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저자 김온유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 자가 호흡을 하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온유 씨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그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사람이 숨을 쉬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물론 인공호흡기를 착용하는 법은 있으나 이분은 앰부라고 불리는 수동 호흡기를 다른 사람들이 작동시켜 주어서 연명해 왔다.
어느 날,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그 책이 어떻게 우리 집에 있게 됐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용기를 내라고 우리에게 선물해 주었던 모양이다. 이 책을 받긴 했으나 책을 읽어낼 수 없어서 그냥 밀쳐두었나 보다.
14년 전,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대학생이었던 아들이 중증 환자가 되어버렸다. 내 인생의 지각이 마구 흔들리는 멀미 때문에 나는 한동안 책을 읽지 못했다. 아들의 사고로 겪은 몇 가지 트라우마 중 하나였다.
책을 읽어도 알맹이인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드라마나 영화도 보지 못했다. 아들을 챙겨보는 일 외에는 그 무엇에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이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누구보다 공감하며 읽었다. 아픔은 또 다른 아픔을 잘 알게 마련이다.
저자는 의료 사고로 자가 호흡을 잃고 장기 입원 중이다. 책을 발간할 때는 16년째 자가 호흡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제 시간이 더 흘러 그렇게 산 지 20년도 훌쩍 넘었다.
"나는 날마다 숨을 선물 받습니다!"라고 외치는 그녀의 투병 행보는 그야말로 숨 가쁘다. 중학생이었을 때, 감기에 걸려 찾은 병원에서 오진으로 의료 사고를 겪었다. 21세에 자가 호흡을 잃어버린 뒤로, 하루 4 교대 봉사자들과 함께 수동식 앰부로 1초에 1회씩 새로운 호흡을 선물 받으며 살고 있다. 말하자면 본인의 숨을 다른 사람이 쉬게 해주는 것이다.
그녀의 사연은 연합뉴스를 통해 "갈비뼈가 사라진 소녀"라는 기사로 알려진 바 있으며. 다큐멘터리 "릴레이 온유"와 "온유의 꿈 1, 2부"로도 소개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자원봉사 모임, '릴레이 온유'를 통해 작은 병실에서 수만 명의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의 도움으로 함께 숨을 쉬고 있다. 작은 병실에서 그들과 나눴던 삶, 꿈, 친구, 기쁨, 고난, 그리고 신앙에 대한 것을 정리한 책이었다.
이제부터 들려줄 나의 이야기는 고난 속에서 한없이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사람'에게 주어진 놀라운 기적에 관한 이야기다. 어쩌면 이 이야기의 현실적인 부분이 모두에게 슬픔을 자아낼지도 모르겠다. (...) 나는 꿈을 꾸며 사랑을 하기 원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비록 매일 똑같은 환자복 차림이더라도 가장 예쁜 모습으로 하루를 지내고자 매일 아침 단장을 하는 여자다.
병원 안에 있어도 여전히 의욕이 넘쳐서 함께 있는 사람들을 자주 귀찮게 하는 사람이다. 환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똑같은 사람으로서 당신에게 다가가려는 사람이고, 몸이 약하다고 해서 결코 마음조차 약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병원이라는 울타리 안에 자신을 스스로 한계 짓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 24P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스스로 우리가 숨을 쉴 수 없다면? 그건 말도 안 된다. 곧바로 죽음이다. 예민하고 꿈 많은 소녀에게 닥친 그 기막힌 현실은 절망보다 더 비참한 나락이었을 것이다. 그런 딸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도 어떠했을지 짐작이 된다.
'4장: 기적처럼 시작된-함께하는 숨'에서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놀라운 일들이 기록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유례가 또 있을까 싶다.
조용했던 병실이 낯선 이들로 인해 붐비기 시작했다. 광고를 들은 청년들이 잇따라 병실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좁은 병실 안에 미처 다 들어올 수 없어서 문 앞을 서성이기도 하고 휴게실에서 기다리기도 하다가 한 사람이 앰부를 누르다 지치면 바로 다음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앰부를 넘겨받았다. 그렇게 기적처럼 시작된 릴레이 속에서 누군가 앰부를 누를 때마다 새로운 호흡이 폐부를 가득 채우고 목구멍 위까지 흘러넘쳤다. 그 바람을 따라 잃어버렸던 목소리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는데, 낯선 이들은 아주 미세하게 바뀌는 호흡마저 알아챌 정도로 나의 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 129P
책 중간중간에 온유 씨가 그린 익살스러운 만화가 브레이크 타임을 제공해 주었다. 그중에 '엄마 편'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온유 씨 눈에 비친 엄마는 언제나 명랑하고 잘 웃었다. 이런 딸을 간호하며 사는 삶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은 엄마가 위대해 보였다. 엄마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온유 씨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삶에 대한 의욕을 붙들게 했을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되고 한참 후에 내가 읽었으니 그녀의 근황이 몹시 궁금했다. 책 발간 이후에도 여전히 자가 호흡을 할 수 없는지? 별 일 없이 안녕한지? 그 이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래서 검색해 보니 온유 씨는 여전히 씩씩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 온유 씨를 보니, 사소한 것에 불평하고 만족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복에 겨웠구나, 하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나 스스로 숨을 쉴 수 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무한 감사할 일이다.
지난해 5월, 온유 씨 근황을 알려주는 기사가 있었다(국민일보 기사). 그녀는 21년 만에 처음으로 외출하여 동생 결혼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아, 온유 씨는 스스로 숨 쉬지 못해도 괜찮다고 여기며 씩씩하게 살고 있었다. 한 영상에서는 자신이 앰부를 방송 내내 누르며 대담하고 있었다. 발랄하게 얘기하는 그녀는 삶의 의지가 충만했다. 그런 온유씨는 기적과 희망의 아이콘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들 생각이 났다. 중증 환자로 누워있는 아들이 대견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아들은 인지 없이 14년간 병상 생활하는 중에 단 한 번도 자신의 숨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기적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우리가 보살핌을 해주고 있긴 하지만 아들이 스스로 숨을 쉬지 않았더라면, 단 한 번이라도 숨을 멈추었더라면 모든 것은 끝이 났을 것이다.
아들은 입으로 먹을 수 없고 말할 수도 없다. 그 잘하던 노래도 부를 수 없다. 손으로 무엇 하나 잡을 수가 없다. 앉을 수도, 설 수도, 걸을 수도 없다. 잘하던 축구도 할 수 없다. 또한 눈으로 볼 수도 없다. 엄마가 눈앞에 있어도 몰라보는 걸 보면 그렇다. 아들은 전적으로 혼돈의 카오스 상태다.
사지백체가 마비되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들이지만 자가 호흡을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아들은 기적의 아이콘이다. 스스로 호흡할 수 없어도 꿋꿋이 살아내고 있는 온유 씨와 함께 칭찬의 단상에 오를 자다.
온유 씨와 우리 아들은
존재만으로도
큰 감동이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1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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