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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Nov 28. 2023

[포토詩] 잎이 내리네(자작시)

- 시절 놓친 가을 잎




출근길에 나뭇잎이 내렸다. 바람에 흩날렸다. 달리는 차 앞으로 가을 잎이 내렸다. 단풍이 아닌 푸르댕댕한 잎들이 내렸다. 낙엽이 눈처럼 내렸다. 단풍이 되지 못한 잎들이 패잔병처럼 맥이 없다. 몰골이 말이 아니다. 바스러져 떨어지는 낙엽을 보니 맘이 뒤숭숭했다. 기상 이변이 낳은 낯선 풍경이다. 결코 좋은 일은 아닌 성싶다.


그 광경을 보니 오래전에 들었던 샹송이 떠올랐다.


Tombe la naige! (눈이 내리네!)


그 샹송을 패러디하여 시 한 편을 썼다. 불타는 단풍이 되지 못한 채 시무룩하게 떨어진 잎을 보고 떠오른 시상(詩想)이다. 시절을 놓친 가을 잎이 안쓰럽다.




      잎이 내리네


잎이 내리네, 시절 모르는 잎이

잎이 내리네, 예쁜 단풍이 되지 못하고

꿈에 그리던 그 찬란한 미소가

혹한 때문에 빛깔을 잃었네

찬바람을 맞으며 굴러가는 네 모습

애처롭게 뒹구네, 단풍은 아예 없네


잎이 내리네, 제 옷 입지 못한 잎들이

아스팔트 위에 내려 앉는 빛 잃은 이파리

찬바람이 서둘러 젖어가는 네 모습

시퍼런 잎만 내리네, 쓸쓸히 쌓이네

젖은 낙엽*이 쌓이네, 서럽게 쌓이네


[4년 전 모습]


단풍이 아름다웠던 그 곳에 4년 만에 다시 갔는데...




[4년 후 다시 본 풍경]




빛깔 잃은 잎들이 황망히 겨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같은 장소, 같은 시절에 갔건만 풍경은 다르다. 단풍이 불탔던 그해 가을이 그립다. 그 해 가을은 참 아름다웠다. 4년 전이었다.



* 젖은 낙엽은퇴한 뒤에 집에 틀어박혀 아내만 쳐다보는 남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눈이 내리네  #샹송  # 단풍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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