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문하연 작가《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작가는 '기승전 갱년기' 증세로 흔들리는 중년의 삶을 솔직하게 털어내고 있었다. 위트와 입담으로 가득한 책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는 읽는 내내 웃음을 머금게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찡할 때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위로와 감동을 듬뿍 받았다.
명랑하고 열정적인 그녀에게는 일상이 온통 글감이요, 주변 모든 것이 즐길 거리일 것이다. 작가가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이 곳곳에 드러나 있었다. 음치, 박치인 나는 그런 작가가 부러웠다. 간호사였던 그녀는 병원 회식 자리에서 마돈나의 'Like a Virgin'을 불러 병원장을 놀라게 한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 파티 이후 업무로 복귀하여 몇 장의 쪽지를 받았고 그중 한 사람과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다. 드라마 같다.
그녀는 노래하는 마당에서 빼지 않는다. 새내기 때부터 그 끼를 숨기지 않았다. 아니 숨길 수 없었다. '캠퍼스 송 경연대회'라는 대자보를 보게 되자 홀린 듯이 신청서를 내고 축제의 꽃인 그 대회에 참가한다. 노래가 끝나자 마치 전쟁이 난 듯한 함성이 들렸다고 했다. 그래서 앙코르 무대까지 오른다. 작가는 그때의 열정을 '나를 버티게 하는 기억(화양연화)'으로 꼽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93세 사랑, 그를 응원한다'였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1995년 7월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당시 그는 72세였고 정복덕 여사님(66세)과 살고 있었다. 그와 그녀는 금슬이 매우 좋은 부부였다. 첫 만남 때 그는 집 에어컨 설치를 돕는 중이었고 그녀는 나를 위해 잡채를 무치고 있었다. (79p)
작가가 어떤 노부부를 만났던 얘기를 하나 보다,라며 꾸역꾸역 글 길을 따라갔다. 작가는 이런 창의적인 글 흐름으로 독자를 끌고 가는 재능이 있었다. 한 노년의 로맨스를 숨김없이 다 까발린다. 알고 봤더니 그는 그녀의 시아버지였다.
작가는 "택규 씨는 나의 시아버님이시다. 그와 그 친자식들이 느끼는 가족의 유대감과 좀 다른 의미로 깊은 친밀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장면에서 키득키득 웃었다. 어떻게 그런 며느리 캐릭터가 나오는지? 이렇듯 명랑한 중년을 보다니. 아무튼 찡한데 웃겼다.
그녀의 인생관이 가장 드러난 곳은, '4수생 아들과 삼시 세끼, 이런 쿨한 엄마를 봤나!'라는 글이었다. 고2 아들이 가출하면서 화장대 위에 써 놓고 나간 글에서 창의력이 없다며 혀를 차는 엄마다. '아들을 이토록 창의력 없이 키웠다니, 자괴감이 밀려왔다'라고 말한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글을 써 놓고 나간 아들. 그래서 작가는 아들을 자퇴 처리하러 학교에 간다. 그러자 오히려 아들이 하는 말은, "엄마, 자퇴는 안 할 거예요."였다. "아들이 4수를 하건 5수를 하건 지금 우리가 함께 지지고 볶는 시간이 좋다."라는 작가였다.
엉뚱 발랄하고 톡톡 튀는 작가의 글 중 하나는, '방송기자의 무례한 질문… 내 꿈은 '노욕'인가?'라는 글이었다. 생애 첫 백일장에 도전한 날, 48세 주부였다. '늦은 나이는 없다'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참가했다고. "어린 학생들과 경쟁한 기분이 어떻습니까?"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을 들은 작가는, "어린 학생들과 경쟁하러 온 거 아니고요. 평생 제 꿈에 도전해 보려고 왔습니다."라고 받아친다.
작가는 창작 오페라 <아파트>를 집필하여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했으며, 네이버 플레이리스트 드라마 극본 공모에 미니 시리즈가 당선되기도 했다. 콘텐츠가 브랜드인 시대에 작가는 다양한 콘텐츠로 글을 쓰고 있다. 할 일이 없어서 따분하다는 분들에게 이 책은 도전이 될 것이다. 또 '액티브 시니어'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게 해 준 책이다.
노년이라도 열정을 가지고
명랑, 발랄, 톡톡 튀며 살고 싶다는
의욕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0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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