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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Mar 10. 2023

'인천의 사자'가 여자 꼬시는 법

- 참 허접했다

엄석대에게 맞아서 아들의 몸 곳곳에 멍이 들던 일은 일단락이 되었다. 그러나 아들의 사춘기 모습은 무지개 빛깔처럼 다양했다.


아들은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것을 참 싫어했다.


"남자가 피아노 치면 멋있더구먼..."

"학원 선생님이 내가 건반을 잘못 누르면 막대기로 손가락을 아프게 때린단 말이에요."

"정신 바짝 차리고 연습하라는 뜻이지."

"그게 아니에요. 그냥 악마 같아요."


아들은 피아노 학원에 가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아들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피아노 학원을 건성건성 다녔다. '바이엘'은 끝냈고 '체르니 40'까지 겨우 도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교회 점심 식사 시간에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박자와 음정이 맞지 않게 피아노를 쳐댔다. 주일 점심시간마다 아들의 피아노 두드리는 소리에 먹은 것이 얹힐 판이었다. 시끄러우니 피아노를 치지 말아 달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아웅다웅하며 시간이 좀 지났다. 아들이 치는 피아노 소리가 제법 들을 만했다. 멋진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아들은 오로지 한 곡만 줄창 연습했다.


"시끄러워, 제발 좀 그만하면 안 되겠니?"

"...."


아들은 우리의 잔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피아노 연습을 계속했다.


"'인천의 사자'가 치는 피아노 연주를 한 번 들어보시라." 


아들의 별명은 '인천의 사자'였다.

스스로 자신의 피아노 연주에 만족이 됐는지 아들이 으쓱대며 말했다. 반지하 교회당에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는 빛살처럼 청량했다. 아들은 사방으로 뻗친 머리 모양을 하고 피아노를 쳤다. 그 머리 모양새 때문에 그의 별명은 '인천의 사자'였다. 저 혼자 부르는 별명인지 다른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는지?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머리를 감은 후에는 곧바로 무스와 왁스를 발라 머리가 산발했다. 머리를 감지 않은 사람처럼 헝클어진 모양으로 머리를 손질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아들이 피아노 연주를 했단다. 그 기막힌 연주를 들으려고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여학생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단다. 아들이 오직 한 곡만 제대로 칠 수 있다는 것을 학교 친구들은 알 턱이 없었을 것이다. 그 일 이후로 여학생들이 아들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숫기 없고 지각이나 하던 녀석이었다. 머리를 자르지 않아 용의 단정하지 않던 아들에게 전성기가 찾아왔다. '인천의 사자'가 여자 꼬시는 법은 참 간단했다.


어느 날 우리 교회가 다른 교회와 축구 시합을 했다. 아들이 스트라이커였다. 처음에 한두 명의 여학생들이 구경하더니 잠시 후에 수십 명의 학생들이 몰려와서 아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응원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츤데레 관심 없는 척했지만 여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즐기는 것 같았다.


상대팀 교회의 목사 사모님이 말했다.


"우리 교회 여학생들이 난리 났어요. ㅇㅇ이 멋있다고."

"그래요? 저는 미드필더 하는 A가 점잖고 멋있는데요? A는 글씨도 반듯하게 쓰고 공부도 잘하며 착해요."

"에이, 모르시는 말씀 ㅎㅎ 여학생들은 오히려 껄렁해 보이는 ㅇㅇ이 같은 남자를 좋아해요."


그날부터 아들은 그 교회의 핵인싸가 됐다.


'인천의 사자'라는 별명을 지닌 아들에게 드디어 여친이 생겼다. 어느 날 그 여친과 통화하는 것을 슬쩍 엿들었다. 그때만 해도 유선 전화였다. 통화는 무척 길었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그런데 내용은 별 것도 아니었다. 


"너, 뭐 먹어?"

"나 지금 냉장고 문 열어."

"너네는 냉장고에 뭐 있어?"

"우리 냉장고에는 맛있는 것이 별로 없네." 


아들은 주로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키득거리며 마냥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나 잠시 방귀 뀔 게."

"야, 들었어?"

"나 지금 방귀 뀌었는데..."


라고 아들이 말했다. 거기까지 엿듣던 나는 재빨리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에구, 사춘기 중학생 남자가 여친과 통화하며 나누는 대화 치고는 참 허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낮예배를 드린 후에 인근에 있는 큰 교회에 오후 예배를 드리러 가겠다고 했다. 아빠가 시무하는 교회를 두고 다른 교회에 다니겠다는 것이었다.


"개척교회는 사람이 너무 적어서 싫어요."

"그랬구나. 그러면 니 맘대로 해."


목사인 남편은 아들이 다른 교회 다닌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고 단숨에 허락했다.

아들은 한 동안 우리 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에 다녔다. 그런 아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들을 다른 교회에 다니라고 보내는 목사 남편도 이해 안 되기로는 마찬가지였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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