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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Aug 14. 2023

Dear 마이 브런치스토리~

- 'B급 브린이'로 살려고요 , 글맛집, 브런치스토리 토크쇼에서

브런치스토리는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나의 놀이마당이다.

브런치스토리는 내 유년의 뜨락에 모락모락 피어나던 이야기꽃처럼 재미있다. 언제 들러도 다양한 얘기를 읽을 수 있다. 글맛집이다. 글로 보는 토크쇼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스토리가 참 좋다.

 



유년 시절 동구 밖 정자나무 밑은 우리들의 놀이마당이었다.

새벽 댓바람부터 먼산댁 막내아들 기태가 혼자서 사방치기를 하곤 했다. 한낮에는 온 동네 조무래기들이 왁자지껄 어우러져서 놀았다. 해거름에는 엄마가 데리러 나오는 애들은 아쉬운 맘으로 집으로 갔다. 그렇지 않은 애들 몇몇은 또 다른 놀이를 하며 놀았다. 밤이 되어도 정자나무 놀이마당은 재미가 쏠쏠했다. 그때는 귀신놀이를 했던 것 같다.


소 먹이러 가라.

동생 업어줘라.

콩밭 메라.

새참 만들어라.


유독 우리 집은 일을 많이 시켰다. 그런 잔 심부름 때문에 놀이터에서 맘껏 놀지 못했었다. 아쉬움으로 묻어 두었던 놀이의 재미가 늘 내게는 있었다. 그 재미의 뿌리를 브런치스토리 글마당에서 다 뽑고 있다.


브런치스토리는 마치 유년의 그 뜰에서 아무 때나 동구밖에 나와서 놀던 친구들처럼 작가들이 다양한 시간에 나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꽃피우고 있는 것 같다.


 역량 있는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 재미도 있지만 내 맘 속에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공간이 있으니 맘 속이 참 따뜻해진다.


그러나 운동을 하면 땀을 흘리듯이 글 한 편을 발행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이는지 모른다. 한 글자 한 글자 단어와 문장으로 뜨개질을 한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나의 글쓰기 멘토인 남편이 버티고 있는 한 대충 써서 글을 발행할 수 없다. 그분의 검열대를 통과해야 내 글은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열려라 참깨'라고 외친다고 발행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어허, 어허 그러면 안 되지. 무슨 창피를 당하려고?"


글을 완성하고 발행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주뼛주뼛 남편의 곁을 맴돈다. 항상 글을 봐달라고 하기가 영 미안하다. 마치 용돈을 달라고 하기 민망한 기분과 흡사하다.


남편은 늘 내 글에 대해 불안한 맘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꼭 살펴봐야 우세스러운 상황을 면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창피를 걱정하는지 자신이 남부끄러워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면 자신의 성격일 수도 있다. 완벽주의...




요즘은 점점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을 발행하는 일보다 읽기를 더 많이 하고 있다.

'요즘 뜨는 브런치북'은 모조리 다 읽는다.「브런치 북」한 권을 폈다 하면 끝까지 읽게 된다.

또 끌리는 글이 있으면 서점에 앉아 글을 읽는 책벌레들처럼 마구 읽어 재낀다.


그러다 보니 한 주간 휴대폰 '디지털 사용 통계' 리포트를 보면 내가 브런치스토리에서 노닐다간 발자국이 엄청나다. 방학이라 그렇기도 하고 무더워서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내는 대신에 브런치스토리 글 읽는데 온통 푹 빠져 있는 것 같다.


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읽고 또 내가 글을 발행하는 것 외에 크게 바라는 바가 없다.


책 출간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구독자가 폭발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 맘도 없다.


그냥 쓰고 싶을 때 쓰고 읽고 싶을 때 읽는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좋은 작가님들과 소통하니 여기가 바로 '현대판 무릉도원'이 아닌가 싶다. 딱 브런치는 내 스따~일이다.

마치 속풀이쇼 <동치미>라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 브런치스토리는 글로 하는 토크쇼다.

카페에 온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각자 걸어온 얘기들을 쏟아놓을 수 있으니... 이 브런치스토리에서 노닥거리는 이 소확행을 무지 애정한다.




또한 브런치스토리는 나에게 <헤드라잇>이라는 플랫폼으로 들어갈 수 있는 쪽문을 열어주었다. 그곳은 브런치와는 사뭇 다른 점이 있었다.


 <헤드라잇>에는 일주일에 10편만 업로드 가능하고 창작자들을 위한 오픈 채팅방이 있었다. 게다가 AI로 분석하여 한 달간 활동량에 따라 수익금도 발생한다.

오픈채팅방에서는 실시간으로 플랫폼의 기능이나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에디터 개발자들과 소통할 수 있고 실시간 응답을 받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나는 아직 그곳에 새로운 글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그동안 발행되었던 브런치스토리 글을 리마스터링 하여 올리고 있다. 브런치스토리에 발행되었던 글을, 카테고리를 정하여 연작 형식으로 <헤드라잇>에 발행하고 있을 뿐이다.


브런치스토리 1년 6개월 동안 나의 구독자 수와 2개월 남짓 된 헤드라잇의 내 구독자 수가 맞먹는다.

그렇다면 나는 헤드라잇에 더 어울리는 작가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친정 같은 푸근함이 있는 브런치스토리 공간이 훨씬 편하고 좋다.


브런치스토리에 등단한 이후 1년 정도는 '관심작가'가 거의 없었다. 단지 3분의 관심작가만 있었다. 초이스, 김똑띠, 김성호 작가님.


그런데 지금은 나의 '구독자 수'와 내가 구독하는 '관심작가 수'가 똑같아졌을 정도다. 내 글을 읽고 '라이킷'을 보내주신 작가님의 글방에 슬슬 놀러 가서 글을 읽은 후 '라이킷'을 눌렀다. 한 개의 글이 맘에 끌리면 몇 편 더 읽은 후에 '구독'까지 누른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구독자수 : 관심작가 수가 또이또이가 됐다.


'관심작가'가 많아지면 그분들이 글을 발행할 때마다 수시로 울리는 알림에 성가실 것 같았다. 그래서 '구독'은 하되 '알림은 받지 않기'로 해두었다.  그냥 내가 틈날 때 관심작가의 글을 챙겨 읽으면 된다. 앞으로는 아마 나의 관심작가 수가 점점 더 많아질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 글에나 내 소중한 마음을 담아 보내는 라이킷이나 구독 버튼을 누르지는 않을 것이다.


돈이 들어가거나 힘이 드는 것도 아니지만 '라이킷'이나 '구독 버튼'을 생각 없이 마구 누르지는 않게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 번은 마음 아픈 일이 있었다.


'라이킷'을 눌러 주신 한 작가님의 글이 좋아서 몇 편 읽으며 '라이킷'을 눌렀다. 그리고 '구독'도 눌렀다.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그림을 정성껏 그린 후에 그림에 대한 소회를 간단하게 적은 형식의 글이었다.


그런데 그 작가님이 내가 발행한 글 서너 개에 다다닥 '라이킷'을 누르더니 '구독'도 눌렀다. 그리고 몹시 화난 투의 댓글을 달았다.


[후다닥 라이킷 서너 개 누르고 구독을 눌렀는데 어떤 기분이었어요?]

'엥?'

나는 정말 당황했다. 그 작가님이 '라이킷'으로 리벤저스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섬찟했다.


[당장 '라이킷'과 '구독'을 해제해 주세요. 그런 건 받고 싶지 않습니다. 작가님도 그러시겠지만 저는 글 한편에 엄청난 정성을 기울입니다. 그렇게 막 읽어 버릴 글이 아닙니다.]


'남이사, 빨리 읽든 천천히 읽든지 말든지... 그런 것까지?'

'좋아해 주기도 함부로 하면 안 되는구나. 다정도 병이 될 수 있구나.'


별생각이 다 들었다. 허참, 별소리를 다 들었다. 그분의 프로필을 챙겨보니 구독자 수가 상당히 많았다. 갑자기 그분은 구독자 브로조아 같아서 야코가 팍 죽었다. 재벌 앞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구독자 수에 나라는 사람 하나쯤이야 없어도 상관없다는 투로 들렸다. 그분이 구독자 수가 10명 이내였다면 나한테 그렇게 대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에공, 이놈의 자본주의 세상, 힘의 원리가 작동하는 세상이구나.'라며 맘을 누그러뜨렸다.


글이란 게 감정이 없지만 그 작가님이 무척 기분 나빴다는 것을 알 수는 있었다. 나를 나무라는 것 같았다. '아, 브런치스토리에서 이런 일을 당하다니, 차라리 브런치스토리를 접어버릴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내가 사과를 하고 그분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황급히 '작가에게 제안하기' 버튼을 눌러 그분께 메일을 보냈다. 심심한 사과를 하고 마무리가 되었다. 지금도 나는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지 마음 한편이 억울하다. 그래도 본의 아니게 작가님의 맘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그분이 나에 대해 알 턱이 없으니 내 맘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나는 지금도 그 작가님의 작품을 읽고 싶지만 오해가 잔뜩 쌓였으니 관둘 수밖에 없다. 그 작가님의 글에는 다른 작가들과 댓글을 달고 답글을 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 장면을 보니 내가 뭘 많이 잘못한 것 같기도 했다. 모두들 그 작가를 칭찬하고 그 작가는 신이 나서 답을 달고 있었다. 왕따의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 작가의 글방에 방문한 사람들은 그 누구도 그 작가가 나한테 무례한 댓글을 달았던 분이란 것을 모를 것이다. 사람은 관계에 있어서 몹시 상대적인 것 같다.


1년 동안 겨우 관심작가 세 분만 두었던 내가 함부로 라이킷이나 뿌리고 다니는 사람이겠느냐고 말하고 싶다. 그런 짓을 했더라면 이제 겨우 관심작가가 155명 밖에 안 되겠느냐고 말하고 싶다.


[사실은 일단 몇 편의 글을 맛보고 시간 내어 차분 정독하려고 구독을 눌렀는데 그게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옥신각신하여 씁쓸한 마무리를 지었다.




내가 사랑하는 브런치스토리에 바라는 점이 몇 가지 있다.


# 브런치 스토리 '읽기 버전'에서 글씨 선명도가 흐릿하다. 다른 사이트 보다 흐릿하다. 그렇다고 글 전체를 볼드체로 하면 정작 강조해야 할 때는 볼드체를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 '작가의 소리' 같은 창구를 두면 좋겠다. 그래서 작가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 '응원하기'라는 프로젝트는 반갑지 않다. 갑자기 브런치스토리의 신선한 맛에 MSG를 뿌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보아하니 티스토리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여 조건에 부합한 작가들에게 티스토리 크리에이터 배지가 달리는 것 같다. 우수 콘텐츠 작가는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오르고 있다. 이름하여 '응원하기'라는 형식으로 성과급을 부여해 주는 느낌이 든다. 작가평가 같은 느낌이 들어서 힘이 쭈욱 빠진다. 유능한 작가가 아닌 것을 스스로 알고 있으니...


일단 나도 티스토리를 개설해 두긴 했지만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다. 지금 브런치스토리와 헤드라잇에 글을 발행하는 일과 읽는 일만 해도 시간이 빠듯하고 급급한데...


그냥 지금처럼 B급 브린이로 살기로 했다. 전문 글쟁이도 아니고 탁월한 콘텐츠 주제를 가지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소소하게 글을 쓰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소통하겠다고 맘을 먹고 나니 한결 낫다.

S급 브런치스토리 작가님들을 놀이터 중앙에 내 드리고 그 언저리에서 손뼉 치며 한 바탕 놀면 될 것 같다.


Dear 마이 브런치스토리                    
                          
                                                                                         From Cha향기와찬양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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