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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Aug 11. 2023

로봇 커피와 AI 지우개와~

-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한 카페에서 

천신만고 끝에 객실 하나를 예약했다. 얏호!

교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수련원의 객실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추첨제여서 한 번도 당첨이 되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추첨 당일이 지난 후에 틈나는 대로 그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취소하는 분이 있다. 

그렇게 하여 이번에도 객실 하나를 예약했다. 그래서 1박 2일로 집을 나섰다.


살인적인 더위라 숲속 길도, 해변 데크 길도 걸을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냥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먼저 영종 대교 휴게소에 들렀다. 집에서 20~30분 만에 들를 수 있는 곳이지만 그곳에 한 번 가보는 것도 맘처럼 쉽지 않았다. 

[커피 로봇 자판기]

전에는 그냥 보기만 했던 로봇 커피 자판기를 한 번 이용해 보기로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니 새로운 문물을 맞닥뜨리면 일단 시도해봐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일단 한 번 해봐요. 뭐 별 거 있겠어요?"


남편은 새로운 것이나 복잡한 것에는 일단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는다.


"아니죠. 실패하더라도, 다소 창피하더라도 해보는 거죠, 뭐"


예전에는 문맹이란 말이 있었지만 요즘은 어얼리 어댑터가 되지 않으면 금방 디지털 맹인이 되는 시대다.

매뉴얼을 읽어본 후에 차분히 시작하니 로봇이 내게 커피 한 잔을 내민다. 


로봇이 건네어 준 커피를 마시며 사진을 찍었다. 요즘 사진 찍기에 재미를 붙였다. 내가 즐겨 애용하는 기능 중 하나는 'AI지우개'다. 그 기능을 이용하면 사진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쓸데없는 사물을 다 지울 수 있다. 그야말로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 지능) 기능이다. 그 사물을 지우고 난 자국에도 뭐가 있어야 하는지 알고 배경을 잘 처리해 준다.

[가령, 삼겹살 굽는 장면에서 다른 쪽 프라이팬에 있는 고기를 지우고 싶으면 그것만 터치하면 지워진다. 고기가 사라진 그 자리는 원래 있었던 프라이팬 바닥이 드러난다. AI의 수준이 이 정도다.]


[여분으로 있던 프라이 팬도 터치하여 지울 수 있다. '그림자 지우기'나 '빛 반사 지우기'를 터치할 수도 있다. 후라이팬만 남기려면 '자르기'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사진의 편집기능을 누르고(펜 모양) 들어가면 우측 하단에 3개의 세로점이 있다. '더 보기' 기능이다. 그곳을 누르면 AI 지우개가 보인다. 혹시 그 기능이 보이지 않는다면 설정에서 업데이트를 하면 된다.


이 AI 지우개 기능을 믿고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었다. 그런 후에 내 맘에 들게 지우개를 사용하면 만족할 만한 사진을 쉽게 건질 수 있다.



산책 등은 꿈도 꿀 수 없는 날이었다. 그래서 수련원 내에 있는 포켓볼을 치며 가벼운 운동을 했다. 


"폭염에는 여행 자체가 불가능하겠구먼."남편이 말했다.

"그래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시간 보내기나 해요."라고 대답하고 검색했더니 가까운 곳에 우리나라 3대 절벽 카페가 있었다. 


카페 안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뷰에 감동했다. 시안 해변이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온종일 있으라고 해도 지겹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슬슬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카페 안은 빈자리가 한 군데도 없었다. 모두들 날을 잡아서 왔기 때문에 금방 일어날 낌새가 아니었다. 대부분 브런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벌집을 쑤셔놓아도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귀가 앵앵거릴 정도였다. 모두들 할 얘기가 그리도 많은 모양이다. 아니면 TMI를 풀어놓고 있거나...


우리는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그 카페에 들렀는데 영 글러먹었다.


데크로 나가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아쉽지만 그 아름다운 뷰를 그곳에 그대로 남겨두고 카페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일어난 자리에는 곧바로 다음 손님이 앉았다.


"우리 이제 폭염에는 아예 집 나설 생각을 말아요."

"뭐니 뭐니 해도 내 집에서 시원하게 보내는 게 젤 낫겠어요."


이런 생각을 하는 우리는 점잖다는 증거다. 




이제는 안락하고 편안한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드니 나이를 먹은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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