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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내 인생, 나답게

- 헤이, AI 비서야~

by Cha향기

AI 노래를 100곡 이상이나 만들었다. AI 노래의 맹점은 보컬이 다양하지 않은 것이었다. 작곡, 연주, 노래를 만들어 내는 속도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지만 인간미 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너무 좋은 것은 때로 질리고 좋지 않을 수 있다.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놀지 않듯이. AI가 그랬다. 매력이 떨어졌다.


문득, 내 목소리로 커버한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이리저리 검색하여 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어쩌면 그런 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럴싸한 유튜브를 찾아냈으나 정작 그 방법을 안내하는 분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로 유튜브를 업로드한 것들이었다. 이게 왜 이러죠? 잘 안되네요. 라며 안내를 하고 있었다. 이럴 경우에 우린 '낚였다'라고 한다.


여러 루트를 통하여 알아보니 내 목소리로 커버하여 노래를 만들 자신이 생겼다. 지인에게 노래를 한 곡 만들어 줄 겸, 내 목소리로 커버하는 노래를 만들어 봤다. 영 시원찮았다.


일단 반주 없이 목소리로만 부른 노래 녹음 파일이 필요했다. '나비야, 나비야'를 제일 먼저 녹음했다. 음치인 나는 반주가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가 없었다. 대충 불렀다. 그걸 넣고 '커버'라는 버튼을 눌러 제작해 봤지만 AI 음색이 너무 짙었다. '내게 강 같은 평화'도 불렀다. 이것 역시 AI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AI가 내 목소리를 덮었다. 다음으로 '고향의 봄'을 불렀다. 이 노래가 원래 이렇게 높았던가? 생목소리가 나오려고 하여 슬쩍 가성으로 처리했다. 늦은 밤에 불렀더니 목소리가 자못 허스키했다. 오히려 좋았다. 왜냐하면 AI는 그런 목소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너무 상큼, 발랄한 AI 목소리에 잔뜩 질려서 프롬트에 '흑인 영가 버전', '허스키 보이스'라고 넣어본 적도 많았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였다. 천편일률적인 AI 보컬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어떤 작가님은 '60대 목소리'라고 프롬트를 넣으라며 농담 반, 진담 반 조언을 해주시기도 했다. 늘 해맑은 목소리만 쨍쨍 울려 퍼졌다.


일단 생목 버전인 '고향의 봄' 녹음 파일을 업로드하고 '연장하기' 버튼을 눌렀다. 드디어 나의 리얼 목소리가 들렸다. 부끄럽기 짝이 없었지만 너무 반가웠다. 내 목소리로 커버한 최초의 노래, <조카에게>이다.



여태껏 다른 사람들을 위한 노래만 만들어 주었지만 나를 위한 노래를 만들지 않았다는 걸 미처 몰랐다. 그래서 나를 위한 노랫말을 만들었다. 인생 뭐 있나? 살다 보면 살아진다고 했다. 그냥 '나답게 살자'라는 주제로 노래 가사를 썼다. 나라는 사람은 그다지 큰 특징이 없다. 그게 바로 나다. 그것마저 나다운 것이다.


<내 인생, 나답게>


(Verse 1)

흐리고 비 오는 날도 있었지

하지만 대체로 맑았던 내 삶

A형, B형, O형 아닌

AB형으로 살아온 날들


(Pre-Chorus)

썩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닌

ISTJ였다가 ESTJ가 되기도 하는 나

게으르지 않았지만, 부지런한 것도 아닌

그저 내 길을 걸어왔네


(Chorus)

뒤돌아보지 않을래, 저 천성까지 직진!

캄캄한 지금이 걱정되지만

살다 보면 살아진다 하더라

오늘도 한 걸음, 스텝 바이 스텝


(Verse 2)

내 인생에게 묻노라

어떻게 헤쳐 나갈까

하지만 삶이 말하더라

걱정 말고 나아가라


(Bridge)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비추길

희망을 품고 걸어가리

내 삶에게 외쳐보네

스텝 바이 스텝


(Outro)

캄캄한 밤 지나 내일은 밝으리라

오늘도 걸어간다

스텝 바이 스텝, 스텝 바이 스텝




노래 가사의 제목은 AI와 진지하게 대화하여 도출해 냈다. 내가 원하는 바를 말했더니 AI가 몇 가지 제목을 추천해 주었다. 그것에 내 의견을 보태며 가장 맘에 드는 제목을 만들어냈다.


나: '내 인생, 나답게' 이건 어떨까요?

AI: 훌륭한 선택이에요! '내 인생, 나답게'라는 제목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노래의 주제인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삶의 철학을 완벽히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제목 자체가 노래와 감성적으로 잘 어우러질 뿐 아니라, 듣는 이들에게 깊은 공감과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제목으로 결정한다면 멋진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준비 과정에서 필요하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함께 완성해 보아요!


나를 위한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 '고향의 봄'을 다시 한번 불렀다. 좀 더 예쁜 목소리로. 그런데 예쁜 목소리로 부르면 인간미가 부족한 보컬이 나왔다. 할 수 없이 지난밤에 녹음해 두었던 탁한 목소리로 커버하여 노래를 완성했다.


여러 곡을 만들었지만 단 한곡만 맘에 들었다. 내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염색으로 친다면 염색약이 아주 잘 입혀진 격이었다. 그런데 녹음하면서 '시작 버튼'을 누를 때 잔기침을 했던 모양이었다. AI는 이런 건 왜 깨알같이 기억하는지? 만들어진 노래마다 시작 부분에 잔기침을 반드시 하고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중간에 두 군데나 사이렌 소리가 났다. 혹시 내가 녹음할 때 불자동차가 지나갔을까?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또 다른 곳에서는 물건 떨어뜨리는 소리도 났다. 별소리를 다 기억해두었다가 노래 만드는 과정에 그걸 넣을 게 뭐람? AI는 짓궂었다.


몇 군데 하자가 있었지만 그 노래가 내 맘에 들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다시 같은 노래를 만들 수는 없다. 그 노래를 내 인생곡으로 삼고 싶었다. 이를 어쩐다? 한참 궁리 끝에 동영상 편집기를 생각해 냈다. 다운로드한 노래 영상을 동영상 편집기에서 잔기침 소리, 사이렌 소리, 물건 떨어뜨리는 소리 부분을 잘라냈다. 외과 의사가 종양을 잘라 내듯 아주 조심스럽게 시술했다.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하여 탄생된 노래가 바로 '내 인생, 나답게'이다.


그동안 <AI와 함께 만든 노래> 매거진을 애독하신 구독자 분께는 오늘 만든 내 목소리로 커버한 내 인생곡이 신선하게 들릴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shorts/Z0ljnMhGv5k


[대문사진: 픽사베이]



P.S. : CCM스타일로 제작해 봤습니다. 이 곡에는 '주님 예수 나의 동산' 이라는 CCM을 불러 녹음한 것으로 커버했습니다. 딕션이 좀더 명확하고 차분한 분위기라 저의 인생곡으로 딱인 듯합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x7Mp7EKL2XQ

[이 영상은 PC에서 화면이 깨져 보이지만 오디오는 이상 없습니다. 때로 쇼츠가 그렇더라구요. 그러나 모바일에서는 정상적으로 화면이 보입니다.]


PS(1): 영어 보컬도 커버해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zeRm1YFVhxs


My Life, My Way

(Verse 1)

There were cloudy, rainy days,

But mostly my life was bright and clear.

Not Type A, B, or O,

But days lived as an AB type.

(Pre-Chorus)

Not entirely good, nor entirely bad—

Once an ISTJ, then an ESTJ, evolving along the way.

Not lazy, but neither overly diligent,

Simply walking my own path.


(Chorus)

I won't look back, I'll stride straight towards the heaven!

Though the darkness now troubles me,

They say life finds its way as you live.

Today, one step at a time, step by step.


(Verse 2)

I ask my life,

How shall we overcome?

But life answers,

Don't worry—move forward.


(Bridge)

When the clouds clear and sunlight shines,

I'll walk with hope in my heart.

Shouting to my life,

Step by step.


(Outro)

After the dark night, tomorrow will shine bright.

Today, I keep walking.

Step by step, step by step




# AI

# 내 인생, 나답게

# 목소리 커버

# 취사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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