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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Dec 17. 2022

세컨하우스  말고,  마이 홈!!!

- 꽁꽁 얼어붙은 주택시장 빙하기에 컴백홈은 언제쯤 이루어지려나?

2012년 11월에 자전거 사고로 의식을 잃고 지금도 중환자로 누워있는 아들은, 만 6년간 병원에서 생활했었다. 여러 가지 여건상 재택에서 케어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정을 한 후에 아들을 집으로 데려온 지가 벌써 만 4년이 지났다. 그날부터 우리는 '마이홈'을 잃어버린 셈이다. 드나드는 활동 보조사들이 여러 명이라 우리 집은 보금자리가 아니라 '병원 입원실'을 방불케 할 정도가 됐다. 우리는 등을 떠밀리듯이 세컨하우스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만 해도 1가구 2 주택에게 가혹한 주택 관련법이 있어서 그 법에 저촉되지 않는 공시 지가 내에서 괜찮은 집을 구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 집살이가 무척 불편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32평 아파트를 홀라당 아들의 간병 하우스로 내놓고 있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곳에 있는 진열장이나 가재도구를 쓸 수도 없고 베란다나 거실은 쓸데없이 크게 버티고 있는 셈이었다. 철이 바뀔 때마다 옷가지들을 챙겨 와야 하는 불편도 있었다. 점점 세컨하우스에는 살림살이가 늘어나고 아들이 지내는 아파트는 텅텅 비어갔다. 대형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 그리고 에어 플라이어 등은 그냥 진열품처럼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불편하고 아쉬운 면이 많았지만 중증환자를 가진 부모가 감내할 일이라 여기며 지내왔었다.

그런데 올해 11월 14일에 대대적인 주택법 개정안이 발표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 조정지역에서 해제되었다. 이 법은 우리에게는 희소식이었다. 때는 이때다라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집을 구하기로 했다. 이제는 1가구 2 주택이 가능해졌다. 구입 과정에서 담보 대출도 가능하고 취득세나 양도세 등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아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와 같은 동에 우리가 지낼 집을 구하려고 했었다.


"그건 아니지, 일단 찬*이(아들)를 내보내."

- 그거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야, 너무 머리 아파.

"머리가 아파도 하루 이틀만 신경 쓰면 여러 모로 간단해져?"


자산가이며 사업가인 여동생은 이런 궁지에서 뭔가를 물어보면 기막히게 명쾌한 답도 잘 알고 있고 해결도 쉽게 해주곤 했었다.


"아참, 그리고 모든 이사 비용 일체는 내가 기부할 게. 적당한 집 구하면 그곳으로 애를 내보내."


아들의 거처를 옮기는 일은 특수 이사에 속한다. 틸트(경사) 콤비네이션 환자 침대와 환자 이송 리프트 등을 옮긴다는 것은 여느 이삿짐과는 다르다. 그리고 중환자를 이송하는 이사는 신경 쓸 일이 생각보다 많다. 아직 집을 구하지도 않았는데 밤마다 맘 속으로 이삿짐을 옮기고 안전하게 아들을 이송시키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곤 했었다. 

하여튼 우리 부부는 동생의 조언을 듣고 우리가 아들이 기거하고 있는 아파트로 들어가고 아들이 지낼 새로운 집을 구하기로 했다. 일전에 발행했던 '마이홈을 꿈꾸며'에서 계획했던 것과 일이 다르게 진행되어갔다. 

https://brunch.co.kr/@mrschas/188


집을 처분하고 새로운 집을 구하는 일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은 집을 구하는 자가 '갑'이 된 시절이다. 쌓이는 물량은 많고 집을 구입하고자 하는 발길이 매우 드문 시대다. 그러나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조건이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산 좋고 물 고 정자 좋은 곳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1) 25평: 이것보다 적으면 일주일에 열 명 정도의 간병 인력이 드나들어야 하는데 불편할 것 같다.

2) 남향: 중증 환자는 하루 중 24시간, 365일을 방안에만 있기 때문에 조망은 매우 중요하다.

3) 화장실 2개: 시도 때도 없이 환자를 닦고 씻길 일이 많으니 방안에 화장실이 있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간병하는 분들이 사용할 화장실은 따로 있어야 한다.

4) 로열 층: 드나드는 사람이 많으니 너무 높아도 안될 것이고 일조량이 적은 저층도 고려해야 한다.

5) 적절한 가격: 어쩌면 가격은 고려해야 할 조건 중에서 1 순위일 것이다. 중증 환자를 기약 없이 돌보며 살아야 하는데 만약에 빚을 진다면 대책이 없는 노릇일 것이다. 우리 재정 형편에 맞는 것을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컨하우스를 처분해야 그다음 일이 순조로울 것 같다. 몇 군데 부동산 중개소에 세컨하우스를 내놓고 마치 미끼가 물리기를 기다리는 강태공의 심정과 같이 애가 탔다.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미동도 없었다. 이럴 수도 있단 말인가? 주택매매 거래 절벽에서 우리가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여전한 거래절벽...주택매매 9년 9개월 만에 최소 

- https://m.edaily.co.kr/news/Read?newsId=01207046632530968&mediaCodeNo=257

세컨하우스를 잘 팔고 또한 아들이 기거할 집을 구하기 위해서 나는 몇 가지 액션을 취했다. 일단 'KB 부동산' 앱을 다운로드하였다. 그 앱에서는 아파트는 물론이거니와 빌라까지 매매 물량은 물론 다양한 정보들이 다 나와 있었다. 이전 거래 현황도 알 수 있었다. 가격이 뚝뚝 떨어지는 이때에 이전 가격 동향은 큰 의미가 없으나 곤두박질치다가도 오르기 이전의 가격에서 한 번쯤 멈출 것 같았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때에 2년 후 까지 각 매물의 예상 시세를 AI로 분석되어 있기도 했다. 내놓을 집의 적정 가격을 가늠할 수 있었고 새로 살 집의 가격도 예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최하가/ 최고가/ 일반가 등의 필터가 주기적으로 변경되고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을 '네*버 부동산'도 틈틈이 들여다보았다. 링킹순/최신순/가격순/면적순으로 검색해볼 수 있게 필터가 설정되어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KB 부동산' 앱과 '네*버 부동산'에 들락거리며 적당한 집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내가 내놓은 집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내가 사려고 하는 적절한 집이 없다는 것이 현재 나의 딜레마다.


아들이 기거할 집을 구하는 일은 참 난감했다. 이제 주택 정책 규제가 완화되어 1가구 2 주택이어도 대출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조건의 대전제가 충족되는 집이 있다면 먼저 계약을 하는 방법도 생각해보았다. 내놓은 집이 팔릴 때까지 DSR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ebt Savings Ratio)로, 대출의 한도를 정하는 방법 중 하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빚을 기준으로 빌릴 수 있는 돈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 이때 주택담보대출원리금뿐만 아니라 학자금 대출, 마이너스 대출, 자동차 할부, 카드론 등 모든 대출과 원리금을 합한 것을 기준으로 연봉 대비 일정 비율(%)까지 대출해주겠다는 것.}의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은 후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자를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출 이자가 치솟는 이때에 함부로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속은 복잡하고 머리도 지끈거려서 밤마다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쉽게 잠도 오지 않았다. 우리가 물색한 아파트는 7 군데였다.


A: 아들이 기거하는 아파트와 같은 동의 한 라인(16세대)이 25평이다. 그러나 과거 거래 현황을 살펴보니 3년 전에 1채가 거래되었을 정도였다. 대부분 실 수요자가 기거하고 있어서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일 듯했다. 이 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B: 바로 앞 아파트 단지에는 25평이 몇 라인 있긴 하나 남향은 오직 한 라인 뿐이고 역세권이라 우리 아파트의 32평 가격과 거의 맞먹었다. 원하는 집이 나와 있지 않았다.


C: 이곳은 초초 역세권에다 최근에 건축된 것이라 값이 턱없이 비싸고 타워형이라 남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D: 여기는 두 블록 정도 떨어진 곳인데 주차 정보를 살펴보니 0.7대로 나와 있었다. 그리고 맘에 걸리는 것은 큰 방에 화장실이 있는데 큰방 문 앞에 다른 화장실이 있는 구조로 건축된 아파트였다. 이 구조는 우리가 사용하기에는 별로다.


E: 이곳은 세 블록 정도 지나서 있는데 남향이 오직 한 라인 있고 매물이 하나 나오긴 했으나 1층이었다. 

 

F&G: 이곳은 버스로 5~6 정거장 가는 곳인데 대단지라서 매물로 내놓은 아파트가 몇 백개나 있었다. 하지만 25평인데도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었다.


부동산 중개 사무실에 가서 미주알고주알 얘기할 시간 적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팔 집과 새로 구입할 집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표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몇 군데 부동산에 전달했다.

그랬더니 우리가 팔고자 하는 집과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집과 맞바꾸자는 제안이 왔었다. 그러나 그곳은 주차가 0.7(KB 부동산 앱에는 그런 것도 명시되어 있음)이라 성가실 일이 많을 것 같았다. 일단 거절은 했었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집 팔기가 이토록 어려운 시대라면 우리 집을 팔 수 있는 이점이 있으니 타진을 해볼까 하여 중개 사무실에 연락을 했었다. 그랬더니 이제는 그 아파트 주인이 우리 빌라의 방이 작다고 했단다. 아파트와 빌라와 맞바꿀 상황에서 만족도는 떨어질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래도 신축빌라여서 엘베가 있고 화장실도 두 개며 방이 세 개나 되니 살기에 나쁘지 않을 텐데... 그분들도 그 아파트를 지니고 있기에는 부담되는 일이 있으니 팔아서 더 싼 집으로 갈아타고 싶은 사정인 모양이었다. 오죽하면 이런 제안을 해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컨하우스로 아들을 옮겨보자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면 만사가 편할 것도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부터 안될 일이었다. 일단 엘리베이터 크기가 협소하여 혹시 병원에 갈 일이 있을 때가 문제였다. 게다가 큰 방에서 운동 치료를 해야 하는데 환자 이송 리프트를 돌리고 아들을 휠체어에 옮겨 싣는 일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전동 자전거를 둘 곳도 마땅치 않고 야간 간병을 하시는 분이 누울 침대를 둘 곳도 없었다. 아들은 환자용 침대와 틸트 경사 침대가 겸비된 콤비네이션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것을 방안에 설치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일이었다. 우리는 그 방에 있는 붙박이 장을 뜯어서 다른 방으로 옮겨 보자는 얘기까지 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세컨하우스가 북서향이니 온종일 집안은 우울한 분위기가 될 것 같았다. 한 번 생각해보고 손사래를 치며 그 생각은 접었다.

[환자 이송 리프트/ 전동 자전거/ 틸트 겸용 환자 침대]



언제 아들이 기거하게 될 집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나는 밤마다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몇 번씩 이삿짐을 쌌다가 풀면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마 나와 또 다른 이유로 집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을 것 같다. 


집 한 채로 살아도 되는 분들은 나와 같은 고민은 없을 것이니 나는 그들이 부럽다. 

내년 8월이면 나는 정년퇴임을 하게 되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 마이홈을 되찾긴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빙하기다. 

겨울이 아무리 혹독해도 봄이 오듯이 마이홈을 꿈꾸는 내게도 얼어붙은 것들이 슬슬 녹기 시작하는 지점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흘러가는 대로 기다리기로 했다. 오늘도 나는 'KB부동산 앱'과 '네*버 부동산'을 몇 번이고 들락거릴 것 같다.  컴백홈 일지를 발행할 날이 곧 다가오면 참 좋겠다.


[메인 사진:픽사베이/ 의료장비: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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