는 내게 남편이 한 마디 했다.


"우리 여행은 더없이 즐거웠잖아?
옥에도 티가 있는 법이지.

그 사람들도 먹고살려고 그러겠지."


[시댁 식구들은 흥부자다. 바구니 배를 타는 강에 마련된 무대를 독차지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0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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