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향기와찬양Lim Apr 16. 2022

반려 가전제품, LG 전자레인지

- 집착하는 브랜드가 있다

  드디어 폰을 교체했다. 


지금까지 내가 사용하고 있었던 폰은 2016년 10월 1일,  딸의 결혼식 날에,  축하하는 기념으로 '갤럭시 S7'을 현찰로 구매했다. 나는 휴대폰은 삼성 갤럭시를 애용한다. 아이폰 유저들은 항상 그 제품만을 애호한다.  뉴욕에 잠시 갔을 때,  홈스테이 맘이 삼성 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때 기분은 뭐라고 형언할 수 없었다. 전 세계에 수많은 브랜드가 있을 텐데,  뉴요Samsung이라는 로고가 선명한 휴대폰사용하는 것을 봤을 때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뿌듯했고 자긍심이 솟아났었다.

[용량 부족으로 내 곁을 떠나는 갤럭시  'S7' ]

   하여간 갤럭시 S7 폰은 말썽을 한 번 부리지 않고 나와 동고동락을 해왔다. 문제는 엉뚱한 데에 있다.  점점 폰 사용에 불편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용량 때문이었다. 구입 당시만 해도 전혀 고려할 문제가 아니었다. 32GB의  빠듯한 용량은 언젠가부터 나를 진땀 나게 했다. 노심초사하며 사진이며 동영상은 밴드로 옮겨두고 어떤 앱은 잠시 사용한 후에 곧바로 삭제를 해야만 저장 공간에 눈곱만치라도 여유가 생겼다. 사용 가능한 데이터가 2.5GB인 상황에서는 앱을 하나만 더 깔아도 경고가 떴다. 서서히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폰은 진이 다할 때까지 참고 용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폰이 꺼져버리면 대략 난감할 것 같아서 결국은 폰을 교체하기로 했다. 최신폰, '갤럭스 Z 폴더 3'으로 결정했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이런 폰이 나오면 참 좋겠다고 바라고 있었는데 내가 바라는 기능과 디자인으로 세상에 탄생한 제품이다. 어쩌면 내가 먼저 구상해둔 제품이라고 해도 될 법하다. 또 한 번 현찰 플렉스?로 구매했다. 매달 폰값이 할부로 나가는 게 싫어서였다.

[새로 구입한 '갤럭시 Z 폴더 3']

 폰을 교체한 후에, 나의 생활 스타일을 살펴보았다. 내 나름의 브랜드를 고집하며 살아왔었다는 걸 알았다.


 옷은 '크로커다일' 제품을 제일로 여긴다. 원단이 좋아서다. 고가의 제품은 아니지만 결코 만만한 가격도 아니다. 그러나 한 번 샀던 바지나 패딩 등은 만족도 최상일뿐만 아니라 해가 바뀌어도 싫증이 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몸에 안기듯이 정이 간다.


 그리고 가전제품은  'LG 제품'을 좋아한다. 우리 집에 있는 LG 가전제품은 한 번 들여놓으면 좀처럼 수명이 다하는 법이 없다.


   연식이 좀 되신 분은 알리라. '비디오비전'이란 것을. LG 비디오비전은 비디오 테이프가 사라지고 디지털 혁명의 시대로 바뀌면서 TV로만 꿋꿋이 버티면서 오래오래 우리 집에 있었다. 그러다가 스마트 TV가 나오면서 결국 비디오비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용하던 스마트 TV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도 따라왔다. LG 제품은 웬만해서는 수명이 다하는 법이 없다. 넓은 거실에 격에 맞지 않은 사이즈라서 고장만 나면 교체하려고 벼르고 있었으나 7년이 지나도 새것처럼 멀쩡했다. '쓸 만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는 것을 쉽게 못하는 증후군'내게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TV가 고장 났다는 말을 했다. 때는 이때다 하고 그 TV를 드렸다. 그리고 거실 크기에 맞는 벽걸이형 와이드뷰 대형 TV를 샀다. 새로 구입한 대형 TV도  오래도록 그곳, 거실 벽에서 우리와 함께 세월을 보낼 것이다. LG 가전은 늘 그랬으니까.


   세탁기도 용량이 적은 듯하여 바꾸고 싶으나 17년이 지났지만 말썽 한 번 부리지 않는다. 매일 세탁을 해도 거뜬히 빨래를 해내는 세탁기를 어떻게 버리겠는가? 궁여지책으로 미니 세탁기를 하나 더 사서 함께 사용하고 있다. 잔뜩 지겹지만 LG 세탁기는 지칠 줄 모르고 우리 집 세탁을 책임지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나의 반려 가전은 바로 LG 전자레인지다.

이것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25년 동안의 반려 가전, LG 전자레인지]

  25년 전 우리 가정은 일반 주택에 살았다. 주택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서 기름보일러를 사용할 때였다. 그 당시에 난방비는 한 달에 30만 원 이상이나 나왔다. 그나마 사용하지 않는 방은 난방을 하지 않아도 그랬다. 그 당시에 구입했던 것이 'LG 전자레인지'다. 그 당시 구입 가격이 30만 원이었다. 그래서 동절기에는 매달 전자레인지 한 개씩을 불태워버린다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전자레인지의 라벨을 살펴보니 1997년 제품이다. 햇수로 25년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단 하루도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지 않는 날은 없을 정도다. 지겨워도 나의 그 별난 '증후군' 때문에 꿋꿋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택배와 배달이 부쩍 늘었던 삶으로 변했다. 내가 버린 비닐과 플라스틱 때문에 지구에게도 미안했다. 이런 가전제품이라도 끝까지 사용하여 환경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사용하여 조용히 수명을 끝내는 게 아니라 폭발이라도 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도 생긴다.

   2년 전 쯤의 일이다. 독일에서 지내던 친정 조카가 코로나 시대에 한국으로 잠시 오겠다고 연락이 왔었다. 코로나 상황이 안정된 후에 오면 좋겠건만 향수병이 심했던 것 같다. 그때는 입국하면 2주간 임시생활센터에서 지냈다가 음성 판정을 확인한 후에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입국 하루 전엔가 메시지가 오기를, 그 임시생활센터가 불편할 것 같아서 원룸에서 격리생활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원룸을 부랴부랴 구했다. 그리고 급하게 살림을 꾸렸다. 칼, 도마 등등 모든 것이 다 필요했다. 있을 건 다 있어야 했다.  전자레인지가 제일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때다 싶어서, 지겹도록 사용했던 LG 전자레인지를 조카에게 보내고 우리는 '최신형 LG전자 인지'를 구입했다.

  그러다가 조카는 회사 근처로 집을 옮겼다. 그 원룸에 빨간색 전자레인지만 덩그마니 남겨두고 떠났다. 남편과 나는, 어느 날 밤에 그 전자레인지를 다시 유기견 데려오듯이 우리 집으로 들고 왔다. 그게 딱 필요했다. 왜냐하면 와병 중인 아들 간병으로 인하여 우리 부부의 휴식을 위하여 세컨드 하우스를 구하기로 했었다. 마침 전자레인지를 구해야 할 판이었다. 다시 그 전자레인지와 해후했다. 몇 시간 동안 전자레인지를 닦았다. 닦는 과정에 묘한 정이 오고 갔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그 전자레인지의 문을 여닫을 때마다, 반려 식물이나 동물을 바라보듯이 나름의 애정이 간다. 그래서 그 빨간색 LG 전자레인지는 내게 '반려 가전'이다.



[LG 명카피/ 새로 구입한 신형 LG 전자레인지]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던 인생의 격언 같은 LG 가전제품 명 카피가 있었다.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순간의 선택이 반려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ㅎㅎ



이전 07화 '알고리즘'이 보내준 보석 같은 선물, <파친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