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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Jan 31. 2024

착한 가격, 알배추

- 입이 떡 벌어지는 과일, 야채 가격

바야흐로 겨울 방학이 끝나는 마당이다.

걸핏하면 외식하고 배달 음식을 시켰다. 반찬 가게에서 밑반찬을 주로 구입했으니 주부로서 양심불량이었다.

몇 걸음만 가면 전통 시장이지 않은가? 나름 시간적 여유도 있다.


슬슬 야채 가게와 과일 가게를 둘러봤다. 그런데 입이 떡 벌어졌다. 채소, 과일 가격이 유사 이래 가장 비싼 듯했다. 도대체 서민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물가가 천정부지다.


조그마한 애호박이 2,500원이었다. 그러면 애호박을 넣은 음식을 파는 가게는 어떻게 장사하나?

제철도 아니면서 겨울 과일의 터줏대감이 된 딸기도 한 자리에서 먹어 치울 정도인데도 10,000원이 넘었다. 사과 가격이 비싼 것은 지난해 겨울에 이미 실감했다. 한 상자 최소 십만 원이었다.


막상 시장에 나가 보고 물가 상승을 실감다. 오이도 손가락 만한 것이 1,000원이었다.

파프리카는 '한 개 2,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걸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5개에 2,000원에 사곤 했는데...


구정 명절을 앞두고 채소값, 과일 값이 고공행진할 것 같다.


이것저것 가격표를 봐 가며 캐리어에 담았다. 그렇게 가격을 살펴보며 장을 보던 내가 아니었다. 물가가 해도 해도 너무 하니 자꾸만 그렇게 하게 됐다.


그런데 알배추가 눈에 띄었다. 한 소쿠리 가득인데 달랑 2,000원이었다. 얏호!


 다른 것에 비해 알배추 값은 착했다.


겨울 끄트머리에 무슨 요리를 해도 입맛이 돋을 같았다. 알배추를 보기만 해도 긴 겨울의 터널을 빠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알배추가 집에서 키우는 식물처럼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알배추를 보는 순간, 막내 올케가 한 말이 귓전에 맴돌았다.


"독일에 알배추 된장국 한 들통 끓여놓고 왔어요."


독일에서 8년째 선교사로 지내는 막내 올케가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 독일에서도 알배추국은 할 만한 요리인가 보다. 남편만 두고 오자니 맘에 걸려 올케는 알배추국을 끓여 놓고 온 모양이었다. 혹시 독일, 그곳도 다른 야채나 과일에 비해 알배추 값이 착한가?


"제일 만만해요. 된장 풀고 알배추만 듬성듬성 잘라서 끓이 그냥 맛있어요."라고 올케가 말했다.

"그런가?" 라며 나는  귀 쫑긋했었다.


여태껏 알배추를 쳐다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다른 야채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보니 착한 가격인 알배추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알배추를 샀다. 국거리용 한우도 샀다. 나름 계획이 있었다.


먼저 알배추를 송송 채 썰었다. 양념 게장을 먹고 남겨둔 양념에 버무리니 즉석 겉절이가 됐다. 밥 한 그릇을 후딱 해치웠다.


[알배추 겉절이]




[알배추 된장국을 끓이기 위해 듬성듬성 잘라 둔 알배추]


겉절이를 하고 남은 것으로 알배추 된장국을 끓였다. 한우를 달달 볶다가 멸치 육수에 된장을 풀고 끓였다. 미리 씻어서 듬성듬성 잘라 둔 알배추를 넣었다. 다진 마늘 한 꼬집 넣고 다시 한번 후루룩 끓였다. 간을 맞추니 알배추 된장국이 완성됐다. 담백하고 감칠맛이 그만이었다.


전문적인 요리법은 만 개의 레시피를 참고하면 된다.


https://www.10000recipe.com/recipe/6867648




"와, 밥 먹는 거 같네."


남편이 알배추 된장국을 무척 좋아했다.


"바로 이거네. 이거. 속이 훅 풀리는데."


남편의 입맛에 딱 맞았나 보다. 내 요리에 대한 칭찬이기도 했다. 가만있을 수 없었다. 국솥 바닥에 있는 한우 몇 점을 건져서 건넸다.


"음, 고기도 맛있네. 고기에 알배추 맛이 스며들어 별미네."


국물까지 남김없이 마시며,


"당신도 한 모금할랑가?"라고 남편이 말했다. 남편은 알배추 된장국이 무슨 차나 되는 양 거나하게 마셨다.




입이 떡 벌어지는 채소, 과일 가격이었다.

그러나
알배추 겉절이를 무치고
알배추 된장국을 맛있게 끓여 먹으며
물가의 뒤통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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