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되면 꼭 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던 일을 한 가지씩 해내고 있다. 방학 3일째, 오늘(7/25)은 예약해 두었던 건강 검진을 새벽부터 서둘러 일치감치 마쳤다. 오후에는 삼성 서비스 센터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애지중지 잘 사용하고 있는 'Z폴더 3' 스마트폰의 접는 부분에 크랙이 생기는가 싶더니 조금씩 들뜨기까지 했다. 이미 발행되었던 브런치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이전에 사용했던 '겔 7'은 현금가 백만 원을 지불하고 정품으로 샀더니 6년간 말썽 한 번 부린 적이 없었다.
"휴대폰을 일부러 2-3년만 사용할 수 있게 만든대."
'카더라' 통신에서는 그런 말도 나돌고 있었지만 내 휴대폰은 안녕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원격수업을 하게 되면서 교사로서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앱이 많아졌다. 그래서 '겔 7'의 32 GIGA 용량으로는 언감생심이었다. 그 얘기는 이미 발행한 브런치 글에 나와 있다.
https://brunch.co.kr/@mrschas/54
게다가 브런치 작가로 등단되어 더욱 스마트폰 사용이 많아짐에 따라 아무래도 32 GIGA로는 사용 중 낭패를 당할 것 같았다. 기기를 한 번 교체하면 번거로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줄 알면서도 단지 용량 부족의 이유로 폰을 교체하기로 했다.
멀쩡한 폰을 두고 당시 최신 폰인 '폴더 폰'을 구매했다. 눈 딱 감고 2백만 원이라는 현금을 주고 할인이나 무료 폰이 아닌 정품을 구입했다. 이유는 그 폰을 사용하는 동안에 잔 고장 없이 편하게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스마트 폰 액정이 점점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건 아닌데? 이럴 수는 없는데? 내가 믿고 사용하는 삼성폰인데?'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스마트폰 액정에 생기는 크랙을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방학만 되면 그 부분에 대해 서비스를 받겠다고 맘먹고 있었다.
먼저 폰을 구입했던 대리점에 연락을 했다.
"혹시 떨어뜨리거나 뭐 그런 건 아닌가요?"
"전혀 그런 적은 없습니다. 이제 1년 남짓 사용했는데 삼성 최신폰이 이러면 안 되죠? 적어도 삼성인데..."
('혹시 짝퉁 중고폰을 제게 팔아넘긴 건 아니세요?') 속으로 그런 의심도 했다.
삼성 폰에 대한 남다른 신뢰가 생긴 것은 약 10년 전 뉴욕에서 한 달간 지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홈스테이 맘(토박이 미국인)이 '삼성 TV'와 '삼성 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확신했다. 삼성이 우리나라에서만 알아주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을...
"그거 액정 교체하는 거 굉장히 비싸요. 하여간 서비스 센터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휴대폰을 구입했던 대리점 직원의 말을 듣는 순간, 삼성의 배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 맘이 좋지 않았다.
삼성 서비스 센터가 어디 있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버스를 이용하면 금방 찾을 수 있는 곳에 있다.
아들 사고(11년 전) 이후의 트라우마로 운전을 못하는 대신에 '카카오 택시' 앱을 이용하여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두 정거장이나 발치가 좋은 곳은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삼성 서비스 센터로 가는 길은 익히 알고 있으니 룰루랄라 하며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그곳으로 가는 버스는 '81번'과 '30번'이다. 이 지역에서 삼십 년 넘게 살았으니 눈감고도 갈 수 있는 곳이었다. 81번이 먼저 왔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내가 알기로는 좌회전을 해야 하는 곳에서 버스가 직진을 했다.
"어? 이 버스가 왜 이리로 가나요?"
"여기가 이 버스의 종점입니다."
아뿔싸, 내가 너무 오랜만에 이 코스로 가는 버스를 이용했던 것이 문제였다. 버스 노선이 때때로 변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검색해 보니 좌회전으로 가는 부분을 3년 전부터 단축시켰는데 그것을 내가 미처 몰랐다.
[81번 버스 공지사항]
그곳(A)에서 내려 (B)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살인적인 더위였다. 속이 상했다. 어리바리한 나 자신이 한심했다. 그래도 외국이 아니라 걱정은 덜 됐다.
그런데 그곳 정류장의 버스 안내표를 보니 직진(A 방향)하는 버스만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별도리가 없으니 일단 길을 건넜다.
또다시 건널목을 한 번 더 건너는데 약을 올리기나 하듯 30번 버스가 교차로를 돌아 삼성 서비스센터가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눈앞에 뻔히 버스가 지나가는데 나는 왜 그 버스를 탈 수 없는 것일까?
정류장 (d)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지금에 와서 곰곰 생각해 보니 (C) 정류장은 좌회전할 버스만 정차하고 직진할 버스는 (B) 부분으로 몰아둔 듯하다. 그러지 않으면 좌회전과 직진하는 차들이 헝클어져 교통 흐름상 애로가 많을 듯했다. 다시 말하면 (B) 부분에서 곧바로 좌회전하면 1~3차로에 있는 직진 차량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았다.(순전히 나의 뇌피셜)
곧바로 66번 버스가 도착했는데 버스 몸체에 적힌 노선에 '한림병원'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버스 문이 열렸다. 병원 맞은편이 삼성 서비스 센터이니 '일단 타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냥 탔다. 버스에 타자 마자 버스 안에 부착된 노선도를 보니 내가 생각한 곳은 '한림 병원'이 아니라 '한마음 병원'이었다. 순간 착각을 하고 버스를 탔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버스를 잘못 탔다.
그래서 한 코스 덜 가서 내렸다. 잘못하다가는 영 엉뚱한 곳으로 갈 것만 같았다. 한림 병원은 삼성 서비스 센터와는 동떨어진 곳에 있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날씨가 더웠다. 그늘도 없는 길을 고생하며 걸어서 삼성 서비스 센터에 도착했다. (검색해 보니 66번을 탔더라도 삼성서비스 센터 맞은편에 내릴 수도 있었다. 정말 홀린 것 같은 날이었다.)
서비스 센터에 들어서는 데 입이 떡 벌어졌다.
앉을자리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삼성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 삼성 제품이 문제가 많은 것인지 그것이 아리송했다. 언젠가 들른 적 있었던 그 서비스 센터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붐비고 있었다.
마치 경매 시장에 온 것 같았다. 수많은 창구에서 휴대폰 뒷자리(4자리 숫자)를 부르며 서비스를 받으러 온 사람을 찾고 있었다. 서비스 창구는 양쪽 사방에 있으니 언제 내 번호가 불릴지 알 수가 없었다.
"1428번 고객님~"
이런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듯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창구에서 나를 불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내 폰이 울렸다.
"고객님 10번 창구로 와주세요."
10번 창구에서 담당 직원이 손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
나는 센터 입구에 앉아 있는데 그 창구는 완전 마지막 구석에 있었다. 그러니 확성기가 아닌 이상 부르는 목소리가 제대로 들릴 턱이 없었다.
[삼성 서비스 센터는 은행이나 병원처럼 대기 번호가 전광판에 뜨게 하여 고객을 맞이하는 시스템을 하루속히 구비해야 할 것 같다. ]
드디어 창구에 앉았다.
"어떻게 사용하셨어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어? 이건 또 뭐지? 제품에 이상이 생기는 게 마치 소비자의 과실 탓인 양 물어보시네?
기분이 언짢았다.
"삼성 제품이 이럴 줄 몰랐어요, 나름 거금을 주고 마련한 폰인데 겨우 1년 남짓 사용했는데 이것 좀 보세요. 이게 제가 사용상 잘못하여 생길 문제일까요?"
내가 어디서 그런 말을 할 용기가 났을까? 삼성을 든든히 믿고 배포 한 번 부려보며 큰 소리를 친 것 같다.
"이거 보호 필름을 뜯어봐야 하는데 그러다가 혹시 이상이 생겨도 괜찮겠습니까?"라고 직원이 물었다. "예!"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상이 안 생기게 뜯어야죠'
"이거 수리하는 중에 내장된 데이터가 날아갈 수 도 있는데 그래도 된다고 동의하시겠습니까?"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리할 수 있으셔야죠. 삼성이잖아요. 글로벌 기업.'
그 모든 것을 동의한다고 사인한 후에 나의 분신과도 같은, 'Z 폴더 3'은 휴대폰 전문 수술실?로 들어갔다.
"최소 1시간 정도는 걸립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고쳐만 주신 다면, 날을 잡아 왔으니 있는 게 시간 밖에 없습니다.'
DID(전광판) 화면에는 마치 수술실에 환자가 들어갔을 때 '수술 중'이나 '회복 중'이라고 알려주듯이 나의 1428의 상황이 떴다. '수리 중'이라고...
수리비가 많이 나오면 어쩌지? 맘먹고 샀던 폰이었다. 믿고 샀던 폰인데 말썽을 부려 헛돈을 날리게 되면 뭐 밟은 기분일 것 같았다.
아, 드디어 수리가 끝났다.
'어? 이게 뭐지?'
'완전 새 폰이잖아?'
폰을 건네받는 데 전혀 다른 폰을 받는 기분이었다. 신상처럼 느껴졌다.
"어쩌다 제품의 결함이 있을 때가 있어요."
'내가 잘못 사용해서 그렇다는 말은 안 해서 다행이다.'
그런데 합리적인 의심이 생겼다. 아무래도 수리를 한 게 아니라 'Z폴더 4' 공기계로 교체했을 것 같았다. 폰의 '정보'를 눌러보니 여전히 'Z폴더 3'으로 나오긴 한다. 폰체를 다른 것으로 바꾸고 나의 데이터를 감쪽같이 옮겨 놓았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폰의 그립감이 더 작아졌고 무게도 훨씬 가벼워졌다. 그리고 접었을 때 뒤쪽에 못 봤던 지지대가 있었다. 이 지지대가 있으면 접을 때 생기는 크랙을 최소화해 줄 것 같았다. 우리가 운동을 하여 근육을 키우면 뼈나 관절이 보호되는 원리와 일맥상통한다.
매끈한 액정과 더 넓어진 커버 화면 등등이 이전에 내가 사용했던 그 폰이 아니다. 완전 새것이다.
"얼마를 지불해야 하나요?"
"구입 후 2년까지는 무상입니다."
혹시 유상 수리였다면 얼마인지 검색해 보니 입이 떡 벌어졌다. 액정 교체 비용이 장난 아니었다.
[액정 교체 비용 조견표]
수리에 대 만족이었다.
그럼 그렇지, 삼성 휴대폰 서비스ㅎㅎㅎ
그러니까 삼성이지.
삼성이 삼성 했다.
더위도 잊고 기분 좋게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 버스 안에서 두 가지나 배웠다.
1) "취소, 취소"
내릴 곳이 아닌데 버저를 누른 분이 가사님께 손으로 ×표시를 하며 그 정류장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고 수신호를 보낸다. 나는 저런 경우에 내 실수로 누른 것이라 무색하여 그냥 그 자리에서 내리는데... 앞으로 저럴 경우에 나도 '취소'라고 해야지.
비좁은 버스 안에서,
2) "좀 눌러주세요."
라고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번도 그런 부탁을 해본 적이 없다. 나도 이다음에 버저 누르기가 애매한 곳에 있을 때는 '좀 눌러 주세요.'라고 해야지.
산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걸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고생은 많이 했지만 결론은 좋았다.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방학을 맞이하여 벼르고 있던 일을 하나 해결했다. 그리고 늘 노트북에서 작업했던 브런치 글 쓰기를 그립감이 좋고 가벼운 새 폰으로 완성해 보았다.
이제 언제 어디서나 떠오르는 감상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폰으로 브런치 글을 발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리받은 'Z폴더 3' 폰이 참 좋다. 얏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