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향기와찬양Lim Oct 22. 2023

쳇바퀴를 여러 개 돌리며 삽니다만

- 그것이 살아가는 동력일 수도...

혹자는 말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하며 산다고... 

나도 그렇다. 다람쥐는 하나의 쳇바퀴를 하염없이 돌린다. 그것에 비하면 내가 돌리는 쳇바퀴는 한두 개가 아니다. 다양한 쳇바퀴를 굴리고 있다. 학교 교사로 근무하지만 아들을 간병하는 일에 시간을 많이 보낸다. 가정의 다반사를 챙기는 일은 기본이고 또한 교회 사모의 역할도 한다. 지난해부터는 글쓰기 취미활동도 시작됐다. 크고 작은 쳇바퀴들이 유기적으로 부딪치지 않고 잘 돌아간다.


뭐니 해도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직장마다 나름의 애로가 있고 각 부서마다 고충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쉽게 맡은 일을 해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가 맡은 업무는 더 힘든 것 같다. 사소한 것까지 허투루 해치울 일이 없다. 


올해 나는 1학년 영어를 맡았지만  2학년도 가르친다. 그러다 보니 교재를 준비하는 일은 물론이거니와 수행평가도  2개 학년 것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이 몇 곱절 더 많다. 1학년 수업을 했다가 바로 이어 2학년 수업을 하러 간다. 이게 바로 교사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일이다. 두 개 학년을 맡는 것을 '걸치기'라고 한다. 설령 수업 시수가 몇 시간 더 많더라도 한 개 학년만 전담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교육과정을 편성하다 보면 누군가는 걸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소규모 학교에서는 3개 학년을 다 걸치기 하여 수업했다. 그리고 상, 중상, 중하, 하 반으로 나누어 수업했다. 그것이 바로 교과교실제 수준별 수업이다. 그런 면에서 교사는 만능이다. 교사는 자신 앞에 펼쳐진 일은 그 어떤 것이라도 척척 해낸다. 그럴 때 어떤 교사는 투덜댄다. 그러나 자신이 할 일은 여지없이 해낸다. 그래서 교사는 '만능 치트키' 같다.


한 학기에 1학년 3개,  2학년  3개의 수행평가를 봐야 하니  6가지 평가를 준비해야 한다. 수행평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시기에 맞추어 실시한 후 평가한다. 자유학기제인 1학년은 수행평가를 실시한 후에 그 과정부터 결과에 대한 관찰 내용을 개별적으로 '생기부 과목별 세부 특기사항'에 꼼꼼하게 기록해야 한다. 180명이나 되는 학생들에 대한 세부 특기사항을 학기당 3차례나 기록한다.

1학년 '모둠별 발표 프로젝트' 수행평가를 실시했는데 곧이어 2학년 '말하기' 수행평가를 하게 되기도 한다. 수행평가 보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다. 매 시간마다 챙겨갈 학습 도구가 다르다. 그래서 뭔가를 '들었다 놨다'하게 된다. 정신줄을 단단히 챙기고 살아야 한다.


1학년 자유학기 교육과정은 교과 외에 '주제 선택'과 '자유학기 동아리', '예체능'등의 강좌를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그 수업이 있을 때는 캐리어를 끌고 간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주로 활동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 활동지를 학생들이 보관하고 있으면 분실의 우려가 있어서 수업이 끝난 후에 활동지를 수합해 둔다. 그래서 활동지를 챙겨 다니려면 캐리어가 필수품이다. 영어 교과서 대신에 캐리어를 끌고 가야 하는 자유학기 강좌 시간은 마치 외부 강사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자유학기 강좌 수업은 영어 교사지만 영어 교과와는 사뭇 다른 수업을 한다. 수강생도 '헤쳐 모여' 식이다. 각 반에서 2-3명 정도의 학생이 내 강좌에 수강 신청을 한다. 이번 학기에는 3기/4기 수업이 진행 중이다. 그래서 2개의 자유학기 강좌이나  4개의 반을 운영하는 셈이다.

이 시스템의 맹점은 한 학생이 동시에 나의 강좌(주제 선택, 동아리, 예체능)를 수강하기도 한다. 혹은 3기에 '주제 선택'을 신청했던 학생이 4기의 '동아리'에 나의 강좌를 수강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유학기 강좌가 아닌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도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가령 A라는 학생이 주제 선택, 자유학기 동아리, 창체 동아리 등을 선택할 때 모두 내 강좌를 선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 학생은 수업시간에 나를 만나고 자유학기 강좌에서 나를 본다. 한 주간 내내 얼굴을 서로 보는 셈이다. 게다가  창체 동아리까지 내 강좌를 선택했다면 우리는 질기고 질긴 인연을 맺게 된다. 


자유학기 강좌나 창체 동아리 수강생들의 특기 사항을 생기부에 누가기록을 한다. 나이스에서 다운로드한 엑셀 양식에 관찰, 평가한 내용을 깨알같이 입력한 후 학기말에 나이스에 업로드한다. 그러면 담임이 '자료 반영' 처리를 한 후에 출력한다. 담임들끼리 조를 짜서 돌려가며 교차 점검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오타나 맞춤법 오류는 물론, 띄어쓰기까지 샅샅이 살핀다. 그 과정에서 수정할 것이 발견되면 담당 교과 교사에게 알린다.


나는 이렇게 학교에서 수업과 관련하여 13개의 쳇바퀴를 돌리고 있다. 어느 것 하나도 슬쩍 지나칠 수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눈썹을 휘날리며 일독에 빠져 산다.




그리고 우리나라 교사들은 수업을 준비하고 가르치는 일보다 맡은 업무 때문에 대체로 바쁘다. 

내가 맡은 업무는 '학교 홍보', '교직원 연수', '교원 평가'다. 


학교 홍보 업무는 교육 과정의 다반사를 취재하여 신문(교육 소식지)을 발행하는 일이다. 학생회 임원들이 학교 신문 기자다. 그들이 취재한 기사를 다듬고 편집하여 학교 신문을 발행한 후에 벽보에 게시한다. 한글 파일을 JPG 이미지 파일로 저장한 후에 학교 홈페이지에 탑재한다. 또한 학교 전광판에 학교 행사를 알리는 문구를 입력하기도 한다.


교직원 연수 업무는 연수 관련 공문을 처리하는 일이다. 공문의 내용에 따라 교사들에게 공람하여 안내한다. 때로는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알려야 하는 공문도 있다. 그럴 때는 대체적으로 'e 알리미'를 통하여 안내한다. 공문이 거의 매일 답지하기 때문에 항상 'K- 에듀파인'을 열어 둔다. 방학 때도 공문을 살펴보는 일을 해야 한다.  '학교로 찾아가는 연수'를 개최하는 일도 일 년에 몇 번 한다. 그럴 때는 강사의 성범죄 이력조회를 하고 강사료 등을 정산 처리한다. 그런 연수를 끝낸 후에는 '결과 보고서'를 전자문서로 발송처리한다.

그리고 매월 한 번씩 '교직원 현직 연수'를 실시하는데 당일에 사용되는 연수물을 수합하여 기안 상신하고 연수물을 인쇄하여 현직 연수 때 배부한다. 현직 연수에 제공될 간식과 음료를 구입하고 연수 명부에 참석자 사인을 받아 둔다. 혹시 사인이 누락된 교사는 당일 복무 상황을 살펴보고 연수명부 정리를 한다. 그 명부에 사인받아 두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때때로 타 부서에서 복사본이 필요하다고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업무는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한다. 어떤 업무는 강도는 심하지만 1년에 몇 번만 하면 되는데 연수 업무는 만성 질병처럼 늘 짊어지고 가야 한다. 당해 학년도 시작부터 말일까지 쉼 없이 챙겨 봐야 하는 업무다.  학기말마다 교사들이 받은 자유 연수비 정산 업무도 해야 한다.


교원 평가 업무는 교사가 개발자처럼 일하는 업무다. 동료교사, 학부모, 학생이 교사를 평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세팅하는 작업이다.


"미리미리 마우스 하나쯤 새로 구입해 두세요."


교원 평가 업무를 연수해 주는 강사님은 우스갯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만큼 세팅할 때 마우스를 사용할 일이 많다는 의미다. 우리 학교는 과대 학교, 과밀 학급이라 교원평가 담당자가 할 일의 양이 많다. 게다가 수준별 수업이 있을 때는 세팅하는 데 신경이 많이 쓰였다. 우리 학교는 보건 교사가  2명이다. 보건교사는 보건 과목 수업을 받는 학년도 있고 그냥 보건 수업을 받지 않고 보건실만 이용하는 학년이 있다. 그것을 구분하여 세팅하는 게 쉽지 않았다. 지난해 어떤 학급의 담임교사가 질병 휴직하여 담임이 몇 차례 바뀌었다. 그런 경우에도 세팅하는데 애로가 있다. (참고로, 올해 교원평가는 사정상 유예되어 1학기에 계획서를 기안하는 일만 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있는 이 '홍보', '연수', '교원 평가' 업무는 곤란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학년말에 업무 분장 희망서를 제출하기 위해 업무분장표를 살펴보면 어느 것도 쉬워 보이는 업무가 없다. 부장이나 담임은 내가 맡은 이런 업무 위에  배나 더 힘든 일을 하고 있다. 업무분장 조직을 편성할 때 학생부장이나 교무부장을 희망하는 교사가 없어서 무척 애를 먹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과 수업하는 일보다 담당 업무 때문에 힘들어한다.

게다가 학생이 물의를 일으키거나 학부모 민원이 발생하면  답이 없다. 그래서 교사를 감정 노동자라 해야 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는 어쩌면 그 감정노동의 고통에 질식할 정도가 됐을지도 모른다. 


우리 학교는 큰 규모 학교여서 교원 수가 많다. 그래서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는 편이다. 그러나 소규모 학교는 담당 부장이 계원도 없이 그 부서의 모든 일을 떠안게 된다.


나는 이렇게 학교 교사로서 16개의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셈이다. 단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아들을 간병한다. 11년째 세미 코마 상태로 지내는 아들을 챙기는 일이 녹록지 않다. 아들은 6년간 입원 생활을 했었고 그 이후는 집으로 옮겨와 5년째 재활 치료 중이다. '24시간 활동 보조 지원대상자'로 선정되어 6명의 활동지원사가 아들을 돌보고 있다. 그러나 엄마인 내가 할 일은 따로 있다.


간병 물품을 구입 일이 그중의 하나다.

[수납장에는 간병 물품들이 마트처럼 쌓여있다.]

화장지 종류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갑 티슈, 핸드타월, 키친타월, 두루 마리 화장지, 물티슈, 소독티슈 등이 있다.

기저귀는 팬티형, 깔개, 속 기저귀가 필요하다. 테이프도 대형, 일반 테이프도 갖추어야 할뿐더러

흰색, 갈색 등의 종이테이프가 필요하다. 코반 테이프도 필수품이다. 이 테이프는 신축성이 있어서 소변 기스모 유린백을 묶을 때 사용된다.

드레싱에 사용되는 거즈는 5cm, 7Cm, 10cm 등 다양한 사이즈가 쓸모에 따라 다르게 필요하다.

포비돈, 식염수, 의료용 렌즈, 인공눈물, 안약 등도 주기적으로 구입한다. 목관 튜브 소독을 위해 과산화수소와 메디록스도 구비해 두어야 한다. 특히 식염수는 배송되는 물품이 아니라 의약품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심마니처럼 가방을 둘러메고 식염수를 사다 나른다. 식염수는 대부분 양치질한 후 석션하는데 주로 쓰인다. 때로 가래를 뽑을 때 석션기를 사용할 때 식염수로 석션기 노즐을 소독한다. 다행히 아들은 가래는 없는 편이다.

매일 세탁을 해야 하니 과탄산 소다, 옥시클린, 세탁 세제, 헹굼용 양조 식초도 박스로 구입해 둔다.

아들의 간병 물품 중에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것은 30*45Cm 사이즈 위생팩이다. 하루에 대략 30~40장은 족히 사용된다. 그래서 300매 들이 한 팩은 일주일이면 끝이 난다.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소변을 받아 내는 기스모 유린백(소변 백)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위생 장갑도 많이 소비된다.


"언젠가 크린랲 회사 사장님이 감사 인사 하러 올지도 몰라요. 11년 동안 위생팩과 위생장갑을 이렇게 많이 사용했으니..."


라고 나는 종종 농담 아닌 농담을 하곤 했다.


위생팩 못지않게 소비를 많이 하는 것은 멸균 면봉이다. 드레싱 할 때 포비돈을 적시거나 식염수로 목관 부위를 소독할 때 사용한다. 드레싱 할 때 별도로 사용하는 멸균 위생 장갑도 매일 쓰인다. 드레싱 키트도 잔뜩 사 둔다.



하여간 그 많은 물품들을 로테이션하듯 혹은 릴레이 하듯 번갈아 가며 구입한다.


활동 지원사들을 위한 드링크도 준비해 둔다. 먼지 닦는 청소포와 물걸레 청소포도 챙겨놔야 한다.


어찌 간병 물품을 다 나열할 수 있겠는가?


아들이 지내는 본가에 가면 항상 물품 재고를 체크하고 소진된 것은 바로 그 자리에서 구매한다. 로켓 배송, 당일 배송 등은 이런 나를 위해서 생겨난 것인지도 모른다.




배변 처리하는 일은 내가 담당한다. 보통 2-3일에 한 번 그 일을 해야 하는데 간병 일지에 배변 일자를 기록해 두고 양도 적어 둔다. 여러 명의 활동 지원사가 있지만 내가 그 일을 전담하고 있다. 나는 그 일이 힘들지 않다. 어렵지도 않다. 그러나 활동지원사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일일 게 뻔하다. 그래서 내가 그 일을 도맡아 한다. 나는 내 아들의 엄마다. 그 어떤 것도 다 할 수 있는 엄마다.


드레싱 일종의 의료 행위다. 그래서일까? 활동 지원사들이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한다. 주야장천 내가 그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드레싱 도구를 챙긴 트레이를 들고 가서 먼저 위루관 주변을 소독한다. 그런 후에 거즈를 대고 '면 반창고'로 고정시킨다. 목관의 튜브를 교체한 후에 목관 주변을 멸균 면봉에 식염수를 묻혀 잘 소독한다. 교체한 목관 튜브는 과산화수소에 담갔다가 잘 씻은 후에 메디록스에 5분 정도 담가 둔다. 그다음에 식염수로 헹군 후에 건조한다. 마지막으로 멸균 소독기에 보관한다.

 

아들을 침상 목욕 시키는 일도 내 몫이다. 3인조가 팀이 되어 침상 목욕을 시킨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이 일을 규칙적으로 해오고 있다. 먼저 머리를 감긴다. 환자를 침대에서 대각선으로 눕힌 후에 회전의자 위에 샴푸용 대야를 놓고 머리를 감긴다. 그다음은 방수포에 시트를 깔고 목욕을 시작한다. 옷을 벗긴 후(이 과정이 쉽지 않다) 하체부터 씻긴 후 상체를 씻는다. 침상 목욕을 시킬 때 타월을 여러 장 사용하면 물을 떠 나르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를 옆으로 눕혀 체위 변경을 하여 등짝을 닦는다.

목욕이 끝나면 무선 드라이어로 온몸을 잘 말린 후에 옷을 입힌다. 곧이어 손, 발톱을 깎아 주고 귀속을 정리한다.  목욕 후 두 대의 세탁기에 빨랫감을 돌린 후 건조기에 말린다. 그러면 침상 목욕은 끝. 우리 3인조는 땀범벅이 되어 있다.


이발은 한 달에 한 번 한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발을 해봤는데 결국은 침상에서 이발을 시키고 있다. 휠체어로 옮겨 앉히고 커다란 이발 가운을 씌운 후에 이발을 했는데 번거로움이 말이 아니었다. 지금은 침상에 누인 채로 신문지 여러 장을 머리 밑에 깔아 놓고 환자를 옆으로 뉘어 2/3 정도의 이발을 먼저 끝낸다. 강아지용 댕댕이가 와상 환자 이발용으로 그저 그만이다. 머리카락을 댕댕이가 흡입하기 때문에 뒷일이 많이 쉬워졌다. 다시 반대쪽으로 눕혀 남은 부분을 이발한다. 물론 내가 메인 이발사다. 내가 이발을 끝내면 다른 두 분이 스펀지로 머리카락을 털어내고 미처 다 털어내지 못한 것은 스카치테이프로 훔쳐낸다. 그런 후에 샴푸 한다. 이발해야 할 때가 다가오면 일주일 전부터 부담이 된다. 예삿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가정생활도 해야 한다. 집안을 정리하고 식사 준비하는 일을 당연히 하고 있다. 요즘은 딸 내외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어 친정 엄마로서 그들의 먹거리도 챙긴다. 대부분 시장 반찬 가게를 이용하여 구입해 주기는 하지만 그것도 매주 신경 쓰인다. 계절이 바뀔 때 옷가지를 정리하고 식물을 돌보는 일등은 가정 주부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다. 오히려 전업 주부에 비하면 나는 가정생활에 시간을 많이 쏟지는 않는 편이다.



나는 또한 목회자의 아내,  '교회 사모'다. 조용히 교회의 크고 작은 일에 신경을 쓰며 챙기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작가다. 오래전에 2권의 동화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2년 차 브런치스토리 작가다. '헤드라잇'이나 '티스토리'에도 글을 업로드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브런치스토리에  250여 편의 글을 발행했고 조회수 30만 회가 넘었다. 구독자는 200명이 좀 넘는다. 브런치 작가들 중에 나는 그냥 평범한 작가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브런치에는 프로 글쟁이들이 가득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노래 잘하는 사람이 참 많았다. 그것처럼 브런치에는 글 잘 쓰는 사람이 수두룩 빽빽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내면 깊은 곳에 있던 상처가 치유되고 자존감도 많이 살아났다. 내 속에 숨어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타인에 대해 공감도 많이 하게 됐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읽는 활동이 무척 많이 늘었다.  




이렇게 차분히 살펴보니, 나는 24개의 쳇바퀴를 돌리고 있었다. 크고 작은 쳇바퀴들이지만 어느 하나도 멈추어 둘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길의 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건강이 좋지 않았다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건강한 몸과 맘으로 내가 처한 현실에서 내 몫을 감당하며 내 삶의 쳇바퀴를 잘 돌릴 수 있었던 것이 새삼 감사했다. 그런 나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스럽다.


산의 정상을 보고 산을 오르면 지레 겁을 먹게 된다. 24개나 되는 쳇바퀴를 동시에 돌리려고 하면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기적으로, 순차적으로 잘 돌리면 서로 윈윈이 된다. 한 바퀴씩 묵묵히 돌리다 보면 24개의 쳇바퀴가 각각 제 궤도를 달릴 것이다.

보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자신의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을... 내 삶의 쳇바퀴도 바퀴마다 제 몫이 있다. 결국 지구의 자전과 공전처럼 탄탄한 돌림이 되리라.


지금 이 시간은 글 쓰는 쳇바퀴를 돌리고 있다. 빛이 따사로운 주말 오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