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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Sep 16. 2022

<MR.MEN> 읽기 활동에서~

- 매점 이용권 분실 해프닝

우리 학교는, 학생수가 많아서 과대 학교, 과밀 학급으로 분류된다. 1학년은 12개 학급이고, 3학년은 한 학급당 재적이 34명이나 된다. 소문에 의하면 우리 학교에 매점이 있어서 학생들이 많이 지원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다. 코로나가 창궐했던 기간 동안에는 학교 매점 운영이 중단됐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신입생들이 우리 학교로 몰려왔다. 우리 학교는 명실공히 명문 중학교이고 재학생들이 예의 바르고 성실하다. 특히 영어 공부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몰려오는 듯하다.


올해, 자유학기제 영어 교과의 <주제 선택 수업>으로' MR.MEN 시리즈 읽기'를 선택했다. 일전에 원어민과 수업할 기회가 있었을 때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어떤 책을 집어서 읽어도 키득거리며 읽게 되는 흥미로운 미니북 시리즈다.



사전을 찾아보지 않고 원서를 읽은 후에 의미를 캐치하는 읽기 활동이다. 모든 책의 맨 앞에는 그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적어 두었고, 맨 뒷장에는 50권의 목록을 한글로 적어 두어서 읽기 활동을 할 때, 내용 파악을 잘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두었다.


[간단한 내용 요약 / 50권의  한글말  제목]

수업 구성은, 2시간 연강이기 때문에  한 시간 동안 영상으로 제작된 <MR.MEN>을 3개 정도 시청한다.

https://youtu.be/RTqZ9OCR0Ok


그다음에 랜덤으로 책을 한 권 골라서 묵묵히 읽는다. 그 책을 다 읽으면 조용히 앞으로 나와서 다른 책을 들고 가서 읽는다.


두 번째 시간에는, 독후 활동으로 책에 나오는 삽화를 따라 그린 후에 맘에 드는 영어 대사를 한 두 문장 적는다. 그런 후에는 자신이 읽어냈던 책의 목록을 차근차근 적는다. 그러면 자신이 총 몇 권을 읽어냈는지 알 수 있다. 학생들은 역시 내가 가이드해주는 수준보다 훨씬 우수한 작품을 완성해냈다. 기특하다.


주제 선택 시간에, 영어와 2시간 동안 놀게 되는 셈이다. 수업을 시작한 지 6차시 정도가 지났을 때, 다소 지루함을 덜기 위해서 <MR.MEN>에 나오는 캐릭터를 '짤'로 완성하여, '미스터 맨 이모티콘'을 만드는 이벤트를 열었다. 잘 표현한 우수작품을 뽑고 부상으로 '매점 이용권'을 주겠노라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2년 6개월 정도 매점 운영이 되지 않았다. 이번 학기부터 매점 문 열렸다. 보아하니 사 먹을 것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학생들은 무척 좋아했다. 동시간대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학년별로 각기 다른 시간대에  매점을 방문하게 했다.


             -> MR.MEN캐릭터를 활용한 이모티콘 만들기에서 6명이 우수 작품에 선정

[중일이 작품]


중일이의 작품은 메시지가 뚜렷했고 그림 표현이 생동적이었다.

즉석에서 만든(도장 찍고 사인한 포스트잇) 이용권을 6명에게 배부했다. 생전 처음 받아 보는 매점 이용권을 보고 학생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중일이는 의자에서 일어나 야릇한 엉덩이 춤을 추며 낄낄댔다. 선정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요즘 인기 최고인 Damla 캔디로 맘을 달래주었다.



그날, 중일이가 코가 쭉 빠져서 교무실에 왔다.

- 그거 다시 한 장만 더 발부해주면 안 돼요?

"그건 말이 안 되지, 어떻게 된 건데?"

- 없어졌어요.

"누가 가져갔나 보네. 니가 잘 간수했어야지."


난감하. 다음날, 중일이는 또 찾아왔다. 입이 댓 발이나 나왔다.

"마감일(이용권의 유효기간을 이틀만 주었다.)이 지났는데도 매점 아저씨가 5장만 받으셨다고 하면 니 것을 재 발급해줄 수는 있지만 이미 6장을 다 받으셨다 하면, 넌 그것을 분실한 거고 다른 학생이 사용한 거지."

- 한 장 만 더 만들어 주면 안 돼요?

"그럴 수 없지. 너의 실수고 너의 잘못이니 니가 책임을 져야지. 선생님한테 와서 떼를 쓰면 안 돼요."

- 정준이가 가져갔어요.

다짜고짜 정준이가 가져갔다고 한다. 일이 점점 이상하게 꼬인다.

"그래? 그러면 이건 심각한데? 이건 학생부로 가야 할 만큼 큰 일인데?"

(아, 골치 아프네. 하필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러면 정준이 데리고 와 봐, 양심적으로 한 번 물어보게."

'에공, 내가 왜 그걸 발부해서 이런 골치 아픈 상황을? 중일이 녀석, 그것 좀 잘 간수 하지.'


정준에게 진심으로 물었다. 중일이의 매점 이용권을 본 적이 있느냐고?

"저는 본 적도 없어요. 그거."

정준이는 한 마디로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정준이를 믿기로 했다. 중일이 때문에 영 맘이 편치 않았다. 심란하게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띠링, 띠링' 문자가 온다. 2학기에 중일이네 반 영어 부장이 된 재민이다.

[선생님, 중일이가 매점 이용권을 체육복 호주머니에서 찾았대요]


중일이 엄청 나빴다. 내 연락처도 알고 있으면서 분실했다던 매점 이용권을 찾았다고 알려주지도 않다니. 매점 이용권이 없을 때는 떼를 쓰고 신경 쓰이게 하더니 그것을 찾고 나니 아무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내가 신경 쓰고 있을 줄 알고 문자를 보내준 재민이가 참 고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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