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송영인 작가《노빠꾸 상여자의 벨기에 생존기》
지역 도서관에 책이 수두룩하지만,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없을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책 4권을 구매했다. 그중에 먼저 손이 간 책은 <노빠꾸 상여자의 벨기에 생존기>(2026년 1월 출간)다. 가방 안에 넣어 다니며 편리하게 읽을 수 있는 크기다. 책 표지가 고추장 빛깔이라 먼저 눈길이 갔다. 책 표지 전면에 적힌 태그라인은 '뜨겁고 치열하게 달린 17년'이었다. 국제결혼으로 낯선 땅 벨기에에서 달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 기록이었다.
작가는 엄하고 보수적인 아버지를 두었다. 그래서 벨기에 남자와 사랑에 빠질 확률은 무척 희박했다. 그러나 사랑이란 그런 걸 뛰어넘는다. 작가의 삶은 결혼 이전과 이후로 나눠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혼 이후 휘몰아치는 미래가 있을 줄 미리 알았더라도, 작가는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직진 사랑쟁이'므로.
결혼 이후에 그녀가 곧바로 이민을 떠나야 했을 때, 서류 준비가 결혼식 준비보다 더 팍팍했다고 한다. 공항에서 아버지와 헤어지는 장면을 읽을 때 책에 눈물이 떨어졌다. 잠시 책을 덮었다. 부녀간의 애틋한 정이 글 행간 속에서 오롯이 느껴졌다.
아버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 한 것이 후회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 33~34p
상하좌우 그 무엇도 따지지 않고 사랑 하나만 붙들고 벨기에로 향하는 작가의 속 마음이 잘 드러나 있었다.
'하이힐 신은 우사인 볼트'라는 글은 스릴러 한 편을 읽는 것 같았다. 이 글에서 작가의 인생관을 보았다. 작가는 중고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에 가방을 소매치기당한다. 그러나 자신을 악과 근성으로 똘똘 뭉친 잡초라며, 한국 여인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며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마침내 그 가방을 되찾는다.
가방을 손에 넣자 너무나도 감격스럽고 뿌듯했다. 마치 그 도둑놈이 벨기에고 벨기에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마냥. - 50p
작가는 영어 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어학연수를 다녀온 건 아니지만 회화 학원에 다닌 이력이 있었다. 아트 페스티벌 참가차 왔던 벨기에 드러머와 대학로 주점에서 우연히 맞닥뜨린다. 결국 그 드러머와 사랑에 빠져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녀는 벨기에에서 서바이벌 네덜란드어를 공부하게 되고, 꼬박 1년이 걸려 레벨 5 과정에 이른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브뤼셀에서 일하는 동안 프랑스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 작가는 네 번째 언어 프랑스어를 레벨 2까지 습득한다. 4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녀는 '언어는 기세다'라고 한다. 언어가 완벽한 단계가 아니더라도 돌아 돌아서 소통하면 된다는 의미다.
작가의 패기와 열정은 당할 자가 없다. 작가는 마침내 벨기에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다. 2차 면접 상황을 상세하게 기록한 '벨기에 공무원 시험'이라는 글을 읽다가 눈물이 또 한 번 났다. 그래서 잠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합격 후 한동안 핑크빛 세상에서 살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게 되었다. (...) 나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내 입 하나는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 98p
작가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자기 일을 갖는다. 그뿐만 아니라 부당한 처우와 인종 차별 등에 적극적으로 대항한다. 그런 단계를 넘어서서 마침내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의 맛을 알리는 자리까지 이른다. 그래서 이 책은 한낱 국제결혼 도전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존 로그였다. 작가가 한 말을 그대로 복창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어디에 있건, '될 때까지 해 보겠다'라는 마음과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 중요하다. 두 가지가 있다면 어느 곳에서든 내가 있을 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164p
작가가 벨기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을 때, 나는 늦깎이 교사로 임용되어 18년간 교직에 몸담았다. 나도 작가처럼 '노빠꾸 상여자'로 살아왔다. 그래서 나를 위해 만들었던 노래가 있다. 이 노래를 송영인 작가와 함께 한 개의 이어폰을 나눠 끼고 듣고 싶다. (내인생, 나답게)
캄캄한 지금이 걱정되지만
살다 보면 살아진다 하더라
오늘도 한 걸음, 스텝 바이 스텝~
와플국 벨기에에서
상여자를 불러 세울 수 있는
한마디는?
바로 ‘노빠꾸’다.
노빠꾸 상여자의 벨기에 생존기 - 뜨겁고 치열하게 달린 17년 송영인 (지은이), 꿈꾸는인생(2026)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0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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