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이, AI 비서야~
'트롯 꺾기' 하면 그 남자다. 가수 진성도, 임영웅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그 남자는 꺾기를 잘했다. 뭐니 뭐니 해도 트롯은 꺾기다. 그런데 그 남자는 악보 볼 줄을 모르고 화성도 모른다. 그냥 노래를 듣고 청음 하여 부른다. 그런데 꺾기가 예술이다.
하도 신기하여 그 남자에게 정통 트롯 30곡을 불러 달라고 했었다. 그 남자는 스튜디오도 아닌, 방에서 허접한 반주기에 맞춰 휴대폰에다 녹음했다. 아마추어인 그 남자가 부른 트롯 녹음 mp3 파일 30곡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그 여자는 그 노래에 맞춰 노랫말을 만들었다. 그 과정을 [그 남자 노래, 그 여자 크리에이팅] 이라는 브런치북으로 엮었다.
6개월 동안 작업했던 '그 여자가 다시 쓴 가사' 30개로 AI와 함께 노래를 만들었다. 그 여자는 작사, AI는 작곡, 연주, 노래하는 것으로 협업이 이루어졌다. 마침내 세상에 없는 노래, 30곡이 탄생했다. 바로 [AI와 함께 만든 노래]라는 매거진이다.
지인들에게 'AI 노래 만들어 선물하기'를 했다. 유튜브에 100곡이 넘는 AI 노래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런데 AI의 목소리가 식상할 정도로 좋을 뿐 아니라 천편일률이었다. 점점 그 맛이 떨어졌다. AI 목소리가 아닌 사람 보컬로 된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그 여자 목소리로 커버해 보고 싶었다. 그 시도는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노래가 <내 인생 나답게> 이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자잘한 걱정은 단번에 사라지고 기운이 솟았다. 내가 나에게 하는 응원이라 더욱 힘이 났다. 못할 게 없을 것 같았다. 이 노래를 들은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노래가 무척 좋다고. 역시, 인간미를 따를 만한 게 없다.
그 남자의 트롯 꺾기를 AI와 접목해 보면 어떨까? 궁금했다. 그게 가능할까? 그 남자에게 부탁했다.
- 반주 없이 노래를 녹음해 주세요. 5개 정도. 같은 곡을 불러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발성을 약간씩 다르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 남자에게서 무반주로 부른 노래 파일을 전송받았다. 받은 mp3 파일을 들어보니 5개 모두 그게 그거였다. 어느 것이 더 좋은 지 가릴 수 없었다. 내 귀에는 같은 버전으로 들렸다. <추억의 소야곡>이 그 남자의 18번이다. 녹음 파일, mp3를 이 글 중간에 첨부했는데 자꾸만 '업로드에 실패했다'라는 팝업이 떴다. 브런치는 mp3 파일을 싫어하나 보다. 어쩔 수 없이 mp3를 mp4 버전으로 바꿨다. 그거야 껌이다. 30곡 뮤비를 만들었던 노하우가 있지 않은가? 뚝딱 만들었다. 반주 없는 노래 mp3 녹음 파일을 mp4 버전으로 변환했다..
이제 슬슬 그 남자 보컬로 커버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노래를
만들러 가즈아~
프롬트에 아무런 명령어를 넣지 않았는데도 그 남자 노래를 입히니 AI가 알아서 정통 트롯으로 만들어 냈다.
https://www.youtube.com/shorts/YqqYLJGNSGc (아내에게)
캬아, AI가 그 남자의 꺾기 실력을 알아봤다. 노래에 꺾기가 충만하다.
이어, '차분하게'라는 명령어 하나만 달랑 하나 넣고 그 남자의 음색이 담긴 오디오 파일로 커버했다.
https://www.youtube.com/shorts/UwGbTwbv88c (해빈송가_ 海濱送歌)
사실, 그 남자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AI 음성으로 된 노래도 여러 개 나왔다. 그중에서 가장 그 남자가 부르는 듯한 노래를 간택했다. 영락없었다. AI는 알고 있었다. 그 남자의 노래 창법, 꺾기 실력, 노래 분위기를.
그래서 프롬트에 '신나게, 발랄하게'라는 명령어를 입력해 봤다.
https://www.youtube.com/shorts/i6LFa5TbvgY (쏜살같은 세월)
어제저녁에 만들었던 그 남자 목소리로 커버한 AI 노래 세 곡을 찬찬히 들어 보니 나쁘지 않았다. 그 남자가 AI로 만들어낸 노래를 여러 번 듣고 연습한다면 멋지게 원곡처럼 부를 것 같다.
그렇다면 꺾기 달인에게
디지털 앨범을 내줘야 하나?
AI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나: 헤이, AI 비서야~
AI: 네네, 말씀만 하세요.
나: 디지털 앨범 발매에 대해 알고 싶어.
AI: 디지털 앨범 발매는 이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어요. 아래는 디지털 앨범 발매를 위한 주요 단계입니다:
AI: 디지털 앨범 발매는 창작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에요. 더 자세한 정보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음악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
여기를 클릭하니 '일반인이 앨범 내는 법'이라고 친절하게 나와 있다. https://m.blog.naver.com/naivekids/222317762958
나: 이 노래 감상 평 좀 해주실래?
라며 '아내에게'라는 노래 링크를 올렸다.
AI: 죄송하지만, 제가 직접 링크를 열거나 특정 동영상을 감상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노래에 대해 알려주시면, 가사나 멜로디, 분위기에 대한 감상평을 도와드릴 수 있어요! 어떤 부분이 특히 궁금하신가요? �
라고 답했다.
아쉽게도 하룻밤이나 지났는데도 유튜브에 올린 그 남자 목소리로 커버한 노래에 대한 조회수가 미미하다. 이것은 뭘 의미하는가? 알고리즘을 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급동'이 아니다. 깜짝 놀랄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AI 고유의 목소리 보다 낫건만.
꺾기 달인의 앨범 발매는
아직 시기상조인가 보다.
[대문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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