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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Apr 19. 2022

실용신안을 뺨칠 간병 물품  퍼레이드

- 바느질로 보낸 세월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 :"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의사가 했던 유명한 말이다. "루라도 바느질을 하지 않으면 손바닥이 간지럽다."라고 바느질을 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내가 하는 말이다. 내가 바느질했던 실의 길이는 지구를  한 바퀴쯤은 휘감을 정도다. 그런데 정작 나는 바느질 쟁이가 아니다. 미싱을 배운 적이 없으므로 요령 직진으로 운전하듯이 앞으로만 박음질할 뿐이다. 손 바느질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 때문이다. 나이 

23세에, 자전거 사고로 하루아침에 정신을 잃고 소통 제로의 상태가 됐다. 아들을 돌보는 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손이 많이 간다. 마음이 아프고 힘이 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사람이 자신의 몸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축복이라는 것을 아들을 돌보면서 새삼 느꼈다.  아들은 10년 동안이나 병상에 있지만 위급한 상황도 없었고 욕창 한 번 생기지 않았다. 많은 분들의 사랑과 돌봄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궁여지책으로 만든 것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들은 곧바로 실용신안 제품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다.

  ▷ 위루줄 투입구 싸개

     연하 장애를 가진 환자에게는 콧줄이나 뱃줄을 시술하여 유동식을 공급한다. 아들은 처음에는 콧줄을 하고 지냈으나 2년 정도 지난 후에 뱃줄, 소위 위루줄로 바꿨다. 그야말로 위루줄은 생명줄이다. 입으로 식사를 할 수 없는 환자를 위하여 소화기에 유동식을 바로 주입함으로써 영양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식사 방법이다.

위루줄 투입구 [그림 출처: '케어한 하루]

   만약에 위루줄이 잘못되면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그래서 위루줄 입구를 잘 보관하기 위해서 싸개 주머니에 끈을 만들어서 웃옷의 단추에 묶어두면 위루줄이 엉겁결에 잡아당겨지는 위험을 덜 수 있다. 조그마한 주머니를 만들어서 위루줄 입구를 싸서 보관하면 참 좋았다.


▷ 장갑

   의식 없는 환자지만 기지개를 켜거나 하품을 한다. 그럴 때 손을 무의식적으로 뻗으면 손톱으로 손등을 긁거나 허벅지 등에 상처를 낼 수도 있다. 신축성이 있고 얇은 순면이어야 한다. 궁리 끝에 여성용 메리야스를 재단하여 벙어리장갑을 만들었다. 손에 땀이 차지 않고 겨울에는 손 시림도 막아준다.


▷ 베개 덮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지내는 환자는 베갯잇을 매일 갈아 줄 수가 없어서 베갯잇 위에 놓는 덮개를 여러 장 만들어서 땀이 나거나 침을 흘렸을 때 쉽게 갈아줄 수 있어서 좋았다.


▷ 웃옷 앞 마개

  아들의 배에는 위루줄이 있다. 혹시 하품하다가 그것을 건드리면 뽑힐 수 도 있다. 그래서 웃옷  앞부분에 손수건을 반 접어서 박음질한 후에 여러 개의 단추 구멍을 만들었다. 그것을 환자복 앞부분에 세로로 세팅해두면 좋다. 그러면 밤 시간 동안이나 간병의 눈길이 뜸해도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 속옷 티

  환자들은 대부분 환자복 하나만 입고 있다. 땀을 흡수하는 것이나 에어컨 바람 등을 막기 위해서 환자복 안에 얇은 내복(겨울)이나 속옷용 면티를 입혔다. 그리고 그 속옷의 앞부분에 구멍을 만들어서 배에 시술되어 있는 위루줄을 그 구멍으로 들어 내놓으면 매우 편리하고 안전했다.



 ▷ 침상 목욕용 위루줄 덮개

    침상 목욕을 시킬 때 위루줄이 덜렁덜렁 움직이면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복대 모양으로 만들어서 앞쪽에  똑딱단추를 잠그면 목욕할 동안에 편리했다.


▷ 깔개 싸개

   와상 환자들은 침대에 누워있을 때 항상 깔개를 깔아 둔다. 그것의 소재가 화학 제품일 게 뻔하다. 그래서 순면 원단을 잔뜩 구입하여 그 깔개를 넣을 수 있는 커버를 만들었다. 그러면 깔개의 순면 커버가 맨살에 닿으니 훨씬 위생적이고 피부에도 안심이었다.


▷ 팔 소매를 튼 웃옷

  사고 난 초기에는 가장 힘든 일이 환자의 옷을 갈아입히는 것이었다. 강직이 심하여 초인적으로 버팅기니 사람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땀은 수시로 흘리는 데 옷을 갈아입히는 일이 대략 난감했다. 그래서 궁리 끝에 오른쪽 소매 상단을 90% 정도 가위로 자른 후에 단추 구멍을 만들어서 단추를 끼우거나 똑딱이 단추를 달았다. 한쪽 팔만 넣거나 빼고 나면 나머지 다른 팔은 쉽게 벗기거나 입힐 수 있었다. 소매를 튼 웃옷은 큰 힘을 덜어준다. 옷을 갈아입히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수술 환자들에게 그렇게 만든 환자복을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한 발 늦은 셈이다.


▷ 와상 환자용 바지

  대부분 와상 환자들은 환의 바지를 입히지 않고 이불만 덮어 둔다. 그러면 설령 이불을 덮어준다 해도 환자에게는 추울 것 같았다. 바지의 엉덩이 부분을 다 잘라 내고 제작한 환자용 바지는 보온을 위해서 엄지척 할 만한 획기적인 제품이다. 이것 또한 이미 일부 병원에서는 구비되어 있었다. 궁하면 통하기 마련이고 사람의 생각은 거의 비슷한가보다.



   그 외에도 아들의 모든 간병 물품은 맞춤형으로 제작된 것이 참 많다. 베개도 여러 종류가 필요하다. 당장에 필요한 것이지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환자에게 딱맞는 용품을 맞춤형으로 만들게 된다. 매일 바느질을 하며 10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간병 용품 퍼레이드는 점점 화려해질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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